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뮤지컬·창작극 두루 선봬
- 지역과 호흡하는 예술단 역할

- 올 첫 정기공연 ‘맥베드’로 시작
- ‘상사화’ ‘왕의 남자 이’ 등 공연
- “혁신으로 새로운 20년 준비”

“‘부산시립극단’의 정체성을 되새기며, 새로운 20년과 그 이후를 준비하는 해로 만들겠습니다. ‘부산’이라는 지역성, ‘시립’이 갖는 공공성, ‘극단’이 지향할 예술성을 기억하려 해요. 특히 ‘시립’이 갖는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시민과 더 가까운 극단이 될 겁니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는 부산시립극단 단원들이 함께 모여 포즈를 취했다. 맨 왼쪽이 곽종필 예술감독. 부산시립극단 제공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은 부산시립극단 곽종필 예술감독의 말이다. 부산시립극단은 1998년 2월 23일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목표로 탄생했다. 부산의 명소 자갈치를 배경으로 만든 뮤지컬 ‘자갈치’를 창단공연으로 출발한 시립극단은 순수예술단체로 지난 20년 동안 고전극, 뮤지컬, 악극, 창작극 등 다양한 작품을 두루 선보이며 부산 대표 극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용두산 엘레지’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의 기록은 특히 부산을 담아내고, 부산 연출가와 희곡을 발굴해야 하는 시립극단의 역할을 여실히 보여준다.

20년을 맞이한 시립극단의 올해 키워드는 ‘시민 속으로’. 극단의 예술성을 지키는 선에서 더욱 친근한 작품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겠다는 바람을 계획에 담았다. 첫 정기공연은 오는 3월 19일부터 24일까지 부산시민회관에서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를 선보인다. 고전이지만 기본적 구조만 남겨두고 배경과 이야기를 모두 현대적으로 각색해 20~30대 젊은 관객을 겨냥한다. 극단 ‘자유바다’의 정경환 예술감독이 희곡을 쓰고 객원 연출로 참여한다. “‘맥베드’에서 인물과 갈등구조를 가져오되 2018년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인 ‘언챙이 곡마단’ 공연 모습.

오는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는 창작 뮤지컬 ‘상사화’(홍선주 작)가 공연된다. 극단 ‘끼리프로젝트’의 변진호 대표가 객원 연출을 맡는다. 지역에서 꾸준히 뮤지컬을 제작하며 ‘몽키댄스’ 등으로 호평받은 젊은 연출가의 신선한 감각이 기대된다. 마지막 정기공연은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왕의 남자 이’(김태웅 작)가 곽종필 예술감독의 연출로 무대에 오른다. 2002년 제20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영화 ‘왕의 남자’로 더욱 유명해진 조선 시대 궁중 광대 ‘공길’의 이야기다.

이와 함께 지역 극단과의 교류도 이어진다. 강원도립극단의 ‘메밀꽃 필 무렵’ 공연이 다음 달 8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리고, 4월 3일에는 부산시립극단이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아비’를 공연한다. 2016년부터 이어진 ‘어린이 연극 페스티벌’과 찾아가는 공연으로 ‘배비장전’ 무대도 이어갈 예정이다.

1998년 전성환, 김동규, 이윤택, 허영길, 김경화로 구성된 ‘5인 예술감독 위원회’로 출발해 손기룡, 채윤일, 김광보, 문석봉을 거치며 6번째로 시립극단을 맡은 곽 감독은 거듭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 출신 예술인으로서, 더욱 사명감을 갖고 시민과 호흡하는 시립극단으로 변화하고자 한다”며 “시립극단의 존재가치는 시민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애호가도 중요한 관객이지만 350만 부산 시민이 보고 싶은 무대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