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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를 찾아서] 에누리에 대한 소고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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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3-28 18:51:2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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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워즈’에서도 흥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쯤 되면 에누리는 범우주적 트렌드라 하겠다. 가까운 전통시장이나 가게에서 살 수 있는 물품도 백화점에 가서 사는 지인이 있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굳이 백화점으로 가서 사는 이유는?”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흥정할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면, 백화점은 범우주적 트렌드를 위배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흥정이 필요 없을 만큼의 최저가로 살 수 있는 장소가 백화점인가? 그 해답은 궁금하지 않다. 아니라는 사실을 아니까. 이유인즉슨, 에누리해달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물건값을 깎아줄지, 아니면 그럴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는 거절을 받을지 불안해지고, 그 불확실성이 부담되는 것이다.

에누리 과정을 즐기는 소비자도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어?” 에누리의 폭이 크면 클수록 이들의 구매 만족도는 높아진다. 한편, 에누리를 예상하여 가격에 미리 반영해 놓는 판매자도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장사를 타고 났어.”
부산 금정구 장전동 시장에 작은 과일가게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과일을 사러 수년간 다녔던 곳이다. 값을 치르고 돌아 나오던 어느 날, 주인이 나에게 말했다. “가실 때, 거기 앞에 자두 몇 개 가져가서 맛보세요.” 그 맞은편에 철물점이 있었는데, 시멘트벽에 쓸 못이 몇 개 필요해서 사러 갔더니 “그냥 한 통 드릴 테니 가져가세요. 두고 쓰시면 필요할 때가 있답니다.” 나는 그리 미남도 아니고, 붙임성 있는 성격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친절과 호의를 받다니. ‘저 사람은 평소 값을 깎지 않으니, 이 정도는 덤으로 줘도 좋아’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에누리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다. 그런데도 에누리를 시도하는 이유가 있고, 더 적은 돈으로 사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고 본다면, 내 욕심만 조절하면 모두가 편안한 세상이 되겠네.

에누리를 하지 말자고 작심했더니, 물건 사는 일이 편안해졌다.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곳을 이리저리 찾아다녀야 할 수고가 사라진 것이다. 시간이 절약되어 여유로 쌓인다. 때로는 조금 비싸게 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어도, 더 쓰임새 있게 잘 사용하는 것으로 벌충하면 된다. 습관이 되니,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일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인근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나눔 장터를 방문하면서, 상품 브랜드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스스로 가장 기특한 일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더 이해하려는 자세가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인간다워지는 안도감은 덤이다. 모두가 편안한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 공정무역 철학의 기본이 되는 정당한 대가는 이것이 가능하게 돕는다. 공정무역의 체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가치로운 첫 단추임에는 틀림이 없다.

박재범 부산공정무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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