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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작은 가게 꽉 찬 맛 ! 편견 깨러 오시게

부산 금정구 ‘오시게양식당’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8-03-07 18:59:1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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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 이탈리아식 오스테리아
- 달랑 4개뿐인 테이블에
- 앞접시·포크 ‘셀프 세팅’

- 화덕에 구운 14인치
- 마르게리타 피자 환상적
- 재밌는 생바질 페스토
- 귀한 포르치니 트뤼프…
- 이색 파스타도 인기

- 합리적인 가격·맛에
- 약간의 불편함 사라져

식도락가 사이에서 아무 정보 없이 맛집을 찾아내는 비결로 번화가를 벗어나 조금 조용한 골목을 탐험하라는 얘기가 있다. 가게를 낼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입지인데 그런 요소를 덜 고려한다는 것이 이미 맛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일 수 있어서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주택가 골목에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만한 작은 음식점을 찾았다.
   
빨간 토마토와 녹색의 바질에서 착안한 크리스마스 마르게리타 피자. 새콤하고 달콤한 토마토와 고소한 치즈가 어우러져 신선한 맛을 낸다.
‘오시게양식당(051-582-7948)’은 이탈리아어로 가벼운 선술집을 뜻하는 오스테리아다. 내놓는 메뉴는 파스타와 피자, 스테이크다. 금색 타일을 붙인 화덕까지 들어앉았지만 테이블이 4개뿐인 작은 식당이라 앞접시와 포크, 나이프 등은 직접 챙겨야 한다. 이쯤 되면 서비스가 동네 분식집 수준 아닌가 싶지만 음식을 대하는 순간 그런 약간의 불편함은 사라져 버린다. 이승언 오너셰프는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양은 푸짐하고, 음식 나오는 속도는 맥도날드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 편안한 식당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피자부터 내왔다.

   
‘포르치니 트러플 파스타’는 약간 꼬릿하면서 구수한 포르치니 버섯 특유의 향이 제대로 담겨 있어 국물까지 다 떠먹게 된다.
주문하고 5분도 되지 않아 테이블에 등장한 크리스마스 마르게리타 피자는 비주얼부터 놀라웠다. 14인치 슈퍼 사이즈의 피자는 소나무로 만든 두툼한 플레이트 위에 얹혀 나온다. 토핑은 무농약 생바질과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뿐이다. 세로로 접어 한 입 베어 물면 느껴지는 달콤하면서 짭짤하고 진한 토마토의 풍미에 눈이 커진다.

이 오너셰프는 “방울토마토에 꿀, 오레가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려서 화덕에 굽는다. 화덕의 불이 타오를 때가 아니라 다른 걸 만들고 남은 잔열에 천천히 익힌다”고 했다.
   
바질 페스토 크림새우 파스타는 크림 파스타의 느끼함을 바질 페스토가 잡아줘 고소함만이 남아 있다.
토마토는 본래 익혀서 먹어야 건강에 좋은 성분인 리코펜이 체내에 흡수가 잘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토마토의 아린 맛이나 불쾌한 향이 없어지고 향긋함은 진해진다. 피자 도는 이탈리아산 대신 국산 강력분을 쓴다. 그 대신 냉장 상태로 3일 숙성해 부드럽게 만든다. 이 오너세프는 “이스트 양을 줄여서 발효 시간을 좀 더 길게 준다. 그러면 굳이 이탈리아산 밀가루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맛과 식감을 낼 수 있다”며 자신 있어 했다. 피자는 식어도 느끼함이 없어 자꾸 손이 간다.

피자와 함께 인기를 끄는 바질 페스토 크림 새우 파스타를 맛봤다. 바질 페스토라고 적혀 있어 녹색의 비주얼을 상상하긴 했지만 막상 접시를 보니 괜찮을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크림 파스타라면 당연한 약간의 느끼함을 바질 페스토가 눌러줘 고소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바질 페스토 안에 잘게 다진 마카다미아나 잣 같은 견과류가 이 고소함을 배가시켰다. 면도 적절하게 잘 삶겨 접시를 다 비울 때까지 퍼지지 않고 탄력을 유지했다. 탱글탱글하게 익혀진 새우의 단맛에 고소한 크림이 더해져 궁합도 좋았다. 이 오너셰프는 “남들이 다 하는 크림 파스타는 만들기가 싫었다. 그래서 바질 페스토를 넣었더니 색상도 맛도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오시게양식당 가게 내부 모습
메뉴판에 ‘포르치니 트러플 파스타’가 있어 “구하기 어려운 재료일 텐데”하고 물어보니 아는 후배에게서 포르치니 버섯을 싸게 들여와 한정 메뉴로 마련했다고 했다. 포르치니 버섯은 능이버섯과 향이 좀 비슷한 고급 재료다. 좋은 품질의 포르치니는 1㎏에 170만 원 정도 할 정도로 특유의 향이 아주 강하고 크기가 커서 씹는 맛도 좋은 버섯이다. 거기에 트뤼프 오일까지 들어가 있다니 궁금했다. 테이블에 놓는 순간 포르치니 특유의 향에 고소한 버터 향이 섞여 참기 어려웠다. 면에 잘 스며든 포르치니의 풍미에 절로 양손 엄지가 치켜 올려졌다. 쫄깃하게 씹히는 큰 버섯은 포르치니이고 식감을 살리기 위해 느타리버섯도 푸짐하게 들었다. 접시 바닥의 육수까지 싹싹 닦아 먹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예약을 하면 1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식당에 왜 이렇게 줄을 서는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

이 오너셰프는 “서울에서 이탈리아 사람들과 파인 다이닝에서 오래 일하면서 얻은 결론은 대중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놓는 게 맞는다는 거다. 그렇지만 허투루 만들지 않고 내 요리의 예술성은 살리면서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가게를 찾아주는 고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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