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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20> 산청 법계사

지리산 품에 안긴 하늘 아래 첫 산사 … 일제수난 역사 곳곳에

  • 국제신문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18-02-21 19:16:1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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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6·25때 소실 아픔
- ‘일본 명운 쥔 사찰’로 알려지자
- 일제시대 쇠말뚝 등 온갖 만행

- 멸종 위기 수목 눈향나무 서식
- 할머니산신 모셔 둔 것도 특이

민족의 명산 지리산 정상을 오르는 길에는 많은 땀과 인내가 필요하다. 천왕봉 정상 아래에 이르면 절벽 위에 고색창연한 사찰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신라 진흥왕 5년 544년에 인도에서 연기조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가져와 봉안한 법계사 내 적멸보궁의 모습. 김인수 기자
천왕봉을 병풍처럼 두르고, 구름도 제집인 양 지친 몸을 쉬어가는 곳. ‘하늘 아래 첫 사찰’인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법계사(해발 1450m)다. 지리산에 동이 트면 자연석 위에 반듯이 세워진 3층 석탑도 따사로운 햇살에 흥건히 젖는다.

법계사에 오르는 길은 중산리에서 출발하는 코스보다는 중산리∼순두류 경남 환경교육원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간 뒤 오르면 훨씬 쉽다. 순두류 경남 환경교육원 숲길을 따라 1∼1시간 30분 정도 오르면 사찰에 도착한다.

매일 새벽과 저녁에 이뤄지는 무게 1080관(4050㎏)의 범종 타종식은 엄숙하다 못해 장엄하다. 사찰 2㎞ 위쪽 천왕봉과 4㎞ 아래의 중산리 마을까지 들릴 정도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산신철야기도는 유명세를 타고 전국에서 많은 신도가 몰려들고 있다.

법계사는 1500년의 역사를 지닌 신라고찰이다. 544년(신라 진흥왕)에 인도에서 연기조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가져와 봉안한 적멸보궁 도량이다. 사찰 앞에는 고운 최치원과 관련된 유적지인 문창대(文昌臺)가 있다.

■민족 애환이 담긴 사찰

법계사도 장구한 우리 역사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고려 우왕 6년(1380년) 9월에 왜구의 방화로 불타면서 첫 번째 시련을 겪었다.

그 후 조선시대 태종 5년인 1405년에 정심(正心) 선사가 중창해 불자들의 기도처로 이용됐다. 그러나 1908년 지리산이 의병의 근거지로 활용되면서 일본군이 불을 질러 두 번째 수난을 당했다.

1948년 10월 여순사건이 일어나면서 지리산이 반란군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자 토벌군은 지리산 대원사와 함께 법계사를 불태웠다. 세 번째 시련이었다.
법계사가 흥하면 일본이 망하고 법계사가 망하면 일본이 흥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것이 법계사 경내에 전시된 쇠말뚝이다. 일제시대 만행의 산물인 쇠말뚝은 한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법계사 뒤쪽 혈 자리에 박혀 있던 것으로 지름 12㎝, 길이 1.2m, 무게 80㎏에 달하며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관해 주지 스님이 2005년 천왕기도를 하던 중 2개를 발견, 전문가에게 의뢰해 뽑은 뒤 전시하고 있다.

■문화 향기 있는 사찰

   
법계사 3층 석탑.
일주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법계사의 상징인 삼층석탑이 거대한 자연석 위에 우뚝 솟아 있다. 보물 제473호로 지정된 이 탑은 높이 3.6m로 크지는 않지만 거대한 자연 암반을 기단으로 사용한 모습이 특이하다. 이 탑은 바위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이다. 탑신부의 몸돌과 지붕돌은 각각 하나의 돌로 만들었으며, 몸돌 각 모서리에는 기둥을 넓게 새겼다.

양식이 간소화되고 투박한 느낌을 준다는 의미에서 전형적인 신라석탑 양식에서 벗어난 고려 시대의 석탑으로 추정된다.

삼층 석탑 우측에 아미타 부처님을 모셔 놓은 극락전이 있다. 바람에 딸랑이는 풍경 소리를 들으며 극락전을 나와 다시 앞쪽의 전각으로 오르면 산신각이 있다. 산신각에는 어느 사찰에서도 보지 못했던 할머니 산신이 모셔져 있다. 할아버지 산신과 용왕님도 있지만 할머니 산신을 모셔놓은 것이 특이하다.

■멸종위기 눈향나무와의 인연

법계사 경내와 사찰 주변에 멸종위기 고산지 수목인 ‘눈향나무’ 2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경내 표지석에는 희귀수목인 눈향나무가 자생하는 이유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눈향나무(누운 향나무)는 아고산대 지대에서 자생하는 멸종위기 상록 침엽관목이다. 높이 75㎝ 내외로 땅에 붙어 자란다.

법계사와 눈향나무의 ‘특별한 인연’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남과학기술대학 추갑철(산림자원학과) 교수가 지리산 천왕봉 주변 천왕샘 부근의 눈향나무의 자생지 복원을 위해 삽목(꺾꽂이) 방식을 이용한 눈향나무를 대량 증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1995년 5월 천왕샘 지역의 눈향나무 자생지 복원을 위해 지리산을 찾은 추 교수는 법계사에서 하룻밤을 묵던 중 당시 주지였던 진욱 스님을 만났다.

추 교수 일행을 맞이한 진욱 스님은 “어젯밤에 눈향나무 심는 꿈을 꿨다”며 법계사 주변에도 심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주지 스님으로부터 사연을 전해 들은 추 교수는 그 인연을 특별하게 여기고, 증식한 눈향나무를 법계사 경내와 주변에 심고, 나무 관리법도 전수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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