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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웅천 도공 자취 살아 있는 일본 속 조선 마을

일본 규슈 히라도·미카와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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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사키현 서쪽 끝 히라도
- 임진왜란 때 끌려온 조선도공
- 가마 만들고 도자기 생산
- 재료 찾아 미카와치 이주한 뒤
- 후손들 아직도 명맥 유지해
- 자기로 만든 지도·명판 등
- 아기자기한 볼거리 재미 쏠쏠

일본의 4대 섬 가운데 가장 남쪽의 규슈. 이 가운데 서쪽 끝 나가사키현은 일본이 쇄국하던 때 유일하게 서양과 교류의 창이 열려 있던 곳이다. 일본의 현 가운데 가장 많은 섬을 거느린 나가사키에서도 특히 서쪽 끝 육지와 연결된 히라도는 한국, 중국은 물론 서양과의 교류에서 관문 같은 역할을 했다. 나가사키시에 앞서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까지 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린 곳으로 일본의 외국 문물 수용과 가톨릭 포교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히라도는 우리나라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악연이라고도 할 만한데 임진왜란 때 경남 진해 웅천의 도공들이 처음 끌려간 곳이 바로 히라도다. 이들이 이후 좋은 도자기 흙(도토)을 찾아 이주한 사세보시 미카와치에는 지금도 조선 도공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해마다 웅천에서 끌려간 선조 도공들의 넋을 위로해온 최웅택 사기장을 따라 히라도와 미카와치를 찾았다.
   
히라도섬의 중심가인 히라도항 교류광장에서 바라본 히라도성. 가운데 가장 큰 건물이 천수각이다. 히라도성은 임진왜란 때 진해 웅천의 도공들을 납치해간 히라도 번주 마쓰라 시게노부의 후손인 마쓰라 다카시가 18세기 초 축조했다.
■진해 도공의 첫 정착지 히라도

일본 나가사키현 북서쪽 끝 다비라에서 한국의 남해대교와 비슷한 빨간색 현수교인 665m 길이의 히라도 대교를 건너 북쪽의 히라도항으로 가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히라도성 천수각이다. 히라도항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우리나라 다도해처럼 섬들이 중첩되는 절경을 볼 수 있는 히라도성은 1707년 성주인 마쓰라 다카시가 축조했다. 마쓰라 다카시의 선조이자 옛 히라도번의 초대 번주인 마쓰라 시게노부가 진해 웅천에서 도공들을 끌고 간 장본인이다.

마쓰라 시게노부는 임진왜란 때 조선 침공의 안내자 역할을 맡았다. 히라도항 북쪽 언덕의 마쓰라 사료박물관에는 임진왜란 2년째 겨울인 1593년 11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시게노부에게 보낸 문서가 전시돼 있다. 여기엔 콕 찍어 도공을 보내라는 내용이 있다. 1진으로 침략한 그는 7년 동안의 전쟁이 끝나고 돌아올 때 수천 명에 달하는 조선인을 히라도에 끌고 왔다. 이 가운데에는 웅천 출신의 사기장 거관 등 도공들이 있었다.

   
웅천 출신 도공들은 히라도항에서 남서쪽으로 8㎞ 정도 떨어진 야마나카초 야스만다케산 북동쪽 골짜기에 자리 잡았다. 조용한 시골 마을인 이곳에는 현재 웅천 도공들이 자리를 잡은 뒤 처음 만들었던 가마터가 남아 있다. 자그마한 계곡 옆 완만한 비탈에 현 지정 사적인 나카노 가마터임을 알리는 나무 팻말과 안내판만 서 있다. 가마터 입구의 자그마한 전시관에는 이곳에서 발굴된 깨진 도자기와 발굴 당시 작업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시장 유리에 두껍게 쌓인 먼지가 이곳이 얼마나 찾는 이가 드문지를 말해준다. 웅천 도공들은 오래지 않아 도토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주했는데 그사이 이곳에서 사망한 도공들의 무덤이 히라도항에서 멀지 않은 주택가 한쪽에 숨어 있다. 나무가 둘러싼 돌무덤들은 최 사기장이 해마다 찾을 뿐 발길이 자주 미치지 않는 탓에 쓸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최 사기장이 주도해 세운 고려비가 그 쓸쓸함을 달랜다. 최 사기장 일행은 고려비에 준비해간 음식과 함께 술과 차를 올렸다.

■흙을 찾아 옮겨간 미카와치

   
미카와치마을의 한 가마에서 도공들이 도자기에 문양을 그리는 모습.
진해 웅천 출신의 도공들은 히라도섬에 처음 자리 잡고 가마를 만들어 도자기를 구워냈다. 당시 도자기와 함께 처음 구워낸 자그마한 불상은 히라도 시내 개인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그런데 히라도에는 백자를 구울 수 있는 도토가 없었다. 그래서 웅천 출신 도공들이 옮겨간 곳이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미카와치마을이다. 사세보선 철도의 자그마한 무인역인 미카와치역을 지나 좁은 도로로 10분쯤 들어가면 미카와치마을 입구의 관광안내소가 나온다. 작은 개울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주택과 가마가 있는 마을은 아담하다.
   
타일로 만든 미카와치마을 안내도.
안내소 앞에는 32개의 큰 타일로 만든 마을 안내도가 반긴다. 안내도 바로 앞에는 묘지다. 한국과 달리 마을 한복판에 있는 묘지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묘지 입구의 불상들에는 잔이 하나씩 바쳐져 있다. 앞서 히라도섬 도공의 무덤에도 잔이 하나씩 올려져 있었는데 이곳도 불상을 비롯해 무덤에도 잔을 올린 곳이 많다. 묘지는 마을 오른쪽 비탈에도 조성돼 있다. 최 사기장은 이곳 신사와 무덤에도 차를 올렸다.

   
히라도 고려탑에 음식과 차를 올리고 절하는 최웅택 사기장.
미카와치에는 일본인도 적지 않지만 아직 상당수는 조선인의 후손이다. 마을에 있는 2개의 신사도 조선 도공과 관련돼 있다. 마을 동쪽 산비탈에 있는 도조신사는 웅천 도공 거관의 손자인 이마무라 야지베를 모신 곳으로 원래는 거관을 모신 웅천신사가 있던 자리다. 또 마을 남쪽 산자락에 있는 가마야마(釜山) 신사는 거관과 함께 웅천에서 끌려온 고려 할머니(고라이바바)를 모신 곳이다. 이곳에는 미카와치도자기공업협동조합에 등록된 40곳 이상의 가마 가운데 30곳 정도가 모여 있다. 히라도에서 옮겨온 흔적으로 가마의 이름에 히라도가 붙은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바퀴 도는 데 30분이면 충분한 작은 마을이지만 공중화장실의 남녀 표시부터 가마의 명판, 돌담길까지 마을 구석구석에 도자기 마을의 특징을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미카와치마을 묘지의 불상.

# 히라도·미카와치 가는 길

- 후쿠오카 공항서 사세보행 버스 타고 가는 게 편리

   
미카와치야키 미술관의 전시실.
부산에서 히라도와 미카와치를 가려면 후쿠오카를 거쳐 사세보에서 가는 게 편리하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사세보행 버스를 타고 오로시혼마치 입구에서 내려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JR 특급 기차로 오무라선 하이키역에서 내려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미카와치역은 완행열차만 서는 무인역으로 사세보에서 타고 가면 된다.

히라도로 가는 길도 사세보를 거치는 게 편리하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사세보역과 다비라히라도구치역을 거쳐 버스를 갈아타고 들어가거나 하카타에서 고속버스로 사세보로 간 뒤 히라도행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히라도에서 미카와치로 가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사세보를 거치면 된다.


◇ 히라도항 속 유럽

- 대외교류 관문 역할 탓, 네덜란드 흔적 곳곳에

   
히라도항 교류광장에 있는 일본-네덜란드 교류 400주년 기념탑.
히라도섬 전체가 대외 교류의 무대였지만 특히 히라도항을 중심으로 네덜란드와 교류의 흔적이 집중적으로 남아 있다. 대항해시대로 불리는 당시 서양의 지도에는 히라도가 피란도(Firando)로 알려졌다. 히라도성을 올려다보는 히라도항 북쪽 버스정류장 앞의 교류광장에는 포르투갈 입항비와 자가타라 소녀상이 서 있다. 1639년 막부가 서양인과 결혼한 여성과 혼혈 자녀를 지금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모두 추방했는데 이 소녀상은 당시 강제로 고향을 떠난 혼혈 자녀를 기억하고자 세운 상이다. 교류광장에서 역사의 길을 따라가면 마쓰라 사료박물관으로 이어진다.

히라도성을 마주 보는 항구의 북쪽 모퉁이에 네덜란드상관 등 네덜란드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1639년 축조된 석조건물인 상관은 일본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현재 건물은 복원한 것이다. 상관 바로 앞에는 방파제를 겸해 축조한 조토노하나 등대가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또 이곳에는 네덜란드 담장, 네덜란드 우물, 네덜란드 부두 등 시설도 있다. 상관 뒤 언덕에는 히라도에 처음 세워졌던 성당 터와 1550년 히라도를 찾아와 포교했던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기념비가 있다. 교류광장에서 북쪽 언덕을 바라보면 성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기념성당의 십자가가 바라보인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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