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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17> 남해 보리암

이성계 소원 들어 준 기도처 …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명성

  • 국제신문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8-01-03 19:03:4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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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건국 꿈 이룬 태조 이성계
- 보답 뜻 담아 보리암·금산 개칭

- 김수로왕 부인 허왕후의 고향
- 인도서 가져온 돌로 만든 석탑
- 영험하다 알려진 해수관음상 등
- 참배객 연간 60여만 명 찾아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 있는 보리암은 금산(704m) 8부 능선에서 남쪽인 상주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자리하고 있다.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병풍처럼 장엄하게 둘러싼 가운에 봉황의 품속처럼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보리암은 누가 봐도 천하의 명당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인 이곳은 신라 신문왕3년(683년) 운수행각 하던 원효대사가 온 산이 빛나듯 방광한 모습에 홀려 초당을 짓고 수행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관음보살을 친견한 스님은 산 이름을 보광산(普光山)이라 하고 절의 이름도 보광사(普光寺)라 불렀다.

그 뒤 태조 이성계가 100일 기도를 올리며 수행한 뒤 조선을 개국하자 산의 이름을 금산(錦山)으로 바꾸고 절 이름도 보리암으로 개칭했다. 해수관음상 앞 3층 석탑(경남유형문화재 제74호)은 가야시대 때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돌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 연간 60여만 명의 기도객이 몰리는 남해 보리암. 이완용 기자
■아유타국 관세음보살

보리암은 일반사찰의 대웅전격인 보광전이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보광전에 모신 주불은 김수로왕의 부인인 아유타국(중인도의 북쪽에 있던 고대 국가) 허왕후가 모시고 왔다는 관세음보살(좌보처 남순동자, 우보처 해상용왕) 삼존상이다. 맞은편에는 100여 명이 동시에 법회를 할 수 있는 예성당이 있다. 보광전 입구에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는 간성각(看星閣)이 있는데 지금은 종무소로 사용 중이다.

보리암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각인 극락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겹처마 팔각지붕으로 지어졌다. 내부의 좌우에는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협시불로 모셔져 있고 원불(願佛)이 봉안돼 만불전(萬佛殿)이라고도 한다. 1996년에 시작해 5년만인 2000년에 완성했다. 보광전 뒷쪽으로는 범종각과 산신각 등이 어깨를 마주하고 붙어 있다.

■바다를 안고있는 기도도량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해수관음상. 이완용 기자
예성당을 돌아 50여m를 내려가면 보리암의 상징인 해수관세음보살상(海水觀世音菩薩像)이 우뚝 서 있다. 보리암에서 가장 기(氣)가 강한 곳이다. 해수관세음보살상은 연꽃 문양의 상·하 좌대를 서로 마주 보게 포갠 뒤 그 위에 화강석으로 조각됐다. 왼손에는 보병을 들고, 오른손은 손바닥을 밖으로 향한 채 가슴에 두었다. 양 어깨를 감싸고 각각의 팔을 휘감아 흘러 내린 옷깃은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실물을 보는 듯 하다. 이곳에서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면 누구에게나 한가지 소원만은 꼭 들어 주는 영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하루종일 참배객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해수관음상 앞에는 ‘보리암전 3층 석탑’이라는 2.3m 높이의 작은 탑이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74호인 이 탑은 허왕후가 인도에서 올 때 배가 태풍에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실었던 돌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탑은 고려시대 양식을 따르고 있어 후세에 새로 축조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침판이 방향을 잡지 못할 정도로 우주의 기가 모여있다고 한다. 해수관음상과 함께 탑돌이를 하며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장소다.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원효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했다는 보리암은 양양의 홍련암과 강화의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개 관음성지로 꼽힌다. 연간 60여만 명이 찾는 대표 기도도량이다.

보리암을 찾아오는 길은 두 곳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치한 탐방지원센터에서 도선바위와 쌍홍문을 거쳐 보리암으로 오르는 2㎞가량의 등산로는 1시간 20여 분이 걸린다. 산길은 잘 정비돼 있지만 1시간을 넘게 걸어야 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이 등산을 겸해 찾는 코스다.

다른 한 코스는 복곡저수지 상류의 복곡주차장에서 보리암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상부 주차장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보리암까지 10여 분을 걸어가면 된다. 시간이 많으면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차가 다니는 임도를 따라 1시간가량 걸어 올라가도 된다.

상부 주차장에서 보리암까지는 먼지가 나는 흙길이다. 국립공단측이 훼손을 덜하기 위해 포장을 억제하고 있지만 산사를 찾는 차분한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면 나름대로 걷는 맛이 있다. 절 입구의 안내소에서 보광전까지 100여m는 가파른 돌계단이다. 손잡이가 있긴 하지만 무릎 관절이 좋지 않다면 조심해야 한다.

■태조 이성계에 얽힌 전설

금산의 본래 이름은 보광산이었으나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뒤 금산으로 바꿔 불렀다. 이성계는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니며 자신이 왕이 될 수 있게 해 줄 것을 기도했고, 백두산과 지리산에 들어 갔지만 산신령이 소원을 들어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곳 보광산에 들어 왔는데 이때 100일 기도를 하면서 “내 소원을 들어 주면 그 보답으로 이 산 전체를 비단으로 감싸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같은 원력으로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약속대로 산 전체를 비단으로 감싸려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없어 고심하는데 한 승려가 “비단으로 산을 감싼다는 것은 나라 경제가 허락하지 않으니 이름을 금산으로 지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묘안을 내 산 이름에 비단 ‘錦(금)’자를 넣어 ‘비단산(錦山)’이라 부르게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극락전 아래에는 지금도 이성계가 100일 기도를 했다는 선은전(璿恩殿)이 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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