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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3> 법기수원지

초고층 편백숲서 피톤치드 샤워… 굴곡의 역사 씻어내다

  • 국제신문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1-24 18:53:59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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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발길 막았던 반송 7형제
- 방문자 허리굽혀 겸손함 가르쳐

- 편백 늘씬한 자태에 눈·코 호강
- 우리나라서 가장 오래된 취수탑
- 반송과 어우러져 한폭의 풍경화

- 수원지 79년만인 2011년 개방
- 금정구 7000세대 식수로 공급
숲은 고요하다. 그리고 시원하다. 비단 온도 때문은 아니다. 숲에는 도무지 형언할 수 없는 특유의 신선함과 상쾌함이 있다. 사람의 발길, 사람의 숨결이 덜 묻은 곳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산골 마을, 법기.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수원지는 도심 속 스트레스를 비교적 단시간에, 수월하게 날릴 수 있는 최적의 산책 숲길이다. ‘79년 금단의 자연’이 만든 비경을 오롯이 품은 법기수원지를 찾았다.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수원지의 댐 마루에 있는 반송. 한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가지가 무수히 갈라진 부채 모양의 반송 7형제는 이곳의 상징이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초고층 숲에서 피톤치드 목욕

법기는 상수원 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곳이다. 그래서 이곳 법기수원지는 수십 년 동안 인간의 출입이 제한됐다. 청정수와 청정목, 청정자연이 고스란히 간직될 수밖에 없었다. 출입구 바로 앞 무료 주차장에 도착하자 곧바로 숲의 내음이 코끝을 건드린다. 빽빽하게 솟은 나무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는 한겨울 숲. 피톤치드를 듬뿍 품은 숲 바람이 법기수원지의 인사를 전해왔다. 눈과 코가 시작부터 호강이다. 일단 무조건 숨을 많이 쉬어보자는 식으로 가쁘게 호흡했다.

댐 마루로 향하는 숲길의 양쪽으로 늘어선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가 대숲이나 솔밭에서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상쾌함을 선사했다. 원산지는 히말라야산맥. 신기하게도 한 몸에서 출발해서 중간쯤 갈라졌다가 다시 붙어 자라는 히말라야시다도 있었다. 길가에서 웅장함을 뽐내는 히말라야시다의 안쪽으로는 치유의 상징인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편백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족히 높이 40m는 넘는 초고층 빌딩, 아닌 초고층 숲이었다. 한낮이지만 어두웠다. 그래도 늘씬하게 뻗은 ‘빌딩’ 사이로 햇살이 고개를 힘겹게 내밀었다. 첫 번째 사진 포인트라고 한다.

■법기수원지의 상징 ‘반송 7형제’

   
법기수원지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안내판.
하늘만 보고 5분 정도를 걸으니 댐 마루에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이제 법기수원지의 상징인 반송을 구경할 차례. 오랜 세월 인간의 발걸음을 막으면서 감췄던 법기수원지의 주인공은 독특한 모양의 반송 7그루였다. 한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가지가 갈라진 채 부채 모양을 한 반송은 한 폭의 그림이다. 국내에서 찾기 힘든 종이다. 약 80년 전 법기수원지를 조성하던 때 수령 50년을 넘긴 ‘반송 7형제’를 이곳으로 모셔왔다고 하니 자그마치 수령은 130년 이상으로 추산된다. 쟁반처럼 자란다고 해 ‘소반 반(盤)’을 써 반송으로 부른다고 한다.

누구든 반송을 지나 또 다른 반송을 만나려면, 그리고 댐 마루를 조금 더 걷고 싶다면 반송의 가지 아래로 허리를 굽혀야만 한다. 속세에서 허리를 굽힐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곳까지 와서 허리를 숙이자니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허리를 굽혀 지나온 반송을 뒤돌아보니 처음 본 반송과는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다. 항상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교훈을 법기의 자연에서 얻었다.

그런데 반송을 지나기 위해 고개를 숙일 때마다 어떻게 이 반송이 댐 마루까지 옮겨졌을지 궁금했다. 안내판 설명을 보니 어른 20명이 목도해 옮겨 심었다고 한다. ‘목도’란 둘 이상의 사람이 짝이 돼 뒷덜미에 긴 막대기를 얹어 무거운 물건을 함께 져 나르는 일이다. 댐이 일제강점기에 지어졌으니 결국 반송의 목도도 일본인이 아닌 우리 선조의 몫이었을 터. 다소 불편한 기운이 몰려오는 순간, 취수탑이 보였다. 멀찌감치 떨어져 외로움을 표현하는 이 취수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반송을 주 배경으로 삼아 왼쪽에 취수탑을 담을 수 있는 곳이 법기수원지 최고의 사진 포인트라고 한다. 법기수원지의 대표 안내판에도 이곳에서 그려진 풍경을 ‘한 편의 시’라고 소개하고 있다.

■일부만 허락한 ‘비밀의 정원’

   
댐 마루 위 산책길 풍경. 곽재훈 전문기자
법기수원지 수림지 내에 있는 나무는 대표적으로 7종 644그루다. 편백 413그루, 히말라야시다 59그루, 벚나무 131그루, 추자(가래)나무 25그루, 반송 14그루, 은행나무와 감나무가 각각 1그루다. 이 모든 나무는 수원지 댐 건설 당시 심은 것으로서 수령이 80~130년이다. 법기수원지의 댐은 총길이가 260m이며, 높이는 21m로 흙으로 만들었다. 1927년부터 1932년까지 5년간 축조돼, 현재 부산 금정구 일원 약 7000세대에 이 댐의 물이 식수원으로 제공된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의 명장정수사업소가 양산에서 법기수원지를 관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법기수원지는 1932년 완공 때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가 79년 만인 2011년 7월에야 빗장을 풀었다. 개방 후 처음 한 달 약 7000명이 법기수원지를 다녀갈 만큼 ‘금단의 숲’ ‘비밀의 정원’은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극히 일부 구간만 개방된 상태. 개방된 곳은 수원지 전체 680만 ㎡ 중 댐과 수림지 등 2만 ㎡다. 2004년에는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 30여 마리가 수원지에서 사는 모습이 본지 카메라에 잡혀 큰 화제를 불렀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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