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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야밤에 ‘번개 러닝’…함께 달리니 마음도 뭉쳐지네요

러닝 크루와 함께 달리다

  • 정인덕 기자 iself@kookje.co.kr
  •  |   입력 : 2022-08-24 20:05:04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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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어플 통한 ‘달리기 동호회’ 인기
- 인원 5명부터 3000명까지 다양한 규모
- 서로 격려하며 러닝 실력 키울 수 있어
- 단절감 덜어주는 ‘건강한 연대감’은 덤

러너에게 달리기는 물리적인 운동의 의미보다는 내적인 수련의 의미가 강하다. 한 러너는 달리기의 의미를 이렇게 부여했다.

“인적이 드문 새벽에 5㎞에서 10㎞가량의 목표 거리를 뛰면서 인내심과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힘을 얻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뛰어낸 후 찾아오는 ‘멍’한 상태도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3년 가까운 기간 달리기는 답답하고, 울렁이고 복잡할 때 함께하는 유일한 취미가 됐다.”

최근 엔데믹이 되면서 밤 거리에 러너가 늘어났다. 혼자서 달리는 이도 많지만 큰 소리로 기운을 북돋아가며 같은 페이스로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들이 함께 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산의 한 러닝 크루에 가입해 함께 달려봤다.
늦은 저녁 ‘번개런’에 참석한 러너가 줄지어 달리고 있다. 함께 달리다 보면 본연의 실력보다도 더 긴 거리를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수늘 아웃도어 액티비티 유응엽 대표 제공
■포스트 코로나, 러닝 크루의 물결

러닝 크루(Running Crew)는 여러 사람이 같은 시간과 장소에 모이는 일종의 달리기 동호회다. 달리기를 의미하는 러닝(Running)에 모임을 뜻하는 크루(Crew)가 더해졌다. 2018년 서울의 20, 3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으로 확장됐다. 제주 서귀포구의 ‘서귀포 러닝크루(SRC)’, 강원도 춘천시를 달리는 ‘춘천 러닝크루’까지 등장했다. 한 동안 코로나19로 비대면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행되던 크루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에도 많은 러닝 크루가 매일 부산 곳곳에서 굵은 땀방울을 흩뿌리고 있다. 직장 동료끼리 결성한 크루, 같은 지역을 공통분모로 탄생한 크루, 같은 성별로 구성된 크루 등 모임의 성격은 제각각이다. 5명의 소규모부터 많게는 3000명에 달하는 대형까지 규모도 다양하다.

폐쇄적인 모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별과 나이 거주지 경력과 관계 없이 달리기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소모임’ 애플리케이션, 네이버 카페 등에서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다. 통상 ‘소모임’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러닝크루의 연령대가 20대에서 30대 정도로 낮은 편이고, 상대적으로 네이버 카페는 연령대가 높다. 네이버 카페를 통해 부산의 러닝 크루 ‘수늘 아웃도어 액티비티’에 가입했다. 가입 방법은 간단했다. 몇가지 인적 사항만 적으면 쉽게 가입할 수 있었다. 참여도 간단하다. 매주 정기적으로 달리는 정기 런(run), 혹은 매일 즉흥적으로 올라오는 번개 런 게시글에 댓글로 참여 의사만 표시하면 됐다.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러너들이 달리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고통은 n분의 1, 즐거움은 n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운동한다는 것이 처음엔 어색하고 민망했다. 특히 혼자 나가 인사하고 뛴다는 게 생각만큼 편안하진 않았다. 하지만 함께 모인 6, 7명의 ‘번개 런’ 참석자들은 신입 회원이 익숙한 듯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준비운동이 필수적입니다. 크루원 중 부상자도 많았어요.” 수늘 아웃도어 액티비티 유응엽(39) 대표는 달리기 전 발목부터 허벅지, 허리 목과 팔까지 몸 곳곳을 풀도록 했다. 그리고 크루원의 뒷모습을 좇아 8㎞ 가량의 거리를 쉬지 않고 뛰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물을 마시며 쉬는 시간에는 긴장이 풀린 듯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러닝 크루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러너들은 달리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너지가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러닝 크루 ‘247React’ 나현수(26) 대표는 “함께 달리면 혼자 달리는 것보다 시너지가 난다. 함께 달리면 고통은 n분의 1로 줄어들고 즐거움은 n배가 된다”면서 “스피커를 준비해 크게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격려해가며 달리면 기운이 난다. 5㎞를 달리던 사람도 10㎞ 정도는 달릴 수 있다. 에너지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수늘 아웃도어 액티비티 유 대표도 “잘 뛰는 사람과 함께 달리면 무리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끝까지 달린다. 힘들지만 뛰게 된다”면서 “빠르게 달리기 실력을 늘릴 땐 함께 달리는 게 제격”이라고 말했다.

자세 교정을 통한 실력향상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사진 촬영도 러닝 크루의 장점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부산의 러닝크루 ‘데이즈러너’에 참여 중인 김나연(31) 씨는 “관심사가 맞는 동료와 함께 달리다 보니 서로 자세도 교정해준다. 러닝 실력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대부분의 크루에서 사진 촬영을 도맡는 분이 있다. 사진을 받아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사진을 SNS 피드에 채워가며 뿌듯함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닝 크루의 ‘건강한 연대감’

달리기 전 러너들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러닝 크루는 본연의 목적인 달리기의 실력 향상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달리기 모임을 통해 얻은 ‘느슨한’ 연대감도 기술적인 부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최근 청년세대는 코로나19로 깊어진 단절을 체감하고 있다. 러닝 크루는 청년 세대에 퍼져있는 이 같은 단절감을 해소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도 기능한다.

한 회원은 “2020년부터 작은 모임을 하나 운영했다. 친목 없이, 각자의 학교 나이 소속을 밝히지 않고 이름과 얼굴만을 내보인 채 책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모임이었다”면서 “모임을 홍보하는 콘텐츠 제작 능력과 면접을 보고 사람을 다루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가장 크게 느꼈던 장점은 ‘느슨한 연대감’이었다”고 했다.

각자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아도 되고,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적당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생각을 나누는 관계는 MZ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도 닿아 있다.

처음 들어간 러닝 크루에서 기자가 느꼈던 감정도 이와 유사했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인사하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땀을 흘리고 나서 한마디 툭 내뱉는 느슨한 소속감은 알 수 없는 충만함을 던져줬다.

부산 해운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비치런클럽(BRC)의 한 회원은 “사람이 연대감을 느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함께 땀을 흘리며 스킨십을 하는 것이다. 함께 운동하다 보면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느슨하지만 그래도 소속감이라 정의할 만한 그런 감정이 생긴다”면서 “뒷풀이를 하며 친목을 다지는 소속감보다 그 순간의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러닝크루 247React 나 대표도 “크루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각자 다른 분야에 종사한다. 여러 분야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면서 “러닝 크루는 일종의 커뮤니티다. 건강한 관계를 얻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한림대 성심병원 전덕인(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기적 모임은 우울감 뿐만 아니라 사회적 단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모임에 대한 열망이 많다”면서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모임 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부산의 러닝크루 3곳

- 매일 달리는 런클럽부산
- 다채로운 액티비티 수늘
- 플로깅 기획 비치런클럽

마음에 꼭 맞는 러닝크루를 찾기가 마냥 수월하진 않다. 한 곳에 리스트업 돼 있지 않고, 개인이 여러 애플리케이션 검색으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에 자생하는 러닝크루를 소개한다.

■런클럽부산

런클럽부산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에서 가장 큰 러닝크루다. 2009년 처음 개설돼 현재 1400여 명의 회원이 속해있다. 1984년에서 2003년 출생자라면 ‘네이버카페’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타 크루와 유사하게 ‘정기런’과 ‘번개런’으로 나눠 모임을 진행한다. 가입 인원이 많은 만큼 ‘번개런’이 거의 매일 열리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를 다양하게 선택해 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큰 규모답게 타 크루와의 연계행사, 단체 마라톤 참여, 단체복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수늘 아웃도어 액티비티

수늘 아웃도어 액티비티는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러닝크루다. 러닝에 한정되지 않고 바이크 등산까지도 함께한다. 네이버 카페를 통해 1978년에서 2002년 사이 출생자만 가입할 수 있다. 전체 가입 인원이 현재 70여 명으로 크지 않은 크루지만 적은 인원에서 오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자유롭고 유쾌한 분위기가 크루의 큰 매력이다.

■비치런클럽 (BRC)

해운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비치런클럽은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운영하는 러닝크루다. 특별한 신청 없이 SNS 프로필에 기재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입장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2020년 만들어진 신생 크루로 50여 명의 회원이 있다. 비치런클럽은 러닝과 환경운동을 결합한 크루라는 점이 특징이다. 단순 달리기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청년단체 ‘기획단체 0’ 등과 함께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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