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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여백의 미 일깨우는 ‘문사적 수묵’ 26점

미술평론가 겸 화가 강선학, 소울아트스페이스서 개인전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08-08 18:56:1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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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과잉시대 사색시간 줘”

관객에게 등을 보이는 한 남자가 뱃전에 앉아있다. 먹의 농담(濃淡)으로 표현된 남자 주위 풍경은 강가 같기도, 바닷가 같기도 하다. 남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여백’만이 존재한다.
   
강선학이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13번째 개인전 ‘문사적 그리기로서 수묵화’에 출품된 작품 앞에 앉았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그림 안에 특별히 볼 게 없어요. 물, 배, 돌아선 사람.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대상들이죠. 어떤 의도로 그렸냐고 작가에게 물어볼 것도 없죠.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을 때 사람들은 무엇을 보게 될까요.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고. 여백 속에서 생각할 여지를 주는 거죠.”
미술비평가이자 화가인 강선학(65)이 13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28일까지 수묵 신작 26점을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은 ‘문사적 그리기로서의 수묵화’다. ‘문사적 그리기’는 곧 글쟁이가 그린 그림을 뜻한다. 강선학이 고안한 ‘문인화’(文人畵)의 현대적 표현이다.

“문인화는 대부분 수묵화죠. 문인화와 수묵화는 중국 원(元), 명(明) 시대에 많이 그려졌어요. 이민족이 지배하는 현실 정치에 나서지 않은 한족 사대부가 그림을 통해 저항정신을 드러냈죠. 그들이 그린 난초는 감상용이 아니라 절개를 상징해요. 이 시대, 장인으로서 그림쟁이는 많지만 문인화의 전통은 끊겼다고 봐요. 저는 글쟁이, 문인, 문사로서 현실비판적 감각을 바탕으로 수묵을 그린다는 의미에서 ‘문사적 그리기’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수묵화 ‘묵조’.
수묵은 낡았다는 편견이 있다. 강선학은 “대학에서도 수묵화는 가르치는 이도, 배우려는 이도 거의 없다”고 했다. 강선학은 그런 수묵을 대학 졸업부터 지금까지 그렸다. 13번의 개인전 모두 수묵 전시였다. 자발적으로 시대와 불화하는 그다.

“‘먹’은 무엇인가 묘사하는 데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먹 속으로 사물의 형상이 묻히거나 겨우 드러나죠. 그러나 단색조 색상이 주는 어눌함 혹은 침묵의 어법은 ‘이미지 과잉’ 시대에 관객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사색할 시간을 줍니다. 낡은 것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강선학은 1985년 사인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2년 소울아트스페이스, 2015 창작공간 소울 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사이의 접점을 화두로 글 쓰는 작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1990년 서울문화 예술평론상,1998년 월간미술 대상 미술평론 장려상, 2011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부산 미술의 조형적 단층’ ‘불면’ ‘질문들’ 등 13권의 미술평론집을 출간했다. 월요일 휴관. (051)731-5878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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