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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24> 다시 생각하는 문화행정의 ‘원칙’

절차 무시한 부산시… ‘미운털’ 뽑기 의혹 키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07 19:03:0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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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 부산영상위원장 ‘해촉’
- 시, 공과 평가도 없이 결정
- ‘보복성 인사’ 등 뒷말만 무성
- 문화행정 공공성 훼손 우려

부산영상위원회 최윤 운영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바로 그 거취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부산시가 그를 재신임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국제신문 7일 자 9면 보도)은 또다시 문화행정의 원칙 또는 기본을 생각하게 한다. 그 원칙 또는 기본이 훼손됐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부산 수영구 광안동 아시아영화학교에서 열린 제1회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 졸업식 광경. 국제신문 DB
최윤 운영위원장은 2016년 9월 취임했다. 전임 안병율 운영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부산시가 황급히 찾아내어 선임한 인사가 최윤 운영위원장이다. 그의 임기는 오는 28일까지다. 그를 재신임하여 더 일하게 할 것인지 재신임하지 않고 새로운 후임자를 찾을 것인지는 부산시의 권한이 맞다. 부산시가 판단할 사안이다. 여기에는 이의가 없다.

여기서 문제로 제기하여 논하고자 하는 사항은 그 ‘과정’이다. 문화 영역에서는 ‘좋은 과정’ 그 자체로 목적일 때가 많으며, 부산시를 비롯한 공공 기관의 인사 행위는 공적으로 평가해야 할 요인을 종합해서 반영하는 공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소홀히 하거나 희생하면, 공공적인 틀을 빌린 사실상의 사적인 선택이나 결정으로 비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최윤 운영위원장의 재임 1년 6개월 활동에 관한 공과 또는 성과에 관한 분석이나 평가를 공유하고 공공의 장에 올리는 과정이 전혀 선행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최윤 운영위원장 재신임에 관한 안건을 오는 13일 열릴 부산영상위 총회 안건에 올리지 않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를 ‘자연스럽게’ 해촉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한 공식적인 이유를 모른다.

이런 상황까지 오려면, 운영위원장으로서 당사자의 활동에 관한 공과 또는 성과를 놓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그런 판단의 근거를 알려주지 않았다. 총회에서 그런 논의를 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 상황에서 되새겨보면 뭔가 앞뒤가 바뀌었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언론 기관 관점에서 나름대로 그의 공과나 성과를 생각해보면, 부산시의 현재 방침이 당혹스럽다.

최윤 운영위원장은 취임 이후 당시의 난제로 꼽혔던 아시아영화학교 개교와 운영 문제를 잘 풀었다. 영상위원회의 한국영화아카데미 등과 성격이 겹칠 우려가 있던 감독 양성 중심의 국제 영화학교 설립이라는 기존 방향을 틀어, 영화 제작 현장에서 비중이 높아진 영화 PD 양성과 국제 교류망 형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실속과 명분을 맞추는 틀을 잡았다. 이는 큰 그림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첫 ‘영화 PD’ 출신 운영위원장으로서 부산영상위의 활동 초점에 일정한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조짐을 보였다고 판단한다. 영화 관련 문화 기관의 수장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감독 또는 학자 출신이 아닌, 또 다른 영역 출신의 현장 전문가로서 나름의 가능성과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봤다.

이와 함께, 부산영상위 직원들의 역량을 바탕으로 영화인과 촬영팀 전용 호텔 시네마하우스 부산을 시작해 잘 운영하거나, 현장 전문가 출신으로서 ‘영화인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려는 접근, 촬영 지원을 포괄하는 부산의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시도 등을 보여줬다고 판단한다.

바깥에서는 상세히 모르는 조직 내부의 문제나 공과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면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것도 끄집어내 평가에 알맞게 반영하면 된다. 큰 잘못이 있는데 작게 반영하는 것도, 작은 잘못이 있는데 크게 반영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으므로 알맞게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그렇게 큰 그림을 놓고, 공과 과를 보는 과정이 있어야 공공적 설득력이 생긴다.

   
끝으로, 지금 부산 지역사회에 알려진 것처럼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이사장으로 ‘복귀’하는 데 최윤 위원장이 적극적인 지지 발언을 한 것을 부산시에서 문제 또는 잘못으로 인식하고 ‘보복성 인사’를 하려는 것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적절치 않다. 또다시 갈등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눈길로 보면, 지금은 BIFF라는 ‘어쨌든 옥동자’를 놓고 여러 주체가 통 크게 화합하고 재도약을 꿈꿔야 할 때이다. 그 길에서 ‘미운털’이 웬말인가?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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