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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러’ 주연 유해진 “가슴 뭉클한 가족사랑 담은 영화, 촬영하며 부모님 생각에 눈물도”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8-05-09 18:50:20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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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과 갈등 겪는 전직 레슬러역
- 나도 한때는 부모 속 많이 썩여
- 돌아가신 어머니께 너무 미안
- 지나온 삶 되돌아보는 계기됐죠

지난해 1980년대 가장 중요한 두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와 ‘1987’에 출연하며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던 유해진이 올해에는 ‘레슬러’(개봉 9일)로 포문을 열었다. 특히 앞서 두 작품이 뜨거운 역사의 장으로 휘말린 소시민을 연기했다면, 이번 ‘레슬러’는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을 연기하며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레슬러’에서 전직 국가대표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 아버지 귀보 역을 맡은 유해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레슬러’는 전직 국가대표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 지 20년이 된 귀보(유해진)와 그의 아들이자 2대째 레슬러의 길을 걷고 있는 성웅(김민재), 그리고 주인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 코미디 영화다. 귀여운 ‘귀보 씨’로 변신한 유해진은 아들은 물론, 걱정 많은 어머니(나문희)와 윗집 가족과 나누는 사랑과 정으로 행복한 웃음을 전한다.

옆집 아저씨 같은 한결 같은 모습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해진을 만나 5월 햇살 같은 따뜻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우리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택시운전사’, ‘1987’에 동시에 출연했다. 배우로서도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아버지 귀보와 2대째 레슬러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성웅,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레슬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에서 실제 있었던 일들이고, 두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더구나 제가 연기한 인물은 서민 중에도 빛나는 분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연달아 두 작품에 좋은 역할로 출연해서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1987’로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김윤석 형이 수상 소감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정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저도 공감하는 말이었다. 정성껏 만든 작품,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레슬러’는 소시민이지만 가족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레슬러’는 가족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은 이야기지만 이 또한 소중함이 깃들어 있다. 큰 작품들도 있지만 이런 작은 애들도 잘 컸으면 한다. 극중 아들과 레슬링을 하는 후반부 장면에서 제 부모님도 저 때문에 걱정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찔끔 눈물이 나기도 했다. ‘레슬러’는 부모자식이 서로에 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짜증을 내는 귀보를 보며 많은 공감을 했다.

▶마찬가지다. 속으로는 ‘잘 해야지’ 하면서 막상 표현은 다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해해줘서 가족인 것 같다. 화내고 미안해하고 화해하고. 김대웅 감독님이 실제 자신의 어머니한테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실제와 가깝게 그려진 것 같다.

-실제 부모님과의 관계는 어땠나?

▶자식에게 고생하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저도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특히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다. 청주에서 극단 생활할 때는 집에 안 들어가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군 제대 이후 열심히 하라고 하시고, 어머님 돌아가시면서 따뜻한 말도 나누면서 가까워졌다. 그리고 말렸던 연기를 하면서 밥벌이를 하는 나를 보면서 흐뭇해하신다. 다만 어머님은 그런 것을 못 보셔서 마음 한 구석에 안타까움이 진하게 남아 있다.

-귀보는 20년 전 레슬링 선수이긴 하지만 현재 레슬링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레슬링 훈련을 받았을 것 같다.
▶그것도 전직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아닌가. 전직이라고 해도 레슬링 하셨던 분들이 ‘저게 레슬러가 아니다’라고 하면 안 되니까 훈련을 했다. 물론 현역 레슬러인 아들 성웅 역의 민재처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운동이어서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귀보는 윗집 부부의 딸 가영(이성경)과 소개팅녀 도나(황우슬혜), 두 여자의 사랑을 받는다. 두 여자는 은근히 서로를 질투한다.

▶현실에서 그런 적은 없고, 제가 키우는 강아지 겨울이와 동물병원에 갔을 때 다른 집 강아지가 저를 따라오면 겨울이가 질투를 할 때가 있다(웃음). 어쩌면 ‘레슬러’는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친구이자 딸 같은 가영의 짝사랑, 가영이를 좋아하는 성웅이의 짝사랑,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내리사랑, 이웃 간의 사랑 등 좋은 의미의 사랑이 있는 것 같다.

-‘레슬러’에서 충무로의 유망주인 김민재, 이성경 씨와 호흡을 맞췄다. 두 후배 배우에 대해서 칭찬을 한다면?

▶성경이는 ‘레슬러’가 첫 영화라고 해서 놀랐다. TV 드라마에서 주연을 여러 편해서 그런지 순발력이 좋고, 자신감이 있더라. 그래도 TV와 영화의 현장 분위기가 달라서 힘들겠지 했는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활력 넘치는 모습으로 연기해서 무척 좋았다. 민재 또한 첫 영화라고 했는데 든든하고 듬직했다. 특히 레슬링 훈련할 때는 제가 걱정할 정도로 열심히 해서 좋아보였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쉰 살이다. 혼자 살고 있는데 연애는 하고 있는가, 그리고 외롭지 않은가?

▶촬영장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고, 1년이 쉽게 간다. 인연이라는 것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물론 외로울 때도 많다. 그럴 때는 친구 만나서 술 마시고 그런다. 집에 있을 때는 라디오를 자주 듣고, EBS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어느 때였나?

▶요즘 자전거를 타고 촬영장을 간다. 며칠 전에 비가 오는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갈 때는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 시간이 참 좋더라.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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