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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기차 타고 떠나는 울주 남창옹기종기시장 나들이

설렁설렁 구경하다 잔치국수 한 그릇 후루룩…“구수한 오일장 맛에 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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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하고 정감 어린 울산 남창역
- 동해남부선 복선공사 완료되면 83년 역사 뒤로 하고 폐쇄될 듯

- 역 바로 앞 ‘남창옹기종기시장’
- 주변 지역에 알려진 전통시장
- 전문 ‘쇼핑객’부터 관광객까지…북적대는 사람 구경 재미는 덤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는 현대 세상에서 느린 것은 더는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휴대전화는 나날이 빠르게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져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로 줄어들었느니 하는 게 화제이고 자고 나면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새로 개통됐다는 소식이다. 버스가 드물던 옛날에는 느린 철도가 주요 운송수단의 하나였지만 어느새 운행 편수가 줄고 이용객이 준 역은 하나둘 폐쇄되고 있다. 예전 해운대 해안을 달리며 바다 풍광을 보여주던 동해남부선도 새로 이뤄진 동해선에 의해 속도는 빨라지고 역사도 새 건물이 들어섰지만 예전의 정감 어린 모습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구간이 울산지역이다. 몇 개 남지 않은 일반역도 동해선 공사가 끝나면 사라지거나 새로운 역사에 임무를 넘겨주게 된다. 정감 넘치는 자그마한 역은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80년 세월을 넘기고 조만간 자리를 넘겨줄 남창역도 그런 역 중 하나다. 설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남창역에 내려 오일장이 열린 남창옹기종기시장을 찾았다.

■머지않아 ‘박제’가 될 남창역사

   
지난달 28일 오일장이 열린 남창 옹기종기시장을 주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제수용 생선을 팔고 설 특별장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는 남창 시장은 이미 설 분위기다.
일요일 일찍 부전역을 출발해 센텀역과 신해운대역, 기장역, 좌천역을 거쳐 남창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빈자리를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네 량짜리 열차의 거의 한 칸을 차지한 등산복 차림의 승객들은 달음산이 있는 좌천역에서 내리고 이어 상당수가 남창역을 앞두고 가방을 들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도 대운산 산행에 나선 이다. 남창역에 내리니 현재 선로와 평행하게 동해선 복선전철 공사가 한창이다. 아직 지반만 다져둔 상태다. 원래 올해 중으로 끝날 예정이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뤄졌다. 그마저도 내년 말께면 끝나고 현재 역사의 동쪽에 새 역사가 들어서게 되면 83년 역사의 남창역은 용도를 다하게 된다.

남창역은 1935년에 완공돼 영업을 시작했다. 온산에 공단이 들어서면서 1979년에는 남창~온산선이 신설돼 철도 교통의 요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요량치고는 남창역사는 지나치게 아담해 보인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당시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준다는 이 건물은 그러나 이후 수차례 개·보수를 하며 옛 모습은 대부분 사라졌다. 일찌감치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이름을 올렸지만 평범한 눈으로 그 가치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잘 보면 건물 구석구석에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삼각형 모양의 박공 2개가 인상적이고 역사 건물 좌우 벽의 지붕 밑에 난 둥그런 창은 나무는 틀어지고 칠은 빛이 바래 옛 모습을 보여준다.

내년에 동해선 복선전철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건물은 문을 닫는다. 지역사회에서 박물관 등의 용도를 생각하고 있다지만 하루 30차례 가까이 오가는 무궁화 열차가 서고 좁은 대기실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새 역사는 전철 전용 역으로 계획되고 있어 무궁화호와 같은 일반 열차는 이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딱 그 모습이 지금 동래역 옛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거대한 새 동래역에 가려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급기야는 보존을 위해 이사가야 하는 옛 동래역보다는 그나마 제자리를 지키는 남창역의 처지가 나을까. 이러나저러나 사람의 숨결이 계속해서 닿지 않는 공간은 굳어 박제처럼 되는 건 매한가지다.
■5일에 한 번 ‘들썩’ 남창옹기종기시장

   
검정콩과 땅콩을 즉석에서 볶아주는 상인.
옹기의 고장답게 역 앞의 정원을 옹기로 꾸며놓은 남창역을 뒤로하고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남창옹기종기시장과 맞닥뜨린다. 이곳은 3일과 8일에 장이 서는 오일장이다. 요즘이야 어디든 문을 나서 차를 타고 10분이면 대형마트가 있지만 오일장은 한 번 놓치면 5일을 기다려야 한다. 장날을 맞아 오일장에 들어서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인파에 휩싸여 정신없이 시장을 돌게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무궁화 열차나 마찬가지로 호흡이 느린 곳이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을 깜빡하면 다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5일이라니 말이다.

   
갓 튀긴 도넛이 진열된 매대.
속도를 추구하는 세상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한 남창옹기종기시장이지만 지리적인 이점과 명성 덕분인지 휴일인 덕분인지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는 지나다닐 재간이 없다. 이르게 설 제수를 장만하는 이들도 있고 딱 봐도 관광객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군것질거리에 연신 눈을 돌리는 가족도 있다. 동해선과 인접해 달리는 도로를 한쪽 경계로, 남창천 옆 이면도로를 반대쪽 경계로 해서 그사이에 자리 잡은 남창옹기종기시장은 모음 ‘ㅗ’자 비슷한 모양이다. 한 방향은 어물, 한 방향은 농산물, 나머지 한 방향은 공산품이 주를 이룬다. 외곽으로 돌아도 보고 안으로 곧장 지나가 보기도 하며 몇 차례나 시장을 돌았다. 좌판은 그대로지만 지나는 이나 사는 이들이 바뀌니 돌 때마다 다른 곳을 지나는 느낌이다.

   
도기를 파는 좌판.
설렁설렁 시장은 물론 인접한 도로로 뻗은 가게와 좌판까지 모두 구경한 뒤 잔치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마시다시피 먹고는 본격적인 ‘쇼핑’에 나섰다. 모퉁이마다 있는 ‘뻥튀기’의 강렬한 시각적·후각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강정을 집어 든다. 한 마리에 2만5000원이라는 큼지막한 말린 대구 앞을 몇 번이나 지나가며 입맛을 다시고는 그 옆의 일고여덟 마리에 1만 원 하는 말린 가자미를 사 든다. 살까 말까 하면서 다니다 보니 어느새 에코백이 묵직하다.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충동구매와 과잉구매를 피해갈 수는 없다. 애당초 뭘 꼭 사겠다고 마음먹고 나선 길도 아니었다. 어쨌든 되돌아가는 길에 무거운 짐을 들게 됐지만 후회는 없다. 남창옹기종기시장은 설 앞에는 특별 장이 오는 13, 14일 이틀 동안 열린다.


◆동해선 남창역 가려면

- 내년 후반기까지 부전서 13회 무궁화호 열차 운행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창역사.
내년 후반기 동해선 공사가 마무리되면 남창역에는 더는 무궁화호가 서지 않는다. 아마도 새로운 복선전철 역사에 서는 전철이 운행하겠지만 무궁화호 열차와 전철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기존의 자그마한 역사가 용도 폐기되고 새로 생기는 역사는 규모가 몇 배로 커진다. 여객 수가 그 정도로 폭증하지는 않을 터인데 기존의 역사에서 겪는 조금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큰 건물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현재 부전~남창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편도 13회 있다. 부전역에서 6시 첫차를 비롯해 오전에 6회 출발한다. 남창까지는 51~55분 걸린다. 센텀역에서는 12회, 신해운대역에서는 13회 왕복 운행한다.

남창역과 마찬가지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울산지역의 오일장으로는 호계역에 내리면 바로 갈 수 있는 호계시장이 있다. 호계 오일장은 1일과 6일 열린다. 소요시간은 부전역에서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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