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섹시캐릭터 일부러 피해왔지만
- ‘미지’역할 매력있어 출연 결정
- 안 웃으면 차갑다는 소리 듣는데
- 스릴러 장르나 악역 해보고 싶어
- 내년 새 앨범 발표도 준비 중

댄스곡 ‘미쳤어’, ‘토요일 밤에’로 섹시 디바의 자리에 오른 후 2009년 드라마 ‘드림’을 시작으로 배우로도 꾸준한 활동을 보여 온 손담비가 영화 첫 주연작인 ‘배반의 장미’(개봉 18일)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 ‘배반의 장미’에서 비밀 클럽 모임에 마지막에 나타난 미모의 여인 미지 역을 맡은 손담비.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김인권, 정상훈, 김성철 등 순발력 넘치는 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들과 손담비가 호흡을 맞춘 ‘배반의 장미’는 삶에 지쳐 비밀 클럽을 만든 가장 병남(김인권)과 퇴물 시나리오 작가 심선(정상훈), 대학 4수생 두석(김성철)과 미스터리한 여인 미지(손담비)가 모텔에 모여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나려 하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먼저 모텔에 모여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던 세 남자는 마지막으로 도착한 아름다운 여자 미지의 출연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손담비는 섹시하고 매력적이지만 뭔가를 숨기고 있는 미지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며 삶의 낙오자 역을 맡은 다른 배우들과 조화를 이룬다.

첫 주연 영화고, 오랜만에 섹시한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떨리는 마음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손담비를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에서는 주연을 여러 번 맡았지만 영화에서 주연은 처음이다. 개봉을 앞두고 부담감이 많겠다.

▶첫 주연 영화라 부담이 많았는데 김인권, 정상훈 등 오빠들의 지지 덕분에 잘 극복한 것 같다. 제 연기가 큰 스크린에서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많았는데 기자시사 때 영화를 보고나니 속이 후련했다.

-‘배반의 장미’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가? 블랙코미디 장르와 손담비 씨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잘 어울리더라.

▶원래 코미디 장르에 관심이 많았다. 소속사에서는 제가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건넨 대본이었는데, 너무 재미있고 이야기가 탄탄해서 한 번에 읽었다. 캐릭터가 좋아서 “하겠다”고 해서 소속사에서는 놀라더라.

-그간 영화 섭외도 많았을 것 같다.

▶대작 영화도 제의가 왔었는데 저와 캐릭터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거절한 적이 있다. 영화의 크고 작음을 떠나 오로지 대본만 보고 결정했다. 대본을 볼 때는 ‘배반의 장미’가 저예산영화인지도 몰랐다.

-가수로서는 섹시함을, 배우로서는 털털한 선머슴아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배반의 장미’에서는 처음부터 섹시한 모습을 보여주며 등장한다. 연기에서 섹시함을 보여주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아시다시피 저에게는 ‘섹시가수’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래서 연기를 해도 캐릭터가 아닌 ‘섹시가수 손담비’로 색안경을 끼고 보곤 한다. 연기에서는 섹시 코드가 아닌 다른 무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섹시한 캐릭터를 피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기를 하고 싶을 만큼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무대에서 섹시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이 섹시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도움이 되던가?

▶사실 무대에서는 몸의 라인을 살려서 춤을 춘다. 또 광고 촬영을 할 때 섹시함을 강조하는 포즈를 많이 하니까 그런 것들이 많이 도움 됐다. 평소에는 퍼져 있는 편인데, 이번에 연기할 때는 앉을 때도 라인이 보이게 앉았고, 다리를 길게 보이게 하려고 힘든 포즈를 했다.

-자살하기 위해 모인 네 사람이 모텔에서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대학교 MT를 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촬영 분위기는 어땠나?

	‘배반의 장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모텔 세트에서 거의 먹고 자고 하면서 한 달 가량 촬영을 했는데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영화에서 술을 마시면서 게임을 하는데, 말씀대로 MT 온 것처럼 너무 재미있었다. 인권 오빠나 상훈 오빠가 워낙에 코미디 연기의 대가라 애드리브가 무척 많았다. 모텔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이고 대사가 많아서 지루할 수 있었는데, 재미를 주기 위해 애드리브를 많이 넣었다. 처음에는 애드리브를 받는 것이 힘들었는데, 익숙해지니까 저도 같이 하고 있더라. 물론 과하다 싶으면 빼기도 했다.

-‘배반의 장미’는 각기 다른 이유로 삶을 포기하고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블랙코미디로 보여준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미쳤어’나 ‘토요일 밤에’로 인기를 얻었을 때인 것 같다. 당시에는 제 자신이 아닌 것 같아서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체성의 혼란이 컸었다. 자는 시간이 한두 시간이라 기계처럼 움직이는 자신이 싫었다. 하루에 다섯 개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링거를 맞으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병이 깊어졌다.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우울증이 된 것이다. 그러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행복해진 것 같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는가?

▶우리 영화에는 삶에 지친 가장, 퇴물작가, 4수생 등 스스로 인생 패배자라 느끼는 인물이 등장한다. 촬영하면서 그들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행복지수는 낮고, 자살지수는 높은데, 그런 면들이 개선됐으면 한다. 또 소소한 행복이 많은데 너무 각박하게 살아서 못 느끼면서 사는 것 같다. 우리 영화가 소소한 행복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위로도 됐으면 한다. 기분 좋게 웃으면서 보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수와 배우로서 계획은?

▶앨범은 내년에 꼭 내려고 한다. 제가 하고 싶은 것과 대중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안 웃을 때 차갑게 느껴진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스릴러를 하고 싶다. 특히 정신병자나 정신분열증을 지닌 악역을 해보고 싶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