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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탑승하세요, 곧 우주여행이 시작됩니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 ‘테이크 유어 타임’

  •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   입력 : 2022-03-30 19:19:08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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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R 헤드셋 끼고 행성 착륙
- 지평선 따라 빛나는 오로라
- 계단 벽면엔 폭포 흐르는 듯
- 뇌파 읽는 의자 앉아있으니
- 나만의 NFT 작품이 눈앞에

- 옛 조선소가 문화공간 변신
- 다양한 전시가 통영 수놓아

“손을 뻗어 우주의 에너지를 느껴보세요. 행성 안을 들여다보세요.”
관람객이 우주 속을 유영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전시장 내부는 어둡다. 펠리시 데스티엔 데로브의 ‘이클립스 2’(왼쪽)와 앙투안 슈미트의 ‘폭포 시리즈’.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제공
배우 한예리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오큘러스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쓴 기자의 눈앞에는 지구 지평선을 따라 오로라가 밝게 빛난다. 광활한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 비행사가 된 느낌이 들었다. 양손의 컨트롤러는 리모컨의 역할을 한다. 엘리자 맥닛 작가의 인터랙티브 VR 작품 ‘스피어스(SPHERES·구)’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우주가 인류의 새로운 정복의 대상이나 미래의 희망이 된 이때, 그 어떤 한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모리스 베나윤의 ‘VoV’는 관람객의 뇌 반응을 측정해 뉴로 디자인 작품을 만든다. 오른쪽은 작품 ‘스피어스’를 체험하는 기자의 모습.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제공
■전시장 전체가 거대한 우주선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의 주제전 ‘테이크 유어 타임(TAKE YOUR TIME)’이 열리는 옛 신아SB 조선소 연구동. 지난 25일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조혜영 큐레이터의 안내로 전시 공간을 둘러봤다.

테이크 유어 타임은 ‘과거를 얻어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설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13개국 38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19세기 작품부터 AI(인공지능)와 VR(가상현실)까지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았다. 입장 전 휴대전화 전원은 잠시 끄는 걸 추천한다. 팍팍한 일상은 잠시 잊고 쉬엄쉬엄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감상하라는 뜻이다.

사무실 6개 층이 하나의 우주선 같은 체험장이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칠흑 같은 어둠 속이다. 블랙박스로 변신한 건물에서 관객은 시공간을 잊게 된다. 조혜영 큐레이터는 “테이크 유어 타임은 전시인 동시에 명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 공간의 예술 작품들이 여러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어떤 울림으로 다가오는지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층 전시장 한가운데서 움직이는 시계가 관객을 맞이한다. 벽면에는 ‘예술의 목적은 아드레날린 폭발과 같은 순간적 체험이 아니다. 경이로움과 평온함의 점진적, 평생의 건설이다’(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 같은 동서양의 명언이 빠르게 움직인다.

■수행하는 마음으로 계단 올라

‘테이크 유어 타임’이 열리는 옛 신아SB 조선소 연구동의 외관 모습.
본격적인 전시 관람을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이동한다. 계단을 오르는 과정도 전시의 일부다. 조 큐레이터는 “계단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구도자의 길”이라며 “느린 걸음으로 밟아 올라가길 추천한다”고 했다.

층마다 배치된 안내 직원들이 계단을 향해 후레쉬를 비춰주기 때문에 넘어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물의 형상을 디지털 아트로 표현한 거대한 미디어 월이 수직으로 흐른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국제 커미셔너이자 큐레이터인 다니엘 카펠리앙과 ‘푸른 눈의 수행자’로 유명한 현각스님이 협력한 작품 ‘엘리베이션’이다. 불자가 아니어도 마음이 경건해지고 엄숙해진다.

■뇌의 파동으로 NFT 작품 제작도

엘리자 맥닛 작가의 인터랙티브 VR 작품 ‘스피어스’.
층계를 오를수록 과거에서 미래로 향한다. 7층에 있는 뉴로디자인 아트작품 모리스 베나윤의 VoV(VALUE of VALUES, 가치의 가치)는 관람객의 뇌의 파동을 기기로 읽어내 미술 작품을 만든다. 나만의 NFT(대체 불가능 토큰) 작품을 VoV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다른 관객의 작품과 교환할 수도 있다.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통영; 섬·바람(THE SEA, THE SEEDS)’ 주제로 오는 5월 8일까지 통영 곳곳에서 열린다. 트리엔날레(triennale)는 3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 전시회다. 행사 기간 ▷주제전 ▷기획전(공예 특별전, 전혁림 특별전, 옻칠 특별전) ▷섬 연계전 ▷지역 연계전 등 다양한 전시·공연 행사가 열린다. 새로 전시관을 짓지 않고 옛 조선소 건물이나 배양장 등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통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주제관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tongyeongtriennale.org) 참조. 관람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 전혁림 살던 집, 지금은 작품들이 살고 있네요

■ 전혁림미술관

전혁림미술관 1층 전시 공간. 김미희 기자
‘바다의 화가’로 불리는 고(故) 전혁림(1916~2010) 작가의 특별전 ‘바다·그 영원한 빛’이 전혁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전혁림 작가 작품 외에도 그에게 영감을 준 피카소 작품과 아들인 전영근 작가, ‘전혁림 미술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혁림은 1938년 부산미술전에서 ‘신화적 해변’ ‘월광’ ‘누드’를 출품해 입선하고 미술계에 입문했다.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명성을 얻었다. 전혁림 작가는 물감이 손등에 물들 정도로 통영 바다와 하늘을 캔버스에 담았다. 통영 바다에서 전혁림이 그리는 꿈은 무엇이었을까.

미술관 전시실에는 전혁림의 작품 80여 점과 미술 도구, 생애를 엿보게 하는 사진과 시화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미술관장은 그의 아들인 전영근 작가다. 이 미술관은 전혁림이 1975년부터 30년 가까이 생활한 집을 헐고 2003년 신축한 곳이다. 통영 바다를 상징하는 등대와 사찰의 탑을 접목했다. 세라믹 타일 7500장에 그의 작품을 담아 외벽을 장식했다. 개관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 조선시대 통영 12공방, 옛 장인의 나전칠기 등 감상해볼까

■ 시립박물관 특별전

통영시립박물관 1층에서 공예 특별전 ‘수작수작’이 열리고 있다. 김미희 기자
“파란색 조각보가 바다라고 상상하면서 전시를 관람해보세요.”

통영시립박물관 1층 공예 특별전 ‘수작수작(手作秀作)’. 직원의 안내를 듣고 나니 쪽빛 바다 위에 나전칠기로 만든 장식함이 놓여 있다. 수작수작은 통영12공방을 주제로 인간의 ‘손’을 조명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고찰하는 전시다. 공예는 손이 기억하는 시간과 노동의 결과물이다. 공예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작 도구를 함께 선보인다.

경상, 전라, 충청도의 삼도수군을 지휘·총괄하는 통제영은 임진왜란 당시 군수품 생산을 위해 한산도 진영에 설치됐다. 이곳에선 여러 분야의 생산 공방이 밀집해 상호 분업과 협력을 이루는 12공방 체제를 갖추게 됐다. 통영시립박물관 강선욱 학예사는 “군수품이나 임금과 고위 관리에 바치는 진상품을 제작하는 공방에 자연스레 솜씨 좋은 장인이 모였다”며 “우수한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면서 통영의 공예문화를 꽃피웠다”고 설명했다.

통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예는 나전칠기, 갓, 통영소반, 통영발, 통영부채 등이 있다. 특히 통영은 나전칠기 생산지로 유명하다. 통영 바다에서 나는 전복, 소라 등에서 만들어진 나전은 매우 아름답고 우수하다. 나전칠기는 얇은 조개껍질을 다양한 형태로 오려 기물의 표면에 붙여 장식한 공예품. 나전칠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는 옻나무 수액인 칠과 자개다. 나무로 기물 형태인 백골을 짜고 그 표면을 고른 뒤 칠죽을 발라 백골의 틈을 메우고 연마, 옻칠, 광내기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 관람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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