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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위기의 지역병원에 내리는 처방전 /변영상

지역환자 수도권행 병원경영난 부채질

'신뢰의 의료' 선도 시민사랑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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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병원을 찾으면서 흔히들 갖는 의구심이 있다. 의술이 높아지고 병원서비스가 나아지는 등 의료환경이 크게 달라졌지만 그 의구심만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왜 이렇게 해보자는 검사가 많아?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다른 치료방법도 있는데 수술하자는 것 아냐'며 슬슬 의심이 드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의료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도 이런 이유로 찜찜하니 의사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 알아봐 달라는 주변의 부탁을 가끔 받는다.

의료소비자들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이유는 뭘까. 다름 아닌 '의사 혹은 병원이 환자를 봉으로 여긴다'는 불신 때문일 것이다. 질병을 잘 치료하려면 의사를 믿고 맡겨야 하지만 한편으론 의료비 덤터기를 쓰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게 환자의 대체적인 심리가 아닐까 싶다. 그 기저에는 의사는 자기만의 고유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강자고, 환자는 무지한 약자여서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것이 불신의 근원인데, 환자 입장에서 결코 무리한 생각이 아닌 것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신뢰를 떨어뜨리는 모습이 존재해서다.

병원이 순탄하게 돌아가려면 몸담은 의사들이 가능한 한 많은 외래환자를 받고 수술해 돈을 벌어야 하며 병원 측도 이를 독려한다. 의사의 이직률이 다른 직종보다 월등히 높은 30~40%에 이르는 것도 진료나 연구환경이 좋은 병원을 선호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의사에 따라 병원 수익이 좌우지 되다보니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져서다.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으로서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돈벌이'에 집착하는 것인데, 종합병원 의사가 들려준 한 예로 이런 것이 있다. 물론 경영진이 실적 올리기를 요구하는 행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병원 고위층이 "요즘 입원실이 왜 이렇게 텅텅 비었어"하고 내뱉으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수술 등 실적이 저조하니 분발하라는 압력이다. 상식적인 얘기일 수 있겠지만 병원의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수술을 많이 해야 한다고 의사들조차도 공공연히 말한다. 속된말로 그래야 환자로부터 각종 검사와 진료, 약제 투입 등 소위 '돈'되는 것을 뽑아낼 게 많아서다.
병원이 환자 대기 시간은 길고 상담은 짧은 '박리다매'식으로 외래진료를 보고 수술에 방점을 두는 데는 현재와 같은 획일적인 의료보험수가체계에서의 생존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인들사이에서도 '수술공장'으로 지목받는 병원이 있듯, 일각에서는 의료의 공공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수익에 몰두해 다소 과도한 진료와 치료를 동원하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엘리트 계층으로서 의사의 양식을 믿지만 사실 '수입'에 치중하는 부류 또한 적지않아 환자들로 하여금 '이상한' 생각을 들게 하고 불신을 가중시킨다.

의료현장에 나가보면 이구동성으로 지역 병원이 어렵다고 한다. 위기의 큰 이유 중 하나는 지역 환자의 수도권 유출이다. 서울지역 대형병원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5000병상 이상을 증설해 저인망식으로 지역 환자 유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분석에 따르면 연간 3만 명의 환자가 순유출 되고, 그로 인한 의료·물류·체류비 등 제반 비용만도 1조 원에 이른다. 이는 부산의 4개 대학병원 한해 총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것이 요즘 부산지역 의료계의 최대 과제이다. 수도권과 의료기술 및 장비의 차지가 없음을 전제로 병원마다 설명 잘하기, 직원 친절 교육, 감성 경영 등 의료 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역 의료계는 부산의 병원을 사랑하고 이용해 줄 것을 희망한다. 병원도 대표적인 자본과 인력집약 산업이어서 고용·생산유발 효과를 고려할 때 지역민이 많이 이용하면 서로 윈윈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료수준 제고와 사무적인 병원 이미지를 깨는 외형적인 노력도 중요하나, 저변에 깔린 불신의 벽을 선도적으로 허무는 작업도 지역 병원이 위기인 이때 차별화로 돌파구를 찾는 근본적 처방전이 아닐까 한다. 점점 치열해지는 의료 환경에서 상호 경쟁만으로는 이제 병원의 생존이 어렵다. 지역 전 의료계가 동참해 '순도 100% 신뢰의 의료'라는 부산발 센세이션을 일으켜 보라는 화두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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