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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유관순 이야기’ 고아성 “유관순 감옥에서의 1년…인간적 면모 연기 힘들었죠”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02-27 19:07:0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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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9년 만세운동 뒤 형무소 생활
- 큰 위인 무게감에 표현하기 부담
- 고문 탓 피폐한 모습 위해 금식도
- 내 인생 가장 힘들고 신경쓴 작품

“대사를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늘 가슴 한 편이 뜨겁고 죄스러웠습니다.” 이는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개봉 27일)에서 유관순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이 ‘열일곱 유관순’에게 보낸 자필 편지에 써 내려간 글 중 일부로, 그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가장 부담이 컸던 만큼 진심을 다해 연기했을 고아성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이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 역을 맡은 고아성. 작은 사진은 영화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대한 독립 만세’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 이후 고향 충청남도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 형무소 8호실에 갇힌 후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1년여의 시간을 담았다.

“영화 예고편이나 스틸 컷을 보고 유관순 열사님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는 고아성. 최근에 만난 고아성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먹먹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는 유관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출연 제의를 받고 ‘유관순’이라는 이름이 지닌 무게감 때문에 선뜻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동안 실존 인물을 연기할 기회를 기다려왔다. 100% 상상을 통해 어떤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도 매력적이지만, 실존 인물처럼 사실을 토대로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막상 그 기회가 왔는데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무서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심장이 빨리 뛰었다. 감히 손댈 수 없는, 엄청난 존재였다. 일주일간은 바로 답하지 못한 채 고민에 빠져 지냈다. 그리고 사실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어렵고 두려웠지만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다. 영화를 찍는 내내 ‘만약 유관순 열사를 만나게 된다면 부끄럽지 않아야지’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유관순 열사를 연기하면서 어떤 점에 신경을 많이 썼는가.

▶이전에 제가 알았던 유관순 열사는 카리스마 있고, 강한 리더십을 지닌 분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이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어서 그런 점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1년간 감옥살이하며 피폐해진 유관순 열사를 표현하기 위해 5일간 금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신만으론 100% 표현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나리오 회의를 할 때 조민호 감독님이 처음과 마지막 모습이 달랐으면 좋겠다고 해서 흔쾌히 동의했다. 반면 처음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될 때 얼굴을 구타당한 유관순 열사를 표현하기 위해서 조금살을 찌운 상태로 촬영했다. 조 감독님이 얼굴이 조금 부었으면 해서 잠을 안 자고 촬영장에 갔다.

-실제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서대문 형무소에서도 촬영이 진행됐다. 어떤 느낌이었나.

▶첫 촬영지로 실제 서대문 형무소가 결정됐는데, 관계자들이 흔쾌히 지원해 주셨다. 처음 테스트 촬영을 서대문 형무소에서 했는데,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고, 맨발로 복도에 혼자 서 있던 그때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1주일에 하루를 그곳에서 촬영했는데, 촬영을 마치고 나면 몸이 아팠다. 다른 배우는 물론 스태프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그 안의 어떤 기 때문에 아팠던 것이 아닌가 싶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벌어진 고문 장면은 끔찍했다. 영화보다 더 심한 고문을 당했을 유관순 열사를 떠올리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고문 장면만은 다른 곳에서 찍었으면 했고, 그렇게 됐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고문 장면에 저도 겁을 많이 먹었는데 조 감독님도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 같다. 촬영 중간중간 참혹한 분위기를 환기해줬다. 그래서 고문의 참혹과 함께 유관순 열사의 당시 마음이 담기지 않았나 싶다.

-1년여 갇혀 있던 8호실에는 함께 수감된 여성이 많이 있다. 각기 다른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지만 마음은 하나였던 것 같다.

▶모두 스물다섯 명의 배우들이 8호실에 갇혀 있었다. 8호실은 세트였는데, 그 안에 들어가면 모두가 하나 되는 느낌이었다. 연대감 같은 것이 생겼다.

-문득 연기를 하면서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중간에 외로움이 풀리는 순간이 있었다. 유관순 열사가 3.1운동 1주년을 맞아 형무소에서 ‘만세 운동’을 준비하는 모습을 찍으면서 너무 외로웠다. 그래도 꼭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8호실 장면을 촬영했다. 긴 대사를 하는 동안 카메라가 제 얼굴을 찍었고, 다른 배우는 모두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대사를 하면서 한 분 한 분 눈을 맞출 수 있었는데, 저에게 뭔가를 주고 있더라. 그때 ‘왜 혼자서 다 해결하려고 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함께한다’는 강렬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 서경덕 교수가 유관순 열사 서훈 등급 상향 서명운동을 시작했는데, 첫 서명자가 고아성 씨였다.

▶아무래도 이 영화가 나오면서 영광스러운 기회가 오게 된 것 같다. 제가 한 것은 연기밖에 없는데 너무 감사한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제 생애 가장 의미 있는 3·1절이 될 것 같다. 이 영화의 부제가 있다면 ‘8호실 이야기’로 하고 싶다. 유관순 열사도 그렇지만 그 외에도 많은 독립운동가가 계셨다. 영화를 보며 그분들이 한곳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많은 분이 느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찍었는데 그 진심이 많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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