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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도 건다, 회화가 된 평면 도자기

갤러리이배 수영전시관 첫 전시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01-16 19:04:19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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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희 작가 ‘TAO(道)’전 개최
- 도자기 회화적 아름다움 극대화

- 판 위 흙물 쌓기 100여 회 반복
- 작품건조 70일 인고의 시간 등
- 작가의 혼·열정 오롯이 담아내
박물관 진열대에 있음 직한 우아한 도자기들이 전시장 벽면에 걸려 있다. 넉넉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달항아리부터 청색의 용, 학 무늬, 전통 십장생과 산수화를 안고 있는 청화백자들은 입체가 아니라 평면에 볼록한 두께를 지닌 부조의 형태다. 표면 질감과 세월의 얼룩도 살아 있다. 3차원의 도자기를 어떻게 평면에 담을 생각을 했을까. 작가는 도자기가 고유의 쓰임새보다는 관상용으로 주목받는데 착안해 철저하게 회화적인 아름다움만 강조한 부조의 도자기를 만들기로 했단다. 기능성을 배제한 채 순수한 이미지만 지닌 도자기들. 보고 또 봐도 매력적이다.
   
갤러리이배는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문을 연 새 전시공간 갤러리이배 수영전시관의 첫 전시로 이승희(61) 작가의 ‘TAO(道)’전을 열고 있다. ‘도자 회화’라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TAO’ 시리즈의 신작 30여 점과 ‘space of 8㎜’ 시리즈, 입체 작품 등을 선보인다.

작품 제목 ‘TAO’가 말해주듯이 이 작가의 작업 방식은 마치 도(道)를 닦는 과정과 같다. 입체를 평면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은 오랜 시간 실험과 시행착오를 반복해 우연적 결과까지 예상하도록 체득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는 수년 전부터 중국의 세계적인 도자기 마을인 장시성 징더전(경덕진)에서 주로 작업하고 있다. 그가 온종일 매달리는 작업은 흙물을 쌓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백토로 사각의 흙판을 만든 후 흙물을 바른 뒤 말리고 다시 바르기를 약 3개월에 걸쳐 100회 이상 반복해야 5~8㎜ 높이로 부조와 같은 도자기 모양이 경계를 이룬다. 게다가 흙이 갈라지지 않게 하려면 흙물을 올릴 때마다 만 하루씩 말려야 하므로 작품당 건조 시간만 70여 일이 걸릴 정도로 꼼꼼한 손길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티끌 높이보다 낮은 두께로 긁어내고 성형을 하면 곡선과 곡면이 주는 입체감이 생겨 표면과 이미지의 경계가 드러난다. 이 과정 역시 손으로 흙을 주물러 도자기를 빚는 과정 이상으로 정교한 작업이다.

도자기 입체가 모습을 갖추면 배경 부분은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흙 자체의 질감을 살리고, 도자기 부분은 원근감 있는 그림을 그려 넣은 후 유약을 발라 고전의 도자기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도드라진 도자기는 배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미적, 예술적 가치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작업하는 그의 삶은 예술가라기보다 노동자에 가깝다. 도자를 품은 거대한 흙판이 수천 도가 넘는 불가마 속에서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작가만의 노하우다. 재료의 물성에 대한 작가적 탐구의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진부할 수 있는 도자기를 현대미술로 재해석해낸 그는 세계 주요 도시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2010년 갤러리이배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홍콩아트센터,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 미국 뉴욕 Shin 갤러리 등 유명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세계적인 도자공예전인 프랑스 발로리스 비엔날레, 아트 마이애미, 아부다비 아트 등 주요 아트페어에도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타오 전시는 3월 9일까지. (051)746-2111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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