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영상을 연출하던 퀴어 시네아스트에서 이제는 우연과 필연이 연속되는 삶 속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펼치고 있는 거장 토드 헤인즈 감독이 또 한 번 아름다운 이야기로 우리를 황홀경으로 안내한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 CGV아트하우스·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원더스트럭’은 1977년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잃은 소년 벤과 1927년 엄격한 아버지의 통제를 받던 소녀 로즈가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기 위해 뉴욕에 오면서 벌어지는 일과 5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두 소년, 소녀가 하나의 운명으로 만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1977년과 1927년을 오가는 ‘원더스트럭’은 두 시대를 ‘영화다운’ 설정으로 그린다. 1977년 뉴욕은 화려한 색감으로, 1927년 뉴욕은 무성 흑백 영화 시대처럼 담았다. 특히 1927년 장면은 액자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두 시기를 이어주는 자연사 박물관이 등장하고,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등이 OST로 삽입되면서 반세기를 오가는 뉴욕은 시간의 개념을 넘어 우주적 질서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특히 두 주인공을 청각 장애인으로 설정해 뉴욕을 무중력 상태의 공간처럼 느껴지게 만들며 묘한 감성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시간은 다르지만 호기심을 자아내는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공간에서 벤과 로즈를 하나로 엮어주는 이야기가 마법처럼 찾아온다. 자신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없는 부모의 부재는 두 아이에게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준다. 이 외로움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이지만, 결국 50년을 뛰어넘는 인연과 사랑으로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지며 관객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가득 전한다.

한편 실제 청각 장애를 지닌 배우로 최근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밀리센트 시몬스가 로즈 역을, 오크스 페글 리가 후천적 청각 장애를 지닌 벤 역을 맡아 순수한 연기를 보여준다. 개봉 3일.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