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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육아로 사회서 멀어진 여성에 전하는 잔잔한 위로

‘예비엄마’ 박상은 작가 개인전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03-27 19:13:05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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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치 등 신작 20여 점 선봬
- 사회활동 뒤로하고 가정에 갇힌
- 여성들 이야기 은유적으로 표현
- 31일까지 해운대아트센터서

결혼하고 딩크족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여성 작가에게 임신과 출산은 그만큼 두려운 일이었다. 자유의 박탈과 경력 단절 등 감내해야 할 희생, 불이익이 너무나 커 보였다.
전시작 옆에 선 박상은 작가. 오른쪽 작품은 ‘강요된 자리’로 결혼 후 사회활동을 그만두고 ‘가정’이라는 곳에 들어간 여성을 식물에 비유했다. 박상은 작가 제공
이제 결혼 3년 차, 임신 9개월의 예비 엄마다. 물리적 힘이 많이 드는 설치 작품이나 화학 물질을 쓰는 작업은 할 수 없다. ‘결혼-임신-출산’ 과정은 작가 박상은에게 주변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일을 계속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내적 갈등을 겪는 나날이었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박상은(31) 작가의 개인전 ‘그 안에서 꽃피다’가 오는 31일까지 해운대아트센터(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열린다. 2017년 스페이스만덕 전시 이후 2년 만에 열린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그의 모든 작품이 그러했듯, ‘여성’을 주제로 한 작업들이다. 결혼 후 작업을 계속할지 고민했던 시기, 결혼과 육아로 사회에서 멀어진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결혼 후 월급을 받는 남편을 만나 이전보다 안정적인 삶을 꾸리게 되면서 잠깐이지만 작업을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작업을 하지 않으면 나란 사람이 없어질 것 같았고, 작가가 되고자 살아온 과거의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더 고집스럽게 작업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임신과 출산은 분명 작가로서 활동하는 데 제약으로 다가왔다. 박 작가는 부산대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지만, 이번에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설치와 사진 작업을 했다. 작품 ‘강요된 자리’는 온전히 여성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주방에서 식물들을 기른 설치 작업을 사진으로 남겼다. 거미줄에 갇힌 채 자라는 꽃과 식물들을 찍은 작품 ‘The Moment’는 꽃에 비유되는 여성이 작은 화분과 거미줄에 구속된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 ‘속에서 꽃피다’ 역시 결혼한 친구들의 얼굴을 비닐랩으로 꽁꽁 싼 뒤 촬영했다. 사회활동을 그만두고 ‘가정’이라는 곳에 들어간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여성이 여성다워야 한다는 사회분위기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았다.

박 작가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남성을 비난하거나 비판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왜 여성들은 결혼과 동시에 사회에서 멀어져야 하는지, 출산과 육아 그리고 경력 단절에 대한 부담을 왜 여성 혼자 고민해야 하는지, 그 뒤에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같이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 이후에도 작업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 1월에도 같은 주제로 개인전을 열기 때문이다. “현재 제가 처한 상황은 여성 작가뿐 아니라 모든 여성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가면서 나의 이야기, 여성의 이야기를 알리고 견뎌내는 것이 작가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모를 위안을 받게 된다. 이 땅의 모든 엄마를 위하여! (051)747-0742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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