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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요새처럼 숨어 있네, 고조선 재현한 ‘돌탑 세상’

시공초월 하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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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궁 환인·환웅·단군 모신 성전
- 한풀선사 수행하듯 수십 년 조성
- 청량한 폭포소리로 무더위 씻어

- 마고할미 ‘한민족을 창조한 여신’
- 말 등이 지키는 문·천장그림 이채
- 드넓은 연못 사계절 포토존 명성

- 영호남 잇는 알프스하모니철교
- 바닥 강화유리 통해 섬진강 조망
- 멋진 야간조명 관광객 발길 잡아

경남 하동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 산골짜기에 ‘지리산 청학선원 배달성전 삼성궁’이 있다. 삼성궁은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민족성전으로, 고조선 시대 천신을 모신 소도(蘇塗)를 재현한 곳이다. 고향이 묵계리인 한풀선사가 1983년부터 수행하듯 하나하나 돌을 쌓아 조성했다. 33만 ㎡의 부지는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거치며 450만여 ㎡로 커졌고 지금도 확장 중이다. 사람의 힘으로 일일이 쌓았다고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돌탑 세상’은 바깥에선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도록 요새처럼 숨어 있다가 길을 잃은 나그네가 우연히 찾은 ‘낙원’처럼 신비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2일 지리산 산길을 30분 넘게 휘돌아 태초의 시대를 재현한 삼성궁으로 들어갔다.
   
태초의 낙원을 재현한 듯한 경남 하동 ‘삼성궁’ 전경.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1983년부터 돌을 쌓아 조성한 민족성전으로,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다. 지리산계곡을 활용한 연못이 깊은 산속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태초의 낙원으로 시공 이동

한풀선사는 명맥이 끊긴 민족 고대의 역사와 선도 문화를 회복하고,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민족정신을 펼치고자 해발 850m에 삼성궁을 짓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연한 행운으로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발견한 탐험자처럼 조심스럽고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때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수행자들이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량이었다. 성벽처럼 견고한 기다란 돌탑은 탐험자를 ‘검달길(신령스러운 길)’로 인도한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소리가 여름의 더위를 씻어줬다.

   
견고한 돌탑.
검달길은 마고성으로 이어진다. 마고성은 신라시대 박제상의 ‘부도지’에 나오는 상상 속 신선들의 나라로, 단군 이전 한민족의 창조신 마고할미가 등장한다. 기원전 2333년 건국된 고조선보다 앞선 시대다. 지리산천왕봉의 여신인 지리산성모도 마고라고 부른다. 길은 동물의 신이 지키는 문을 여러 차례 통과해야 한다. 토끼(묘신지문) 말(오신지문) 등이다. 간혹 문과 문 사이 동굴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길(뱀의 신이 지키는 사신지문)을 지나기도 한다. 천장에는 선사시대에 새겨진 듯한 그림이 불규칙적으로 나열됐다. 민족정신의 방향성과 관련 있는 듯 기백이 느껴진다. 동굴은 입구에서 출구가 곧바로 보일 정도로 짧지만 한낮에도 어둡고 습해 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밧줄과 나뭇가지에 달린 하얀 천이 신성한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강조할 무렵, 지리산 계곡물을 이용해 만든 연못이 드넓게 펼쳐졌다. 커다란 바위가 연못 주변을 감싼 가운데 요새 속 요새처럼 성벽에 첩첩 둘러싸인 마고성이 보였다. 이곳은 꽃이 피는 봄이나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태양을 반사한 연못이 마고성을 환히 비추는 여름도 무척 매력적이다. 연못을 둘러 나오면 길은 검달길에서 ‘배달길(밝은 땅)’로 바뀐다. 삼성궁과 본전인 건국전으로 향하는 길이다. 건국전에는 환인 환웅 단군 세 성인의 초상화와 ‘홍익인간’ ‘이화세계’란 글이 적혀 있다. 목재로 만든 곡선 형태의 외관이 고풍스럽다. 주변에 보이는 건 산과 돌탑뿐이다. 이 같은 풍경은 신선들이 살았을 태초의 낙원을 상상케 한다.

삼성궁을 천천히 둘러보는 데는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마고성 건국전이 있는 연못 일대는 SNS에서 이미 유명한 포토존이다. 바위계단과 돌담길이 잘 조성돼 있어 걷기에 무리가 없지만 오르막길이 계속되고 가파른 구간도 있어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입장료 성인 7000원.

■경남-전남 경계 하모니철교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 사이에 있는 알프스하모니철교.
신선들의 낙원을 떠나 송림공원(하동읍)으로 향했다. 단 한 발짝으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경계를 오갈 수 있는 ‘알프스하모니철교’를 걷기 위해서다. 하모니철교는 2016년 폐선된 경전선(구 섬진철교)을 하동군이 걷는 길로 활용해 2019년 개방한 곳이다.

길은 직선으로 이어진다. 소나무가 우거진 송림공원에서 섬진강 줄기를 따라 곧장 하모니철교가 보인다. 이날 쏟아진 비로 소나무의 푸른 잎이 더 짙어져 운치를 더했다. 길이 443m의 하모니철교를 건너면 경남 하동에서 전남 광양으로 지명이 바뀐다.

걷기에 수월하도록 철교 위는 모두 나무 덱으로 덮었지만 곳곳에 강화유리 바닥을 만들어 옛 철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끔 했다. 그 아래로는 섬진강이 흘러 스카이워크를 걷는 듯한 짜릿함도 준다. 철교를 걷다가 북위 35도03분, 동경 127도44분이라고 적힌 안내판을 만나는 시점이 도와 도 사이의 경계가 바뀌는 지점에 도착한 순간이다. 이후부터는 광양이다. 국경을 넘는 듯한 이색 재미가 전해진다. 밤이 되면 철교는 화려한 조명을 밝혀 야간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 금오산 집와이어 최고시속 120㎞ 스릴

- 길이 3186m… 총 세 코스
- 2코스 다도해 조망 환상적

   
푸른 산을 양탄자 삼아 탁 트인 다도해를 마주하고 고공을 가로지르는 금오산 집와이어. 하동군 제공
날씨가 화창하면 하동 금남면의 금오산 집와이어(알프스레포츠, 이하 집라인)를 꼭 타보자. 해발 894m의 금오산 꼭대기에서 길이 3186m의 집라인을 타고 내려오는 스릴만점 레포츠다.

집라인은 와이어와 도르래(트롤리)에 몸을 의지하고 중력으로 고공을 가른다. 발아래 그물 같은 안전장치 하나 없이 와이어에 매달려 ‘지이잎’ 소리를 내며 공중을 질주해 집라인 또는 집와이어 등으로 불린다. 고소공포증 등이 있는 사람은 엄두를 못 내지만 하늘을 날며 자연과 하나 되는 듯한 쾌감을 느끼면 계속 타고 싶을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이곳은 2017년 개장 이후 꾸준히 인기가 있어 사전 예약이 필수다(평일 기준 성인 4만 원). 매표소에서 티켓을 교환하면 하네스와 헬멧을 착용하고 트롤리를 받는다. 이어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고 차량에 탑승해 금오산 정상까지 오른다. 꼬불꼬불 산길을 20분간 가야 해 차멀미가 심한 사람은 운전자에게 미리 말하면 앞 좌석에 탈 수 있다.

집라인은 총 세 코스로 나눠 탄다. 1코스는 경사 27도, 최고시속 120㎞로 732m를 질주한다. 세 곳 중 가장 빠른 구간이다. 2코스는 1487m, 속도가 느리고 길이가 가장 길다. 967m인 3코스는 속도와 길이 모두 적당하다. 2코스부터 하동 집라인의 최대 장점인 다도해 조망이 시야 가득 펼쳐진다. 보통 1코스 출발 직전까지는 두려움이 더 크다. 하지만 이때만 이겨내면 극강의 짜릿함과 재미가 지난 시간을 보상해준다. 출발 직후에는 푸른 숲이 융단처럼 발아래에 깔리고 브로콜리처럼 작아진 나무가 초록 양탄자처럼 펼쳐졌다. 밀림 위를 나는 듯한 짜릿함, 거센 ‘맞바람 샤워’가 선사하는 청량함, 하늘과 땅 사이를 새처럼 날아다니는 자유로움은 어디서도 쉽게 느낄 수 없는 감각들이다. 이대로 수평선까지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즈음 탑승은 아쉽게 종료된다. 각 코스의 탑승 시간은 1, 2분으로 짧다.

휴대폰 등을 떨어트리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속도가 느려지는 2코스부터 인증샷 찍기에 도전해도 좋다. 다도해 조망이 열리면 양팔을 벌려 최소한의 장비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하는 것도 추천한다. 집라인은 2명이 한 조가 돼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서 출발한다. 안전요원은 1구간에서는 왼쪽, 2·3구간에서는 오른쪽에 체중이 더 나가는 사람을 배치한다. 안전요원이 몸무게를 어떻게 알아내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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