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업이 전폭 후원하던 공공예술 전문 갤러리 ‘티엘갤러리’가 설립 4년 6개월만에 문을 닫아 아쉬움을 낳고 있다.

	김형률 ‘달빛무대-모습’(왼쪽), 김범수 ‘달빛무대-아빠의 모습’.

부산 수영구 민락동 ‘티엘갤러리’가 54번째 기획전 ‘우리, 아버지’를 끝으로 다음 달 5일 폐관한다고 30일 밝혔다. 구본호 티엘갤러리 관장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관장직을 떠나게 됐는데 마땅한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무기한 휴관, 사실상 폐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티엘갤러리는 티엘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가 문화 후원 차원으로 2013년 11월 개관했다. ‘도시’ ‘도시인’이라는 대주제 아래 공공미술·공공디자인·도시패션 등 공공예술에 특화한 전시를 꾸준히 열었다. 기업이 이윤을 생각지 않고 사설 갤러리가 좀체 기획하지 않는 공공예술만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전국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번 개최된 ‘도시, 美를 입히다’ 시리즈 기획이 돋보였다. 각각 ‘Street Furniture’ ‘Street Space-공원·광장’ ‘골목길’ ‘아파트’ ‘간판’ ‘도시의 색’ ‘도시, 도시란’을 주제로 만들어진 전시는 도시의 주를 이루면서도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박근표 ‘봄, 봄’.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마지막 전시 ‘우리, 아버지’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에 초점을 뒀다. 작가인 아버지와 그들의 자녀가 함께 ‘아버지’를 그려 부자·부녀가 표현한 ‘아버지’를 나란히 걸었다. 김해동 작가와 김평화(11), 배정호와 배주형(8), 성현섭과 성기헌(20), 김남진과 김윤희(25), 김형률과 김범수(12), 이선재와 이다원(7), 고석원과 고도연(11), 박인관과 박건우(26), 박근표와 박정심(26), 류형욱과 류주헌(14)이 참여해 각각 1점씩 20점을 선보인다. 김형률 작가는 중절모를 쓴 아버지를 그렸고, 아들 김범수는 목도리를 두른 아버지를 그렸다.

박근표 작가는 유복자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사진 몇 장으로 아버지를 유추하다 뭉게구름에 비유해 그렸다. 딸 박정심은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엄격함’ 없는 친근한 아버지를 그렸다. 아버지와 자녀가 떠올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비슷하고 또 다른 점이 흥미롭다. 전시는 나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구 관장은 “작가에게도 감상자에게도 아버지의 고마움과 그리움을 떠올리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티엘엔지니어링과 관객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