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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성당·옛날 다방…근대역사로 떠난 시간 여행

대구 중구 골목투어 2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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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만세운동 역사적 현장 중 한 곳
- ‘동무생각’ 노래비 서 있는 청라언덕
- 옛 선교사 살던 주택 잘 보존돼 이색

- 경상도에서 가장 오래된 계산성당
- 시인 이상화·독립운동가 서상돈 생가
- 르네상스 양식 근대역사관 등 볼만

- 도심 정원 감영공원·삼성상회 옛터 등
- 인증샷 찍기 위해 온 관광객에게 인기

   
대구 계산오거리 근처의 계산성당.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이 성당은 대구·경북 가톨릭의 중심으로, 우뚝 솟은 쌍탑을 포함한 고딕양식의 외관이 눈길을 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대구 출신 박태준 선생이 작곡하고 이은상 선생이 노랫말을 붙인 국민가곡 ‘동무생각’의 첫 소절이다. 노랫말 속 ‘푸른 담쟁이넝쿨이 휘감고 있다’는 의미의 청라 언덕은 대구시 중구 계산동에 있다. 백합은 청라언덕 근처 신명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이다. 박태준 선생이 짝사랑했던 학생으로 노래 속에 담았다. 야트막한 청라 언덕에 올라서자 조금 전의 도심 소음도 잠시 사라졌다. 제법 더운 날씨였지만, 잘 가꿔진 숲이 그늘을 이뤄 꽤 시원했다. 청라 언덕에는 동무생각의 가사와 노래에 얽힌 사연을 적은 박태준의 노래비가 있다. 그 옆의 담쟁이넝쿨 아래 벤치에 앉은 관광객으로 보이는 노신사가 친구와 함께 눈을 감은 채 동무생각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얼굴은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도심 속 아름다운 정원, 청라언덕

요즘 대구의 중심이자 원도심에 해당하는 중구에 가면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열심히 길을 걷는 외지인을 심심찮게 만난다.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대구 중구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에 나선 관광객으로 보면 된다. 대구 도심은 한국전쟁의 피해가 적어 근대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격동의 근현대사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지역관광자산은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도심공동화로 외면받기까지 했다. 대구 중구가 추진한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는 죽어가던 지역관광자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2006년부터 시작된 골목투어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5회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대구여행 코스는 골목투어 5개 코스 가운데 ‘2코스’를 중심으로 하되 일부 변형된 일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청라언덕에서 출발해 계산성당-이상화·이상돈 고택-약전시-진골목-근대역사관-경상감영공원-삼성상회옛터를 둘러보는 코스다. 대구 골목투어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관광해설사의 무료 정기 해설이 제공된다.

   
청라언덕의 옛 선교사 주택.
20세기 초 기독교 선교사들이 거주하면서 담쟁이를 많이 심은 데서 유래된 청라언덕은 대구의 몽마르트 언덕으로도 불리고, 동산으로도 통한다. 아름다운 정원인 이곳은 챔니스, 스윗즈, 블레어주택 등 옛 선교사들이 생활했던 주택이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당시 선교사들의 주거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1층 전시실에는 1800~1900년대 동서양 의료기기가 전시돼 있다. 2층에서 드라마 ‘사랑비’의 한 장면을 촬영했으나 현재는 개방하고 있지 않다. 1919년 3월 8일 대구에서도 3·1만세운동이 일어났는데, 그 역사적 현장 중 한 곳이 지금 청라언덕에 있는 3·1만세운동길이다. 이 길은 당시에 소나무 숲이 울창해서 만세운동 참가자들이 일본경찰의 눈을 피해 집결장소로 갈 수 있었다. 3·1만세운동길을 이루고 있는 90계단 옆에는 1900년대 초의 대구사진과 3·1만세운동 당시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어 그날의 모습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대구 최초의 서양사과나무, 선교사와 그 가족들의 묘지인 은혜정원 등도 청라언덕에서 볼 수 있다.

   
3·1만세운돌길을 따라 내려가면 이국적인 형상의 건물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계산성당이다. 경상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이곳에서는 가톨릭뿐 아니라 대구의 역사도 볼 수 있다. 고딕양식 외관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에 매료되는 아름다운 공간이 인상적이다.

높은 빌딩 숲 사이 골목으로 들어서자 자그마한 옛날식 한옥 건물이 보이는데 이상화와 서상돈 고택이다.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대표시로 잘 알려진 일제강점기 민족저항시인이다. 복원된 생가는 1039년부터 그가 생을 마감한 1943년까지 머무르던 곳이다. 이상화 시인은 말년에 집 마루에 걸터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은 여기서 하늘을 보니 잎이 다 떨어진 석류나무 한 그루와 담장 밖에 높은 아파트만 눈에 들어왔다. 서상돈은 일제시대 국채보상운동을 벌였던 독립운동가다. 서상돈은 포목상 등을 하며 재산을 모은 지역의 대표적 경제인이었지만, 부족한 예산 때문인지 복원된 고택은 소박해 보인다.

■옛날식 다방…시간 여행 온 듯

   
대구 약령시에 자리잡은 한의약 박물관.
이번엔 쌉싸름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대구약령시다. 조선 효종 9년(1658년) 경상감사가 직무하는 감영의 소재지로 집결하는 약재 중에 좋은 것은 중앙기관으로 상납하고 그 나머지를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남성로를 따라 600여 m 도로에 한약방과 한의원 인삼사 약업사 제탕원 제환·제분소 한약찻집 등 350여 개 업소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매년 5월 초에는 대구약령시축제가 개최된다.

진골목은 긴골목의 경상도 사투리다. 실제로는 100m 남짓한 거리의 이 골목은 한때 대구에서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살던 부촌이었다고 한다. 옛날식 다방인 미도다방이 아직도 영업 중이다. 진골목의 명물이기도 하다. 붉은색 소파와 커튼 시계 액자 등 소품들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기분이 들게 한다. 달걀노른자를 띄운 쌍화차와 약차가 인기 메뉴로, 옛날 과자가 덤으로 나온다 .

   
옛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건물을 활용한 대구근대역사관.
근대역사관은 1932년 세운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건물을 활용했다. 르네상스 양식을 본뜬 건축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1층 상설전시실과 2층 기획전시실로 구성됐다. 근대 유물과 자료를 비롯해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금고와 우리나라 최초의 시내버스인 부영 버스 영상 체험이 눈길을 끈다 .

경상감영공원은 조선 시대 선조 34년(1601) 경상감영이 있던 곳이다. 1970년 대구시가 중앙공원으로 개장했으며, 대구 중심부에 위치한 도심 속 정원이다. 하늘을 가릴 만큼 키 높은 나무와 꽃밭, 잔디광장,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으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좋은 장소다. 경상도 관찰사의 집무실인 선화당과 처소로 사용한 징청각 등 문화유산을 둘러보며 역사공부도 할 수 있다.
   
조선시대 경상감영이 있던 경상감영공원 전경.
삼성상회 옛터는 1938년 호암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창업해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곳이다. 이병철 회장은 이곳에서 당시 인기를 누렸던 별표국수를 생산하고 청과물. 건어물 등을 판매해 재산을 모았다. 도시계획에 따라 철거됐다가, 삼성그룹 발상지의 의미를 살려 기념공원이 들어섰다.


◆근처 가볼 만한 곳

- 입맛 당기는 ‘먹거리 천국’ 서문시장

   
이번 대구여행의 실질적인 ‘베이스캠프’는 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사진)이었다. 서문시장에서 청라언덕까지는 걸어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서문시장 주차 타워에 차량을 주차하면 된다. 일반 유료주차장에 비해 요금도 저렴하다. 마지막 행선지인 삼성상회 옛터에서도 멀지 않다. 서문시장은 대구에 조선 시대 경상감영이 들어서, 영남의 중심이 되면서 자연스레 영남 최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조선 시대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전국 3대 장터로 이름을 떨쳤다. 해방 이후 서문시장은 여러 차례의 화재를 겪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여러 편의시설을 갖추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서문시장에는 5000여 개 점포가 있으며 주말이면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올 정도로 호황이다.

서문시장은 사람들이 음식을 사 먹기 위해 일부러 시장을 찾아올 정도로 먹을거리가 많아서 ‘먹거리 천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문시장을 오래 다닌 사람에게 시장에서 대표 먹을거리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칼제비’라고 대답한다. 칼제비는 칼국수와 수제비를 합친 말이다. 양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한 서문시장의 칼제비는 점심 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자장면에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이 올려진 삼겹살 자장면도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다. 못난이 떡볶이, 대구 특유의 납작만두를 파는 가게도 항상 손님이 줄지어 서 있다. 맛있는 먹거리는 여행의 필수 요소다. 골목투어는 어느 정도의 체력도 필요하다. 서문시장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다음 본격 골목투어에 나서길 권한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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