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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연과 만나 예술이 된 건물…거장의 솜씨에 푹 빠지다

서귀포 건축 기행

  • 국제신문
  • 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9-06-12 19:12:04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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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

- 물·바람·돌 주제로 한 수풍석박물관
- 오름 정상부 연못에 지은 방주교회 등
- 기후·시간·빛 따라 극적인 풍광 선사

# 프리츠커상 받은 안도 다다오

- 노출 콘크리트 방식 설계 본태박물관
- 산방산 풍경 담는 등 주변과 조화 중시

# 국내 대표적 건축가 승효상

- 김정희 유배지에 세운 제주추사관
- 세한도 속 전경 실제 볼 수 있어 재미
   
흐드러지게 핀 눈부신 노란색의 금계국 꽃밭 뒤로 방주교회 모습이 보인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는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오름의 정상부에 물 위에 뜬 방주의 모습을 구현했다.
물가가 비싸다느니, 그 비용이면 해외여행을 가겠다느니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그래도 많은 이가 찾는 곳이 제주다. 이국적인 기후와 풍광, 이런 자연이 가진 매력은 두 번 세 번 발걸음을 제주로 끌어당긴다.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등반이나 하루에 하나를 올라도 1년이 모자란다는 오름, 화산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와 숲, 각양각색 박물관, 액티비티 등 제주와 만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가 자연과 어우러진 제주의 건축을 만나는 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은 제주의 물과 바람과 화산지형을 건물에 녹여냈다. 또 이름 없는 건축가들이 만든 소박한 건축물들도 제주의 풍광과 하나 되어 서 있다. 제주의 자연·역사와 하나 된 건축물을 만나러 서귀포를 찾았다.

■제주의 바람과 물과 돌

   
제주도에는 유난히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이 많다. 어디로 눈을 돌리더라도 한라산과 오름이 보이는 제주의 자연풍광이 건축가들을 끌어들이는 듯하다. 제주도, 특히 서귀포 안덕면과 성산면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 삼성미술관 리움의 설계자 중 한 명이자 교보생명 부산사옥을 설계한 마리오 보타 등 거장이 만든 작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바람과 햇빛, 구름 등 제주 중산간의 자연을 전시물로 만든 건축물이 이타미 준이 설계한 안덕면의 수풍석박물관이다.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정도로 애정을 보였던 이타미 준은 건축물이 들어설 공간과 이루는 조화를 중요하게 여겼다. 수풍석박물관은 건물 자체가 박물관이다. 물과 바람과 돌을 주제로 한 세 개의 건물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이름과는 반대로 돌과 바람, 물 순서로 관람한다. 세 건물 모두 맑은 날 햇빛이 비출 때 가장 극적인 광경을 보여주지만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등 기후나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석과 수 박물관에서는 이타미 준이 가장 좋아했다는 산방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수풍석박물관은 인터넷 사전예약(www.biotopiamuseum.co.kr)으로 하루 두 차례 큐레이터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수풍석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방주교회는 이타미 준이 제주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축물이다.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방주교회는 오름의 정상부에 연못을 만들고 방주처럼 교회 건물을 올린 이타미 준의 상상력이 여실히 묻어나는 곳이다. 나무 금속 유리뿐만 아니라 물과 빛까지도 건축 자재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수풍석박물관 가운데 마지막에 만나는 수 박물관.
수풍석박물관 입구와 가까운 본태박물관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2012년 개관한 곳이다. 노출 콘크리트의 거장이라 불리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곳답게 3개동이 모두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다. 이타미 준처럼 안도 다다오도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는 건축환경을 우선시하는 철학을 이곳에 담았다.

   
본태박물관 5개 전시관 중 쿠보타 야요이의 작품을 전시한 제3 전시관 입구.
‘본래 모습을 탐구하고자 하는 취지’라는 뜻을 담은 본태박물관은 불교 기획 전시를 하는 제5 전시관부터 역순으로 관람한다. 전통상례 관련 전시물이 있는 제4 전시관에 이어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으로 꾸며진 제3 전시관을 들른다. 안도의 건축물에도 산방산이 포인트로 등장한다. 현대미술을 주제로 한 제2 전시관 2층에서 산방산이 보이는데 마지막으로 제1전시관으로 들어가는 통로에서는 정면으로 산방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 외에 서귀포시 성산읍에도 그의 작품인 유민미술관이 있다.

■제주 땅에 뿌리내린 세한도의 풍경

   
세한도의 풍경을 현실에 옮긴 제주추사관.
안덕면과 인접한 서쪽의 대정읍에는 부산 출신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건축가 가운데 한 사람인 승효상이 설계한 제주추사관이 있다. 추사 김정희는 이곳에서 8년3개월 동안 외로운 유배 생활을 했다. 추사의 유배 생활은 값진 결과물을 낳았는데 추사체와 세한도가 그것이다. 추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에게 책을 보내준 이상적에게 그려준 세한도는 그가 그린 문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승효상은 세한도의 풍경을 추사가 유배 살던 자리에 옮겨놓았다. 주차장에서 추사관 정면으로 걸어가면 한눈에 그림 속 풍경을 알아볼 수 있다. 독특하게 전시공간이 지하에 조성됐는데 중앙의 추사홀 좌우로 그의 작품과 삶을 보여주는 전시물이 있다. 추사관 외부에는 추사 김선생 적려유허비 뒤로 추사가 위리안치돼 생활했던 강도순의 집이 있다.

■모슬포에 남은 한국전쟁의 흔적

   
한국전쟁 기에 세워진 강병대교회.
거장의 작품은 아니지만 우리 현대사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듯한 소소한 건축물들이 모슬포항에 있다. 한국전쟁 시기인 1952년 세워진 강병대교회가 대표적이다. ‘강한 병사를 육성한다’는 뜻의 이 교회는 콘크리트 외벽에 현무암을 붙여 당시 시대적 배경과 제주의 지역적 특성이 묻어난다. 모슬포성당 안에 있는 사랑의 집도 한국전쟁 때 세워졌다. 1950년대 성당 건축의 한 면모를 볼 수 있는 건물인데 지금은 바로 옆 건물의 공사 자재가 앞에 쌓이고 비계가 가려 어수선하다. 대정초등학교 옆 옛 대정면 사무소는 지금은 대정현역사자료전시관으로 쓰이는데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전형적인 관공서 모습을 보여준다.


# ‘제주스러운’ 감성 가득한 장터

■ 플리마켓 벨롱장

   
‘제주스러운’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플리마켓이다. 제주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향초 같은 기념품부터 당근 주스나 쿠키 같은 먹을거리까지 만날 수 있다. 제주 플리마켓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이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세화포구에서 열리는 벨롱장(사진)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두 시간 동안 반짝 열리는 벨롱장에는 세화해수욕장 북쪽 포구의 방파제를 따라 장이 선다. 귤이나 당근, 동백 등 제주의 특징을 담은 도자기 제품, 햇볕 따가운 여름에 쓰기 딱 좋은 챙 넓은 모자, 외국인 셀러가 직접 수공으로 만든 액세서리, 제주 해변에 굴러다니는 닳은 유리조각으로 만든 장식품 등 제주 여행의 추억으로 가져갈 기념품이 많다. 구좌당근요리연구회가 직접 키운 당근으로 만든 시원하고 달콤한 주스, 갓 구워 가져온 빵 등 먹을거리도 많다. 자칫 긴장을 놓으면 지갑이 텅텅 빌 수도 있다. 벨롱장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벨롱은 ‘노 모어 플라스틱 아일랜드(No more Plastic Islands)’ 캠페인에 참여해 셀러들이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생분해 봉투를 제공해 눈길을 끈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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