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민 감독은 ‘마파도’,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의 영화에서 인간 내면을 웃음과 함께 그려냈다. 그런 추 감독이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7년의 밤’을 바탕으로 인간의 깊은 내면을 보여준다.

영화 ‘7년의 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7년 전 세령마을의 댐 관리팀장으로 부임을 앞둔 최현수(류승룡)는 갑자기 뛰어나온 여자 아이를 친 후 호수에 유기한다. 그리고 싸늘한 주검으로 나타난 딸의 아버지인 오영제(장동건)는 직접 범인을 찾기 위해 증거를 모은다. 그리고 7년 전 사건의 진실은 대를 이어 최현수와 그의 아들 최서원(고경표)을 괴롭힌다.

정 작가의 ‘7년의 밤’은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이 캐릭터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인간 내면의 악과 죄의 대물림을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그리기 때문에 영화화하기 까다로운 소설이다. 그런데 추 감독은 2시간3분의 러닝타임 안에 원작과 조금 다른 시선과 영화적 요소를 가미해 모든 것을 펼쳐놓는다.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은 절제된 표정과 대사로 표현되고, 7년의 시간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은 치밀한 구성으로 하나씩 드러난다. 전국 각지를 돌며 찾아낸 촬영지 덕에 스릴러 분위기가 더욱 짙어진다. 다만 최현수와 오영제의 대결구도와 복수 형식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두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각되고, 최서원과 그를 도와주는 안승환(송새벽)의 역할이 줄어든 점이 소설과 조금 다르다.

‘7년의 밤’은 폭력을 행하는 인물의 내면을 읽기 위해서 계속해서 집중해야 한다. 요즘 관객들에게 수고스러울 수 있겠지만 다행히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영화에 있다. 게다가 25년 연기 인생 최초로 악역을 맡은 장동건과 연기파 배우 류승룡의 만남도 볼거리다. 개봉 28일.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