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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하늘 날고, ‘태백산맥’ 무대 걷고…‘내일로’ 가는 전국일주

내일로 기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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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전역서 무궁화호 타고 단양역 도착
- 고도 800m서 패러글라이딩 비행 만끽
- 남는 시간 활용 ‘고수동굴’ 구경은 덤

- 충주역서 가까운 ‘왕의 온천’ 수안보
- 기차에서 쌓인 하루 피로 풀기엔 딱

- 순천역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벌교
- 근현대사 이념 대립 장소 ‘소화다리’
- 일본식 2층 건물 ‘보성여관’ 둘러볼 만

여행을 꿈꾸는 청춘에게 코레일의 ‘내일로’만큼 매력적인 상품도 없다. ‘내일로’는 정해진 기간 KTX와 관광열차를 제외한 열차에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는 이용권이다. ‘내일로’로 여행하는 사람을 ‘내일러’라고 부른다. 2박3일간 ‘내일러’가 되어 기차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은 패러글라이딩, 템플스테이, 문학기행에 초점을 맞췄다. 행선지는 충북 단양, 전남 순천, 벌교로 정했다. 기차 운행 간격이 길기 때문에 미리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충북 단양은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로 통한다. 해발 800m의 공중에서 발아래로 탁 트인 세상을 마주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단양 하늘 날고 충주에서 휴식

부산 부전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5시간 만에 충북 단양역에 내렸다. 단양은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로 통한다. 소백산과 금수산 등 큰 산에 둘러싸여 대기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패러글라이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이곳 10여 개 업체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다. 해발 550m 높이에서 비행을 시작해 기상 조건이 적당하면 1000m 이상 높이까지 상승해 비행할 수 있다.

하네스를 입고 기체에 연결한 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앞뒤로 걷기를 반복하면 바람에 기체가 활짝 펴진다. 그때 몇 발자국 내디디면 몸이 저절로 허공에 뜬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드는 상승감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사뿐히 패러글라이딩 비행이 시작된다. 발이 지면과 멀어진 채로 약 15분간 고도 800m에서 오르락내리락 비행을 만끽했다. 하얗게 눈이 쌓인 소백산 정상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순간, 무색의 바람이 무형의 잡념을 모조리 씻어갔다. 특히 이날은 날씨와 바람이 완벽해 이륙한 곳에서 착륙하는 행운을 누렸다. 보통은 이륙한 곳에서 한참 아래에 착륙한 뒤 차를 타고 다시 올라와야 한다. 패러글라이딩 업체 관계자가 “이륙지에 착륙하는 확률은 8%에 불과하다”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열차 출발까지 남은 시간을 활용해 고수동굴(단양읍 고수리)을 찾았다. 천연기념물 제256호인 고수동굴은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석회암을 천천히 녹여 만든 석회동굴이다. 총길이 1395m 중 940m 구간을 볼 수 있다. 800여 개의 계단으로 만들어진 길은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굴 내부는 천지가 처음 생겨나는 순간을 멈춰 놓은 듯 신비롭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조 이성계가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충주 수안보 온천을 자주 찾았다는 기록이 있다. ‘왕의 온천’을 경험하기 위해 첫날 숙소를 수안보로 잡았다. 단양역에서 무궁화호로 4개 역을 이동한 뒤 충주역에서 내렸다. 수안보까지는 다시 버스로 3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이곳 온천수는 모두 충주시에서 관리한다. 업체가 달라도 온천의 수질은 같다는 뜻이다. 온천수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53도 수안보 온천에 고단한 하루를 녹였다.

   
소설 ‘태백산맥’ 문학길에서 처음 만난 보성여관. 일본식 가옥과 한옥이 섞인 독특한 외관을 보여준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걷다

여행 둘째 날은 순천 선암사에서 템플스테이가 예정돼 있어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충주역에서 누리로를 타고 오송역까지 이동한 뒤 KTX로 환승해 순천역까지 이동했다. 선암사는 소설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가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졌다. ‘태백산맥’은 벌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순천역에서 기차로 한 정거장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마지막 날은 벌교에서 태백산맥 문학길을 걸었다.

   
벌교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인 홍교.
‘태백산맥’은 4·3항쟁과 여순사건이 일어난 1948년 10월부터 한국전쟁이 끝난 뒤인 1953년 10월까지를 다뤘다. 벌교역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 보성여관을 마주하는 것으로 문학길이 시작된다. 보성여관은 ‘태백산맥’에서 벌교 유일의 여관인 남도여관으로 나온다. 일본식 가옥과 한옥이 섞인 2층 건물로 지금도 숙박객을 받는다. 독특한 외관이 입소문 나며 인증샷을 찍으러 오는 관람객이 많다. 입장료 1000원을 내면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이념이 대립할 때마다 총살이 벌어진 비극의 장소인 소화다리.
문학길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 홍교와 소화다리다. 홍교는 벌교 포구를 가로지르는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무지개형 돌다리다. 벌교라는 지명이 홍교 이전에 놓였던 뗏목다리에서 비롯됐으니 홍교는 벌교의 상징이자 근원인 셈이다. 소화다리(부용교)는 평범한 다리처럼 보이지만 이념이 대립할 때마다 총살이 벌어진 비극의 장소다. ‘소화다리 아래 갯물에고 갯바닥에고 시체가 질펀하니 널렸는디. 아이고메 인자 징혀서 더 못 보겠구만이라… 사람 쥑이는 거 날이 날마동 보자니께 환장허겄구만요.’(태백산맥 1권 66쪽) 내막을 알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다리다. 비극적 역사 때문인지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대로 스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리가 세워진 1931년이 일제강점기 소화 6년이라 소화다리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소설 등장인물인 ‘소화’와는 관련이 없다.

태백산맥문학관에서 조정래 작가의 치열한 집필 과정을 보고 나오면 소화의 집과 현부자네 집을 만난다. 소설에 나오는 장소 중 일부러 집을 만든 곳은 소화의 집뿐이다. 이곳에서 무당의 딸 소화와 정하섭의 애틋한 사랑이 시작된다. ‘태백산맥’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


◆내일로 여행 팁

- 3·5·7일권 자유·입석 무제한…시간표 확인, 동선 짜기 필수
- 만 34세 이하 대상 내달 29일까지 운영

   
순천역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
‘내일로 패스’는 3일권(5만 원) 5일권(6만 원) 7일권(7만 원) 등 총 세 종류다. 방학 시즌인 여름과 겨울에 정해진 기간만 이용할 수 있다. 이번 동계 시즌은 다음 달 29일까지 운영된다. 이용 대상은 기존 만 27세까지였지만 이번 동계 시즌에 한시적으로 만 34세까지 확대했다.

내일로 패스가 있으면 ITX-청춘, ITX-새마을, 무궁화호, 새마을호, 누리로 등의 기차를 자유석·입석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단 관광전용열차와 KTX는 하루에 한 번, 총 3회까지 6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주말·공휴일 제외). 기차 여행을 다니다 보면 시간 등의 이유로 한 번은 KTX를 이용하게 되니 미리 동선을 짜고 예매하는 게 좋다.

평일의 기차 여행에서 입석으로 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덥석 빈자리에 앉았다가 그 자리 주인이 나타나면 다른 자리로 옮겨야 한다. 이 때문에 기차가 역에 정차할 때마다 미어캣처럼 승객의 동태를 살펴야 하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 카페 객차가 있는 무궁화호나 자유석 칸이 따로 있는 새마을호에 탑승하는 것이 좌석을 확보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이마저 여의치 않다면 코레일 앱을 활용하자. 앱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해당 기차의 출발 시각 20분 전까지 빈 좌석이 어딘지 확인할 수 있다.

기차로 3시간 이상 이동할 때는 좌석 지정 할인 혜택을 받으면 편리하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역시 1일 1회 최대 3회까지 60% 할인된 금액으로 좌석을 구매할 수 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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