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resin·수지·樹脂)은 풀이나 나무에서 나오는 자연 액체가 고체화된 물질이다. 현대에는 천연수지가 아닌 합성수지(플라스틱)가 개발돼 산업현장과 생활 곳곳에서 활용된다. 합성수지가 이제 공예의 재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시중에서 살 수 없는 나만의 ‘맞춤형 액세서리’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인지도를 쌓고 있는 ‘레진공예’의 세계를 살펴봤다.

	한선영 강사가 레진공예로 꾸민 거울, 목걸이, 열쇠고리, 볼펜 등 작품. 간단한 재료와 짧은 시간으로 다양한 나만의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레진 한 통·UV램프만 구입하면
- 액세서리부터 컵·열쇠고리까지
-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 탄생

- 짧은 시간에 성과물 낼 수 있어
- 어린 학생도 쉽게 배우지만
- 피부 닿으면 가려울 수 있어 주의

레진공예를 활용하면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컵, 장식품, 열쇠고리 등 다양한 일상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 간단한 작품은 완성하는 데 20분밖에 걸리지 않고, 필요한 재료도 많지 않아 ‘곰손’이라도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다. 레진공예 강사 한선영(35) 씨는 “레진공예는 쉽고 간단하지만 꾸미는 데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며 “캔들 만들기, 석고 방향제 만들기 등 다양한 공예수업을 진행하지만 올여름부터 레진공예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수강생이 늘었다”고 전했다.

	한선영 강사가 레진공예 시범을 보이고 있다.

레진공예를 배우려는 층은 주부가 가장 많고 초·중등학교 체험 프로그램으로도 선호도가 높다. 미술·심리 치료법으로 활용하는 기관도 있다.

한 강사는 “아직 레진공예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낯설어 하던 아이들도 함께 작품을 만들어보면 금세 호기심을 보인다”고 했다. 특히 짧은 시간에 성과물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레진공예 준비물은 간단하다. 가장 중요한 재료는 ‘레진’이다. 60g 한 통은 국산 기준 1만8000~2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 용량이면 액세서리 6, 7개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본산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가격은 배 이상이다. 한 강사는 “제품 질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목걸이 팬던트에 레진을 채운 뒤 장식품으로 꾸미고 있다.

다음은 열쇠고리, 목걸이, 거울, 볼펜 등 레진공예를 접목할 도구 혹은 틀이 필요하다. 레진 속을 꾸미는 장식품은 자신이 구상한 디자인과 솜씨에 따라 준비하면 된다. 레진용 장식품이 따로 있다기보단 젤 네일아트용 장식품이나 다른 공예용 장식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화려한 글리터나 파츠가 기본이고 우드아트나 석고 방향제, 컬러 비즈, 드라이 플라워 등을 접목하면 더욱 특별한 작품을 손에 쥘 수 있다. 투명한 레진에 색깔을 더하는 조색제, 레진을 굳히는 UV램프에도 초기 투자를 해야 한다. UV램프는 몇 천 원부터 몇 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나 저렴한 제품도 레진공예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만들고자 하는 작품에 따라 재료비는 천차만별이지만 키링은 2만 원, 목걸이는 1만 원 정도 들이면 완성할 수 있다.

한 강사와 함께 레진공예를 접목한 목걸이 만들기에 도전했다. 목걸이나 열쇠고리는 뒷면이 막힌 형태나 뚫린 형태 또 틀이 아예 없는 형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뒷면이 막힌 형태가 가장 만들기 간단하다.

	UV램프를 사용해 레진을 굳히는 과정.

먼저 목걸이 틀의 오목한 공간에 레진을 적당량 붓는다. 초록색 조색제를 몇 방울 떨어뜨린 뒤 섞으니 투명했던 레진이 어느 새 은은한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그 다음 UV램프로 레진을 굳힌다. 굳힌 레진 위에 별·달·우주선 모양 글리터와 파츠를 배열해 꾸민다. 그 위에 레진을 붓고 다시 UV램프로 굳힌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넉넉잡아 20분이었다. 걸린 시간과 재료비에 비해 만족도가 높아, 요즘 말로 ‘가성비’가 좋았다. 또 완성한 작품은 웬만한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 강해 잘 깨지지 않는다.

주의할 점은 작품을 만들 때 레진이 손에 묻지 않도록 라텍스 장갑 등 손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한 강사는 “레진이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레진공예를 접목한 ‘슈클링스공예’로 만든 귀걸이.

레진공예는 초등학생도 쉽게 따라할 수 있지만, 저학년이거나 손이 서툴다면 레진공예를 접목할 수 있는 ‘슈클링스공예’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슈클링스는 ‘마법의 종이’다. 후처리를 하면 종이가 원본의 7분의 1 사이즈로 줄어든다. 아이들에게 슈클링스에 수채화 물감이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게 하고 후처리하면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재료가 탄생한다. 줄어든 슈클링스에 레진을 부어 굳히면 귀걸이, 머리핀, 브로치 등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액세서리가 완성된다. 한 강사는 “아이들은 레진공예보다 슈클링스공예를 더 좋아한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눈앞에서 줄어들어 액세서리로 변하는 과정을 신기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