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세계적 열기에 관심 높아져
- 부산에도 최근 전문 학원 생겨
- 초등생~20대 100여 명 꿈 키워
- 표정 연기·무대 매너 등도 배워

- 댄스대회 나가는 것도 한 방법
- 춤영상 보고 오디션 제안오기도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정국, 워너원 강다니엘과 박우진, 에이핑크 정은지, 세븐틴 우지….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 내 뮤닥터 부산직영점에서 댄스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미희 기자

부산 출신의 K팝 스타들이다. K팝이 전 세계를 주름잡으면서 전반적인 위상이 달라졌다. K팝 산업의 경쟁력은 철저한 도제식 조기 교육에서 나온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초등학생 때부터 K팝 아이돌을 꿈꾸는 10대가 급증했다. 이들은 SM JYP YG 하이브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 연습생을 선망한다. 일명 ‘아이돌 고시’라고까지 불린다.

아이돌 데뷔의 첫 관문인 연습생 입성을 위해 치열하게 춤과 노래를 연습한다. 최소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연습생이 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기획사의 서바이벌 월말 평가에서 살아남는 건 기본. 길게는 수 년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야 비로소 데뷔의 기회가 주어진다. 미래의 K팝 스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는 아이돌 지망생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춤과 노래는 기본, 끼 갖춰야

‘양청댄스페스티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춤을 선보이고 있다. 양정청소년수련관 제공

지난 7일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 내 뮤닥터 부산직영점. 이곳은 아이돌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기획사 오디션 대비 전문학원으로 지난달 문을 열었다. 전문 강사진이 보컬과 댄스를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이날 10대 소녀들의 단체 춤 연습이 한창이었다. 초등학생도 눈에 띄었다. 연습실에선 아리아나 그란데의 ‘그리디(Greedy)’ 노래가 흘러나왔다. “웨이브로 쓸어서 올라왔다가 가슴과 골반을 같이 털어줘야 해요. 파이브 식스 세븐. 좋아요. 여러분 그 느낌이에요. 끼를 잔뜩 부려 주세요.” 이들은 안무 선생님의 지도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부산점 오픈 한 달 만에 JYP 하이업 YG더블랙레이블 W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 합격자 8명을 배출했다. 매달 8곳 이상 유명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직접 학원을 찾아 현장 오디션을 진행한다. 위너 송민호, 오마이걸 효정 등이 뮤닥터 강남본원 출신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팬인 수강생 김모(17) 양은 “TXT처럼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싶어 아이돌 가수를 장래 희망으로 정했다”면서 “그동안 서울에 있는 기획사를 일일이 찾아가야만 오디션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젠 학원에서 다양한 기획사의 오디션 기회가 주어져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양은 정규 수업이 끝나면 매일 학원에서 3, 4시간씩 노래와 춤 실력을 갈고 닦는다. 표정 연기와 무대 매너도 연습한다.

보컬·댄스 종합반은 매주 1회 일대일 보컬 수업(50분)과 매주 2회 그룹 댄스 수업(80분)이 진행된다. 종합반 수강료는 월 60만 원대지만, 학부모의 문의가 잇따른다. 현재 수강생만 100명이 넘는다. 수강생 나이대는 초등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다.

뮤닥터 윤진희 대표는 “서울과 달리 부산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의 수강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내년 1월부터는 초등학생반을 별도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돌 지망생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10대 중후반에 데뷔하는 게 요즘 추세다. 최근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아이브(IVE)의 평균 나이는 만 17세, 막내 이서는 2007년생으로 만 14세에 불과하다.

윤 대표는 “아이돌 준비는 사실상 시기가 정해져 있어서 그 시기를 놓치면 도전해보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면서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자녀의 학업인데, 강남점의 경우 전교 1,2등을 다투는 학생도 연습생을 준비한다. 기획사도 공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학업을 게을리 해선 안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기획사들은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아이돌 멤버를 선발한다. 이 때문에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팬들과의 소통 능력도 필수 요건이다.

■댄스영상 보고 기획사 러브콜도

지난달 부산 양정청소년수련관 주최로 열린 ‘양청댄스페스티벌’에 참가한 상당수 청소년 역시 아이돌을 꿈꾼다. 이 행사는 1998년 시작돼 24회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청소년이 무대를 직접 기획하고 참가하는 경연대회 형식으로 열렸다. 총 14개팀, 100여 명의 청소년이 참가했다. 초등학생 4, 5학년으로 구성된 팀이 방탄소년단의 노래 ‘버터’에 맞춰 춤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진행요원 분장을 한 댄스팀이 1등을 차지했다.

양정청소년수련관 사업실 활동팀 김하영 사원은 “예전에는 스트리트댄스와 힙합 공연이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학생들의 관심사가 반영돼 K팝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유튜브에 공개된 댄스 영상을 본 연예기획사 관계자가 연습생 오디션을 제안하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덕구힙합댄스스쿨의 서덕구 대표는 “최근 기획사에서는 캐스팅 오디션을 볼 때 밝은 성격과 비주얼 같은 콘셉트를 먼저 정해놓고, 해당 이미지에 맞는 친구를 뽑는다”며 “글로벌 활동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다방면에 끼를 갖춘 만능 엔터테이너를 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덕구힙합댄스스쿨은 갓세븐 진영, 워너원 박우진 등을 배출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