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구 구포2동 학생문화회관 옆
- 대전 이어 전국서 두 번째 생긴
- 놀이형 법 체험 테마공원 시설

- 키즈카페 버금가는 ‘법 놀이터’
- 법 생성부터 집행 알 수 있는
- 모의 국회·국무회의장·법정
- 교도소 살아보기·경찰 수사 등
- 온 가족 재밌게 법 체험 가능

법(法)은 딱딱하고 어렵다. 그래서 일단 무겁다. 물 수(水)와 갈 거(去)의 만남, 물이 흐르는 대로 간다는 뜻이지만 보통 시민에겐 낯설고 어쩌면 두려운 도구일지도 모른다. 그런 법이 재미있고 친숙한 놀이 공간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우리 곁의 법을 쉽게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산에 있다. 부산 북구 ‘부산 솔로몬 로(Law) 파크’에서 법을 직접 만나고 배웠다.

부산 북구 구포동 백양산 기슭에 위치한 부산 솔로몬 로 파크 전경.

■친근한 법, 놀면서 배운다

부산 사하구 다정한어린이집 원생들이 부산 솔로몬 로 파크의 모의국회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 북구 구포동 백양산 기슭에는 웅장하고 멋진 건물이 있다. 정의의 여신상 뒤로 중세 시대 잘 지어진 성을 연상하는 건물과 잔디밭은 여느 교육시설보다 수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2016년 7월 전국에서는 두 번째로 부산에 문을 연 법무부 부산청소년 비행예방센터가 운영하는 부산 솔로몬 로 파크(이하 로 파크)다. 로 파크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법 놀이터부터 법과의 만남은 시작된다. 경찰관 소방관 복장을 하고 미로로 들어간 부산 사하구 다정한어린이집 원생들이 ‘모르는 사람과 으슥한 곳으로 가도 괜찮을까요’라는 물음이 적힌 안내판 앞에서 이구동성으로 “삐”라고 외치면서 손을 X자로 표시하고 왼쪽으로 들어갔다. 성격이 급한 아이들은 일찌감치 문제를 풀고 미로를 빠져나와 놀이 공간으로 뛰어갔다. 미끄럼틀과 사다리 등을 통과한 아이들의 마지막 과제는 미니 암벽 등반이다. 소녀 경찰관은 112 경찰차 그림이 있는 버튼을, 소년 소방관은 119 소방차 그림 버튼으로 힘차게 팔을 뻗었다. 버튼을 누른 어린이들은 ‘내가 바로 법 영웅’이라는 과제를 완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시내 키즈카페와 견줘도 될 만한 놀이시설에서 최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과 소방관을 체험하는 공간이었다.

■입법·행정·사법을 한 번에

대한민국 정부의 국무회의를 체험할 수 있는 모의 국무회의장에 앉은 어린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법 놀이터에서 한바탕 재미있게 뛰어논 아이들이 법 체험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장 먼저 법의 생성, 입법의 공간인 모의국회다. 역시나 국회의장은 인기다. 앞다퉈 국회의장석에 앉겠다고 하니 로 파크 직원들이 힘에 부친다. 법안 대표 발의자가 연단에서 글을 읽자 의원석에 앉은 어린이 국회의원들이 찬반을 표시했다. 파란색(찬성)이 빨간색(반대)보다 많으면 법이 되고, 적으면 법이 되지 않는다는 로 파크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바로 옆은 모의 국무회의장. 이곳의 의장석은 모의국회보다는 인기가 덜하다. 연단이 높지 않고 의사봉이 없어서 그런 듯했다. 그러나 로 파크 직원이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것이고, 저기 의장석은 대통령이 앉는다”고 설명하자 갑자기 자리 쟁탈전이 치열해졌다. 아예 모의국회에서 의사봉을 가져와 “여긴 내 자리”라고 큰소리를 치는 일곱 살 남자아이도 있었다.

모의 법정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어린이가 천진난만한 표정을 하고 웃고 있는 피고인 친구에게 신문하고 있다.

이어 누구나 법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법의 상징적 공간인 모의 법정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 복장까지 갖춰진 곳이다. “판사는 왜 세 명이냐” “판사와 검사 중 누가 높냐”는 질문부터 “피고인은 뭐 하는 사람이냐” “변호사는 왜 잘못한 사람 편을 드냐” “경찰관은 왜 법정에 앉을 자리가 없냐”는 심오한 질문까지 이어졌다.

■교도소 체험에 웃음기 ‘실종’

경찰 과학수사대원으로 변신한 청소년들이 모의 사건 현장에서 지문 확보 등 초동 수사를 체험하고 있다.

모의 법정 주변으로는 사건의 현장과 함께 사건의 발생부터 탐문, 조사, 검거까지 이어지는 경찰 수사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경찰 과학수사대의 복장을 하고 직접 폴리스라인 안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등 증거를 수집한 뒤 범인을 추적한다. CCTV 판독 과정부터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한 범인 조사까지 체험할 수 있다. 왁자지껄했던 분위기는 여기까지였다. 형벌의 집행 장소인 모의 교도소에서 철창을 보자 어린이들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미결수 기결수 등의 복장을 하고 직접 철창에 들어갔다 나온 어린이들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읽혔다. 다른 장소에서 터져 나왔던 질문도 모의 교도소에서는 없었으니 말이다.

부산 솔로몬 로 파크는 대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생긴 ‘놀이형 법 체험 테마공원’이다. 2시간이면 법과 함께 놀면서 법을 배우기에 나름 충분한 공간이다. 자녀와 함께 법과 정의의 배움터인 로 파크에서 만만하고 친숙한 법, 신나는 법의 나라를 만나보길 권한다.


◇ 아는 만큼 더 즐기는 ‘로 파크’ 이용 방법

# 선거체험관·낙동강 보이는 야외 놀이터도 인기

법 놀이터를 찾은 어린이들이 경찰관과 소방관 옷을 입고 간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법은 본디 지키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다.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게 법. 그래서 부산 솔로몬 로 파크의 슬로건도 ‘법, 아는 만큼 누립니다’다.

입법·행정·사법의 전 영역을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과 함께 로 파크에서는 국민의 가장 큰 권리인 선거제도를 직접 경험하는 공간도 있다. 3층 선거체험관은 선거철이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투표의 가치를 설명하는 최적의 장소로 각광받는다.

로 파크의 실내 못지않게 야외 공간도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곤장으로 대표되는 과거 형벌 체험장부터 낙동강 일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 덱과 야외 놀이터도 있다.

‘법 영웅’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미니 암벽 등반에 나선 어린이들.

로 파크는 연중무휴(1월 1일, 설과 추석 연휴 제외)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다만 1층 미취학 아동만 입장이 가능한 법 놀이터는 주중 오후 3시까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단체만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주중 오후 3시 이후와 주말에는 제약이 없다. 단체 방문 때 법 해설사의 동행을 받으려면 예약은 필수다.

지난해 부산 솔로몬 로 파크를 방문한 인원은 22만여 명으로 ▷학부모와 함께하는 법 나들이 캠프 ▷어린이 법 탐험 캠프 ▷중학생 법 사랑 캠프 ▷고교생 법치세상 캠프 ▷자유학기제 법 체험 캠프 ▷고교생 법 고을 학당 등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로 파크는 오는 25일 제55회 법의날을 맞아 28~29일 법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글=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사진=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