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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당이 보일락 말락…담벼락과의 ‘밀당’이 즐겁다

대구·군위 돌담기행

  • 국제신문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8-01-17 19:24:0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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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동구 경주 최씨 집성촌 옻골마을
- 돌·흙 매끈하게 쌓아 올린 멋스런 돌담
- 구불구불 이어져 골목 걷는 재미 두 배

- 부림 홍씨 종택 중심 군위 한밤마을
- 지어진 시대 달라도 적당한 높이로
- 자연석 쌓아 만든 담 인간적 냄새 물씬

담은 집이나 다른 특정한 공간을 외부로부터 둘러막기 위해 만든 것이다. 지금이야 담이란 게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고 출입을 막아 나와 남의 구분을 짓는 데 목적을 둔다. 이는 옛날이라고 다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야 한결 인간적인 냄새가 있었다. 그래서 단번에 뛰어넘기는 어려운 정도. 작정하면 못 넘을 높이는 아니지만 애써 막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집을 통째로 개방하는 건 아니면서 담장 너머가 보일락 말락 절묘하게 시선을 조절한다. 딱 신윤복의 ‘월하정인’에서 ‘밀당’하는 남녀 뒤의 담장도 그런 눈높이의 담이다. 대구와 인근 군위의 옛 담장으로 유명한 두 마을을 찾았다. 팔공산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자리한 두 마을의 담장은 남향과 북향한 마을의 형세처럼 같은 듯 다른 독특한 개성을 지녔다.
   
대구 도심을 살짝 벗어난 동구 둔산동의 경주 최씨 집성촌인 옻골마을의 돌담길. 어른 눈높이와 비슷한 높이의 돌담은 안이 보일 듯 말듯 ‘밀당’하는 묘미가 있다.
■대구 동구 옻골마을

광역시인 대구의 집성촌 마을로 이름난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 경주 최씨 집성촌인 이 마을은 대구의 진산 팔공산에서 이어져온 산줄기인 대암봉과 요령봉이 북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찬 바람을 막아주는 포근하고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 잡았다. 북쪽으로는 산을 두르고 남쪽으로는 금호강을 바라보는 지형이다. 남향의 동네인 만큼 접근도 대구공항 옆을 지나 남쪽에서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겨울이라 문을 닫은 관광안내소를 지나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게 좁은 2차로 도로의 좌우에 선 보호수 느티나무다. 각각 수령이 400년과 350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느티나무 왼쪽에는 350년 전 마을의 기운이 금호강으로 흘러가는 걸 막으려 조성한 비보숲이 자리한다. 이어 마을로 들어서면 중심부에는 느티나무와 비슷한 크기의 회화나무가 서 있다. 여기서부터 옻골마을 담장이 시작된다. 아니 담장이 아니라 골목길이 시작된다는 게 맞겠다.

   
회화나무 뒤 식당부터 멋스러운 돌담을 둘렀다. 담장은 손바닥 두세 개 너비 정도의 돌과 흙을 함께 사용해 매끈하게 쌓아 올리고 담장 위를 기와나 솔가지로 덮었다. 솔가지마저도 없는 담장은 흙이 씻겨내리고 있다. 골목을 거닐다 보면 그냥 담장 너머 안마당이 보이기도 하고 아예 대문을 달지 않은 집도 있다. 동네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최경주 씨 종택도 안채와 사랑채 등을 담장으로 구분했지만 담의 높이는 어른이 뒤꿈치를 들면 담 너머가 살짝 보이는 정도다.
5분이면 마을의 가장 안집인 경주 최씨 종택까지 올라가지만 집들이 네모반듯하지 않고 골목도 구불구불해 아차 하면 길을 되짚어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 회화나무를 지나 곧바로 보이는 최흥원정려각에서 왼쪽 돌담길로 접어들어 한번을 더 꺾으면 수구당을 지나 골목 끝에 종택을 만난다. 대문을 들어서면 먼저 만나는 게 백불고택. 한겨울이지만 햇볕을 정면으로 받는 대청은 한기를 느낄 수 없다. 오른쪽으로 가면 야트막한 담장 너머 보본당이 보인다. 이곳은 백불암 최흥원이 영조의 명을 받아 교정청을 설치하고 반계 유형원의 반계수록 교정본을 처음으로 완성한 곳이다. 이곳에서 골목으로 다시 나서면 구석에 숨은 동계정을 지나 골목을 몇 굽이 틀어 마을 초입으로 돌아간다.

■경북 군위 한밤마을

   
옻골마을 돌담.
옻골마을에서 팔공산 서쪽 새로 뚫은 팔공산터널을 지나면 곧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에 닿는다. 한밤마을은 옻골마을과는 여러모로 대비된다. 부림 홍씨 종택을 중심으로 하는 집성촌인 데다 마을 입구에 비보 숲이 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점이 많다. 가장 두드러진 게 두 마을의 담장을 만든 방식이다. 옻골마을 담장은 고만고만한 돌을 흙과 함께 쌓아 다듬은 것인데 한밤마을은 자연석을 솜씨 좋게 흐트러짐 없이 쌓아 올렸다. 고려 말 집성촌이 형성되면서 집을 지으며 땅을 고를 때 나온 돌로 담장을 쌓은 게 현재까지 이어지는 담장의 시작이라고 한다.

   
한밤마을 돌담.
옛 담장과 함께 근래 지은 집에도 돌담을 쌓았다. 어른 허리에서 가슴 높이 정도로 쌓은 담장은 옻골마을의 정돈된 느낌의 담장보다 한결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마을 중심의 골목은 구불구불해 다음 모퉁이를 돌면 어떤 풍경이 나타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더군다나 그늘진 돌 위 이끼를 덮은 잔설은 옻골마을의 담장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팔공산 북쪽 자락에 마을이 자리 잡은 탓에 전체적인 방향도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예전에는 북쪽 부계면 소재지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게 주요한 진입 방향이었다. 그래서 북향한 마을의 대부분 주택도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대문도 북쪽을 바라본다. 군위군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인 남천고택도 북으로 문이 열려 있고 바로 옆의 대율리 대청 건물도 북향이다. 시대를 달리 지어진 건물이라도 어김없이 북향이다. 역사가 오랜 마을인 만큼 마을에 얽힌 이야깃거리도 적지 않다. 마을 북쪽 끝 옛 대율초등학교 앞에 있는 소나무 숲은 임진왜란 때 송강 홍천뢰 장군이 의병을 훈련한 곳이다. 마을 안 대율사에는 신라시대 불상으로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입상이 있다.
   
옻골마을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수령 350년 된 회화나무.
   
옻골마을 수구당 앞 골목길.
   
한밤마을 남천고택 옆을 지나는 돌담길.

◇ 옻골·한밤마을 사이 가볼 만한 곳

- 측백나무 군락지·삼국시대 고분군·제2 석굴암 등 주변 볼거리 풍성

대구 동구 옻골마을에서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을 향해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중간에 둘러볼 만한 곳이 있다. 옻골마을에서 4㎞가량 서쪽으로 가면 대구-포항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불로천 절벽에 도동 측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조선 초 대학자 서거정이 말한 대구 10경 중 6경에 해당하는 ‘북벽향림’의 비경이다. 겨울이라 측백나무의 푸르름은 조금 바랬지만 측백나무의 남방한계지라는 점과 나무의 귀중한 쓰임새를 고려해 천연기념물 제도를 시행할 때 으뜸으로 꼽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라는 영예를 안은 곳이다. 현재 다른 나무와 함께 12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측백나무 군락지에서 남서쪽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한 곳에는 대구 동구 불로동 고분군이 있다. 대구 시내를 내려다보는 야트막한 구릉에 형성된 고분군은 5세기를 전후한 삼국시대의 집단 묘지다. 총 214기의 묘지가 있는 불로동 고분군은 역사의 현장이자 이 일대 최고의 조망지이자 산책 장소이기도 하다.

   
팔공산터널을 지나 한밤마을을 향해 가다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군위 제2 석굴암(사진)이 있다. 한밤마을로 흘러가는 개울 옆의 절벽에 형성된 동굴에 안치된 석불은 넝쿨 등에 가려 존재가 잊혔다가 우연히 절벽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며 버섯을 따던 주민에게 발견됐다고 한다. 경주 토함산 석굴보다 앞선 시기에 만들어진 이 석굴은 국보 제109호로 지정됐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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