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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서 맛보는 프렌치 다이닝…소스 한 방울도 놓치지 마세요

해운대구 송정동 ‘레플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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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속 작은 프랑스

- 구덕포 한적한 어촌마을
- 레몬색·푸른 타일 내부
- 주방엔 외국인 셰프들
- 이국적인 느낌 물씬

# 오너 셰프 라마슈

- ‘부용’ ‘튀일’ 등 조리법
- 현지 공수 재료 활용해
- 한국인 입맛에 맞는
- 프로방스식 요리 내놔

여름이면 더욱 사랑받는 도시가 부산이다. 바다와 부산이 같은 단어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런 부산의 활기찬 바다를 실컷 즐겼다면 조금만 발품을 팔아 해운대보다는 덜 붐비는 송정 구덕포까지 가보자. 프랑스의 작은 해안 마을에 들른 듯한 느낌을 주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후추와 샬롯을 넣어 만든 상큼한 와인소스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레플랑시(051-704-2216)’는 연한 레몬색으로 벽을 칠해 들어오자마자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주방이 바로 들여다보이는 곳에는 바다 같은 푸른색의 타일로 벽을 장식해 시원해 보인다. 주방 안의 외국인 셰프들까지 더해지니 프랑스의 어느 한 식당으로 헷갈린다. 오너 셰프인 프랑크 라마슈 셰프는 송정에 와 보고 자신이 어릴 때 살았던 도빌의 모습과 무척 닮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곳에 자리를 잡고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송정에서도 구덕포 맨 안쪽에 자리 잡은 이곳은 한적한 어촌마을이다. 바다를 접하고 있으면서 작은 고깃배들이 정박한 모습이 평범하고 소박해 보이는 포구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 안에서 바라보면 그 광경마저 좀은 달라 보인다.

   
구운 문어 샐러드의 문어는 채소와 함께 삶아 낸 뒤 구워서 아주 부드럽고 폭신하다.
레플랑시는 세트 메뉴를 주로 내놓고 단품 메뉴도 취급한다. 3가지 코스 메뉴 중 요리 한 가지씩을 맛봤다. ‘레플랑시 코스’의 전채요리인 구운 채소 샐러드로 시작했다. 채소 샐러드 위에 포도, 토마토, 구운 문어 등을 차례로 꽂은 꼬치가 얹어져 나왔다. 꼬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구운 문어였다. 구운 것 같지 않게 아주 부드러웠다. 라마슈 셰프의 아내이자 대표를 맡은 박주연 씨에게 어떻게 만든 건지 물어봤다. 박 대표는 “소·닭·생선살 등에 여러 가지 채소와 타임, 로즈마리 등의 허브를 같이 넣고 물을 부어 삶는 요리 방법을 프랑스어로 부용이라고 한다. 이렇게 요리하면 문어가 아주 부드럽고 탄력 있게 익는다”고 했다. 그것을 잘라 팬에 살짝 구워서 다양한 재료와 꼬치에 꿰었다. 문어는 폭신하며 탄력 있었고 함께 꽂혀 있던 포도와 토마토는 달고 상큼한 과즙을 더해줬다. 아래쪽의 샐러드엔 파프리카를 직화로 구워 질긴 껍질은 벗겨내고 마리네이드(밑간)해 넣었다. 중간중간에 바삭하게 씹히면서 짭조름한 게 있어 궁금해 물었더니 파르메산 치즈를 갈아서 얇고 넓게 펴서 튀겨낸 튀일이라고 했다. 프랑스어로 튀일은 기와를 뜻한다. 얇고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파르메산 치즈와 허브를 섞어 베이킹 시트 위에서 빠르게 구우면 파르메산 튀일이 완성되는데 굽는 동안 치즈가 부글부글 녹으면서 구워져 그물망 같은 모양이 된다. 이것을 좀 부숴 샐러드에 넣으니 짭조름해 간이 맞고 고소함까지 더해줬다.

   
레플랑시의 내부는 연한 레몬색 벽에 푸른색 타일을 써 이국적인 느낌을 낸다.
메인 요리인 안심 스테이크는 레드와인 소스를 곁들였다. 그 위에는 양파를 넣고 구워낸 야채파이를 올려 바삭한 식감을 함께 느끼게 했다. 양파의 4분의 1 정도 크기지만 향과 단맛이 훨씬 진한 샬롯과 후추를 넣어 2시간 동안 만든 레드와인 소스는 스테이크의 느끼함을 완전히 날려줬다. 서양 음식에서 와인을 같이 곁들이는 건 느끼함을 상쇄하는 효과도 있는데, 이 스테이크는 레드와인 소스 자체가 와인의 역할까지 해 뒷맛이 상큼했다. 거기에 프랑스에서 수입한 콩깍지 채로 먹는 그린 빈의 아삭함이 더해져 더욱 좋았다. 박 대표는 “라마슈 셰프가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프랑스식 요리법이나 맛을 찾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특히 부산 사람들은 남부 프로방스의 요리들을 좋아해 그쪽 음식을 주로 낸다”고 했다. 이 스테이크는 ‘데규스테이션 코스’의 메인으로 맛볼 수 있다.

   
누가 케이크는 무스 케이크처럼 녹아내리면서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디저트로는 누가 케이크가 나왔다. 처음엔 디저트의 표면만 보고 푸딩인 줄 알았다. 잘라 보니 무스 케이크 같은 식감이었다. 동그란 돔 형태의 표면은 베리류로 만든 콩줄레로 말캉한 젤리 같아 보였다. 주변은 노란색 물방울 같은 소스가 있었는데 망고로 만든 쿨리로 새콤달콤한 향이 진했다. 케이크는 부드럽게 달콤한 맛이 이어졌다. 첫맛부터 아주 달아서 얼른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달콤함이 아니라 은근하게 단맛으로 다가와 부담스럽지 않았다. 고소한 피스타치오에 새콤달콤한 망고 쿨리를 묻혀 누가 케이크를 같이 먹자 달콤하면서 고소하고 상큼한 맛으로 마무리됐다. 누가 케이크는 ‘리비에라 코스’에 포함된다. 박 대표는 “접시 위에 있는 모든 것은 먹을 수 있는 재료다. 소스 한 방울까지 직접 만드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재료를 빼놓지 않고 맛볼 것을 권했다. 프랑스인 셰프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꾸려가는 레플랑시는 부산 속 작은 프랑스 식당으로 불려도 부족함이 없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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