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솜블리’라 불리는 이솜이 영화 ‘소공녀’(개봉 22일)에서 우리 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이솜은 정우성과 함께한 ‘마담 뺑덕’을 시작으로 영화 ‘대립군’,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등으로 대중과 가까워진 배우다. 특히 유니크한 얼굴에서 나오는 사랑스러운 표정 때문에 평범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영화 ‘소공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집’을 포기하고 친구들 집을 전전하는 미소 역을 맡은 이솜. CGV아트하우스 제공

그리고 새 영화 ‘소공녀’에서도 대학을 중퇴한 가사도우미로 위스키와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 한솔(안재홍)만 있으면 행복한 미소 역이라는, 비범치 않은 역할로 찾아왔다. 미소는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집을 포기한 자발적 홈리스로, 대학시절 함께 했던 밴드 더 크루즈의 멤버들을 한 명씩 찾아가 하룻밤을 지내며 이 시대의 청춘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셀프 링거 투혼까지 발휘하며 일하는 친구 문영(강진아), 시댁 식구들에게 음식 솜씨로 무시당하는 현정(김국희), 결혼 후 힘들게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이혼을 준비하는 대용(이성욱), 부모님께 얹혀살며 결혼만이 안정이라고 믿는 록이(최덕문),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부유한 삶을 사는 정미(김재화) 등이 미소의 친구들로, 이솜은 “‘소공녀’는 우리 시대의 청춘들을 그린 영화로, 모든 인물들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스물아홉 살의 배우 인생을 살고 있는 이솜을 만나 ‘소공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공녀’는 ‘족구왕’, ‘범죄의 여왕’ 등의 독립영화를 제작한 광화문시네마의 영화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가?

	월세 대신 담배, 위스키, 남자친구를 택한 미소가 대학시절 밴드활동을 했던 친구들의 집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다룬 영화 ‘소공녀’. CGV아트하우스 제공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특별출연한 ‘범죄의 여왕’ 쿠키 영상에 ‘소공녀’ 예고 영상이 있어서 시나리오 보기 전부터 ‘소공녀’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30대 중후반 배우를 찾는다고 해서 저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범죄의 여왕’을 연출한 이효석 감독님(‘소공녀’를 연출한 전고운 감독의 남편)을 통해서 시나리오를 읽어 봐달라고 전달 받았다. 워낙 관심이 있는 영화여서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공녀’의 미소는 집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택하는 인물이다. 일반적인 인물이 아닌데, 시나리오를 읽고 이해가 갔나?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 면도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비현실적 존재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했다. 저는 현실적인 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사는 미소는 너무 멋있고 여유로웠다. 미소를 연기하면서 저 역시 여유로움을 찾으려고 했다.

-미소는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집세를 포기하고 친구 집을 전전한다. 실제 이솜은 어떤가?

▶전 가족과 살고 있어서 월세 생활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자취하거나 혼자 살고 하는 분들은 너무 공감할 것 같다. 제가 실제로 좋아하는 것은 커피와 극장이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산책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미소가 찾아가는 친구들 중에 가장 공감 갔던 상황은 무엇인가?

▶실은 다 공감이 갔다. 그 친구들이 현실적인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이 안 된 부분도, 공감이 안 될 부분도 없었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시부모님 댁에 사는 현정이와 밤에 누워서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시나리오에는 없지만 가장 친했던 친구라고 생각하고 촬영했고, 진짜 친구 같은 마음이었다.

-‘소공녀’ 촬영을 하면서 매니저 없이 다녔다고 들었다.

▶미소라는 인물을 생각하면서 혼자서 해보고 싶었다. 미소를 연기하면서 매니저가 같이 다니면 뭔가 어색할 것 같기도 하고, 혼자서 모든 일을 하면 미소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싸구려 월세방을 찾아보기 위해 산동네를 부동산 아줌마(박지영)와 다니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범죄의 여왕’에서 인연을 맺은 박지영 선배님과 보러 다니는 그 방들은 실제였다. 특히 박 선배님이 시나리오에 없는 애드리브를 하셨는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장면에 웃음을 주셨다. 그 월세 방들 중 곰팡이가 방 전체에 퍼져 있는 방이 기억에 남는다. 아, 그리고 친구들 중 대저택에 사는 정미의 집은 제작부가 평창동 한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섭외한 집이다. 제작부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미소가 좋아하는 남자친구 한솔 역으로 안재홍 씨가 출연했다. 영화 초반 겨울 월세방에서 섹스를 하려고 옷을 벗다가 추워서 “봄에 하자”고 하는 장면은 너무 재미있었다.

▶재홍 오빠와 함께 하는 장면은 너무 즐거웠다. 말씀하신 장면을 찍는 장면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껴입어서 벗어도 벗어도 옷이 있어서 웃음이 났다. “봄에 하자”는 대사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많이 패러디될 것 같다. 또 손등치기 게임을 할 때는 실제로 해서 진짜 아팠다. 재홍 오빠가 지금까지도 그 얘기만 나오면 미안해한다.

-‘솜블리’라는 애칭이 있다. 애칭에 만족하는가?

▶저에 대한 수식어가 있는 것이 좋지만 부끄럽다. ‘솜블리’라는 수식어에 만족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미소가 아름다운 미소’라는 말을 듣고 싶다.

-‘소공녀’는 20, 30대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20대 후반인 이솜 씨의 고민은 무엇인가?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작품에 대한 것이다. ‘이솜’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고민하고 알아가고 공부하는 중이다. 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드릴지 고민하고 있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