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 배우 많아 불안했지만
- 모두 연기 너무 잘해 줘 감탄

- 새롭게 시도된 히어로물
-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듯

새로운 역할과 연기에 목마른 중견 배우 조민수가 이전 모습을 단번에 지울 수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4년 만에 돌아왔다. 그간 드라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도돌이표처럼 비슷했던 엄마 역을 벗어나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던 조민수가 기다렸던 영화는 ‘마녀’(개봉 27일)다.

	영화 ‘마녀’에서 아이들을 유전자 조작으로 초능력을 지닌 뮤턴트로 만들어내는 닥터 백 역을 맡은 조민수. 엔터스테이션 제공

‘신세계’ ‘브이아이피’의 박훈정 감독이 연출한 ‘마녀’는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뮤턴트(돌연변이) 영화로, 한 시설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는 사고가 있은 지 10년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미스터리 액션으로 그렸다.

조민수는 아이들을 유전자 조작으로 초능력을 지닌 뮤턴트로 만들어내는 닥터 백 역을 맡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빚어냈다.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민수는 어느 때보다 만족한 모습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4년 ‘관능의 법칙’ 이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다. 그 이유가 있는가?

▶우리 연배의 여배우가 할 것이 많지 않다. 들어오는 것은 딱 엄마 역할이다. 어느 순간 계속 엄마 역에 머물다 보면 다시 새로운 것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는 분들도 엄마가 아닌 다른 역할을 하는 ‘조민수’를 상상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을 오래 전부터 했는데, 그러다 타협하고 힘들어했다. 어느 순간 바보 같이 같은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엄마 역할을 조금 더 있다가 해도 될 것 같아 버티고 참았다. 그리고 ‘마녀’로 돌아와서 좋다. 제가 원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버티면서 불안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심하다가 선택한 영화가 ‘마녀’다. 어떤 매력이 있었나?

▶원래 시나리오에서 닥터 백은 남자 역할이었다. 그런데 박훈정 감독 주변에서 여자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고, 그럼 누가 하면 좋겠냐고 했을 때 제 얘기가 나와서 제의했다고 하더라. 박 감독이 저의 연기를 보고 신뢰해줬다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니 분량 면에서는 많지 않았지만, 이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영화의 소재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것이지만, 닥터 백 캐릭터 또한 이전에 볼 수 없었다. 어떻게 닥터 백을 만들어갔는가?

▶박 감독은 ‘마녀’의 초능력을 지닌 인물들 사이에서 유일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피를 다루는 유전자 조작 박사인데 피를 보고 구역질을 할 정도로 이중적인 인물이다. 외화나 한국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미치광이 악역이 아닌 태생이 그냥 당당하게 갑질하는 과학자다. 태어나 한 번도 남에게 상처를 받지 않고 오로지 남에게 상처를 주던 인물이라 마지막에 총을 맞았을 때 처음 아픔을 느낀다.

-총 맞는 연기는 처음 아니었나?

▶맞다. 연기하면서 총을 처음 맞아봤다. 다른 배우들이 총을 맞을 때 제대로 연기를 못한다며 욕을 먹더라. 그거 보면서 속으로 ‘이 나이에 욕먹게 생겼구나’ 긴장을 너무 했다. 특수효과 팀에게 총 맞는 부위에 넣어둔 피 폭약을 아프게 터지도록 달아달라고 할 정도였다. 박 감독은 “그냥 마음 놓고 받아들이세요” 하더라. 총을 두 방 맞았는데, 다 한 번에 끝났다. 그때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촬영 뒤 “나 총 맞았다”는 말을 사람들에게 쫓아다니면서 했다. 닥터 백의 처음 느끼는 아픔을 표현하는 것이 나에게 그만큼 중요했다.

-영화의 마지막은 2편을 예감하게 한다. 2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는 2편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고, ‘마녀’가 시리즈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촬영 다 마치고 할리우드 영화처럼 히어로물 시리즈가 나오면 좋겠다는 말은 했다. 그런데 생각하면 ‘마녀’의 장점은 죽은 사람도 2편에서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은 인물이 살아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영화가 ‘마녀’다.

-주연을 맡은 자윤 역의 김다미는 신인인데 어려운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처음에는 불안했을 것 같다.

▶다미를 포함해 우리 영화에 신인 배우가 3명이 있다. 처음에는 불안하기도 했는데, 촬영장에 가니 이전 촬영들을 너무 잘 해냈다고 하더라. 우리 때는 대사도 제대로 못하는 신인이 많았는데, 요즘 친구들 보면 감정 표현은 기본으로 다 하는 것 같다. 집에 있다 갑자기 나온 애들은 아닌 것이다. 촬영하는 것을 실제로 보고 있으니 정말 잘 하더라.

-혹시 김다미 씨에게 조언을 해준 것이 있나?

▶다미에게 박 감독 머리에서 만들어낸 인물이니까 감독님 이야기만 들으라 했다. 무엇보다 촬영 중에 멘탈이 붕괴 안 되도록 칭찬을 하면서 뒤에서 밀어주었다.

-김다미 씨가 ‘마녀’에서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직접 액션을 해보고 싶진 않았나?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특수제작된 벽을 주먹으로 때렸는데, 그러면 벽이 쑥쑥 들어가서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그 모습을 박 감독이 보고는 “다음에 때리게 해드릴게요”라며 지나가더라.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가?

▶배우는 대중 안에서 작업해야 하는 직업이다. 40대 이전에는 대중이 저를 좋아하면 기분이 좋았다가, 싫어하면 상처받곤 했다. 그래서 연예인은 바보 되기 딱 좋은 직업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제 저를 신나게 하고 기분 좋게 하는 역할이라면 가리지 않고 촬영할 것이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