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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맛난 안주·좋은 친구·오가는 정담…술이 ‘술술’

연산동 '인생 이야기 술집'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8-03-28 18:56:5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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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포장마차·선술집 분위기 물씬
- 해물 채소 볶아 끓여낸 닭육수가 베이스
- 시원·깔끔한 나가사끼 짬뽕탕으로 첫잔
- 숯불에 구워 타래소스 바른 각종 꼬치
- 닭껍질 튀김 바삭한 맛에 놀라 한 잔 더
- 알알하게 매운 뼈없는 닭발엔 역시 소주
- 입 안에 불나면 달콤한 팥빙수로 달래

좋은 사람들과 술 한 잔을 나누는 여유는 생활의 작은 행복 중 하나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주보다는 술에 집중하겠지만 맛있는 안주에 더 비중을 두는 사람이라면 안주가 맛있는 집을 찾아다닌다. 포장마차가 주는 편안하고 소박한 분위기에 일본 선술집 같은 분위기를 더한 곳이 있다.
   
뽀얀 국물이지만 청양 고추로 얼큰한 뒷맛을 주는 나가사끼 짬뽕 탕과 타래소스를 발라 구운 꼬치는 술을 부르는 안주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인생 이야기 술집(051-865-3221)’의 분위기는 일본 이자카야 같은 느낌이다. 가게 내부를 사케 병과 일본 맥주 광고 포스터 등으로 꾸며놨다. 내놓는 메뉴에는 한국 포장마차나 선술집에서 자주 보던 것이 있어 그야말로 퓨전이구나 싶었다. 양도찬 대표가 제일 먼저 내놓은 것은 나가사끼 짬뽕 탕이었다. 뽀얀 국물에 숙주가 듬뿍 들어 있고 청경채를 올려 테이블에서 끓여서 먹게 했다. 한때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이런 뽀얀 국물 음식이 인기를 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부터 얼큰하게 붉은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은 한국에서는 잠깐의 유행이었다. 그래서 양 대표가 나가사끼 짬뽕 탕을 내놨을 때 좀 의아했다. 그래도 국물부터 한 입 떠먹었더니 예상외로 깔끔하고 시원했다. 뽀얀 국물은 곰탕이 연상 돼 좀은 느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생긴다. 여기선 청양고추를 넣어서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맛을 만들었다.

   
화끈한 닭발(사진 위)은 마지막에 토치질로 양념을 달라붙게 해 풍미를 높이고 꼬치는 직접 숯불에 구워낸다.
양 대표는 닭 육수 국물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 건 채소와 해물을 볶는 과정이라고 했다. 파 기름을 넉넉하게 내고 거기에 해물과 채소를 볶아 닭 육수를 넣고 끓여낸다. 푸짐하게 들어간 숙주가 맛의 포인트. 아삭하게 씹히면서 속까지 육수가 잘 배었다. 오징어 게 홍합 등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닭 육수에 더해져 시원함도 준다. 면은 들어가 있지 않지만 요청하면 넣어서 끓여 먹을 수도 있다. 면을 넣으면 국물이 좀 탁해질 수 있으므로 국물과 채소를 먹고 나중에 넣어 먹는 게 더 좋다.

시원한 국물로 속을 좀 달랬으면 꼬치구이로 본격적으로 달려본다. 닭 염통, 돼지 갈비, 족발, 아스파라거스 베이컨 말이 등 다양한 종류의 꼬치를 숯불에 구워 타래소스를 발라준다. 구운 소금과 통후추로 밑간을 한 뒤 달콤하면서 짭짤한 타래소스를 발라 한 번 더 굽는다. 그중 숨겨진 고수는 닭 껍질 튀김이었다. 닭 껍질은 잘 못 구우면 비린내가 심해 먹기가 어렵다. 이걸 튀겨서 내놓으니 아주 바삭하고 고소했다. 닭 껍질 튀김은 타래소스가 발려 있지 않아 소금에 찍어 먹는 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 맥주나 소주, 사케 모두에 잘 어울리는 안주다. 하나씩 들고 쏙쏙 빼먹어도 좋고 여러 종류를 한 입씩 맛봐도 좋다. 족발을 구워낸 것도 의외로 식감이 좋다. 족발 자체가 가진 쫀득쫀득한 식감이 표면이 가열되면서 더 강해서 씹는 재미가 있다.

포장마차 같은 느낌을 주려고 접시를 쿠킹포일로 싸서 닭똥집 볶음을 올려놓은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다. 번데기, 콘치즈 등의 익숙한 밑 안주도 깔린다. 그중 팥빙수가 나와서 왜 하필 팥빙수를 내느냐고 물었다. 양 대표는 “노래 주점 같은 곳에 팥빙수를 주는 데가 많다. 그만큼 팥빙수가 맥주나 소주 안주로 인기가 있다”고 재미있는 설명을 내놓았다. 시원하고 달콤해 입속이 상쾌하고 술과 잘 어울린다는 얘기였다.

뼈 없는 매운 닭발은 혀가 얼얼하면서 화끈하게 매웠다. 닭발을 한 번 삶아 건진 뒤 양념을 넣고 볶다가 마지막엔 토치로 불질해 양념을 닭발에 찰싹 달라붙게 한다. 그래서 닭발에서 불향이 난다. 달지 않으면서 화끈한 닭발은 절로 소주나 맥주를 불렀다. 그래도 매운맛이 가라앉지 않으면 팥빙수로 진정시킨다. 닭발 특유의 쫄깃함과 자극적인 매운맛에 자꾸만 손이 갔다. 매운맛은 조절할 수 있지만 혀가 아프게 매워야 더 맛있다. 캡사이신같이 인공적인 매운맛은 전혀 쓰지 않고 아주 매운 고춧가루로 맛을 낸다.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하게 맺힐 정도로 매워서 더 매력 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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