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이슈가 많았던 가운데 한국 영화계는 올해도 쉼 없이 관객과 만났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 선거 등 사회적 이슈가 많았던 분위기 속에서도 2013년부터 5년 연속 2억 관객을 달성했으며, 유난히 사회성 짙은 영화들과 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진통 속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치러져 지난해보다 많은 관객이 영화 축제를 즐겼다. 반면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다. 김영애, 김주혁의 사망 소식이 영화인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으며, 영화계 성폭력 논란도 있었다.

한 해 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배우들과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2017년 영화계를 돌아봤다.

	천만 영화에 등극하며 2017년 흥행 1위를 기록한 ‘택시운전사’. 쇼박스 제공

■유일한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

실화를 바탕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는 1218만6327명(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모으며 지난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1980년 광주행 택시에 몸일 실은 독일기자 피터와 택시운전사 김만섭의 눈에 비친 5·18 광주는 천만 관객을 아픈 현대사 속으로 실어 날랐다. 믿고 보는 송강호는 물론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의 열연이 돋보였으며, 소시민을 통해 역사의 현장을 보여준 것이 더욱 공감을 얻었다. 1980년 광주를 다룬 ‘택시운전사’는 27일 개봉한 1987년 민주항쟁을 다룬 ‘1987’로 이어진다.

한편 외화는 725만8678명을 모은 ‘스파이더맨: 홈 커밍’이 1위를 차지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

	스크린 독과점,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군함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택시운전사’와 함께 지난 여름 극장가 빅2로 꼽혔던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과 역사 왜곡 논란 속에 659만2151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특히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해마다 빅시즌이면 불거졌던 논란으로, ‘군함도’는 최초로 2000개 스크린을 넘어섰다는 상징성이 더해져 관객들로부터 더욱 질타를 받았다. 참고로 ‘스파이더맨: 홈 커밍’ ‘택시운전사’ ‘신과함께-죄와 벌’ 등은 1900개 스크린을 넘었다.

‘군함도’ 이후 스크린 독과점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과 관련한 토론회도 있었지만 대기업, 극장, 영화인들 사이의 시각차만 보이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의 배우 설경구·나문희

	올해를 빛낸 스타- 설경구(왼쪽), 나문희. 사진=국제신문DB. 연합뉴스

2017년을 빛낸 대표 남녀 배우로는 올해 남녀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설경구와 나문희를 꼽을 수 있겠다. 한동안 침체기를 보냈던 설경구는 올해 ‘루시드 드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살인자의 기억법’ ‘1987’(특별출연) 등 무려 4편을 개봉시키며 관객들과 만났다. 특히 ‘불한당’과 ‘살인자의 기억법’애서는 물오른 연기는 물론, 흥행에도 성공해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할머니 역을 맡아 진한 감동을 전한 나문희는 원로 배우의 힘을 보여주었다. 특히 미국 청문회장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장면은 올해의 명장면으로 꼽힐 만 하다.

이외에 ‘범죄도시’로 깜짝 흥행에 성공한 마동석은 호쾌한 ‘마동석표 액션’을 선보이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홍상수 감독과의 스캔들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도 기억해야 할 배우다.

■별이 된 스타 김영애·김주혁

	하늘로 떠난 스타- 김주혁(왼쪽), 김영애.

슬픔과 아쉬움 속에 하늘의 별이 된 배우도 있었다. 지난 4월 9일 췌장암 합병증으로 향년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영애는 지난해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판도라’에서 호연을 펼치며 스크린 속 중견배우의 힘을 보여줘 이별의 아쉬움이 더욱 컸다. 특히 병마의 아픔을 이기고 촬영에 임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져 더욱 안타깝게 했다. 또한 ‘공조’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내년 개봉 예정인 ‘독전’ ‘흥부’ 등을 촬영하며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고 있던 김주혁은 지난 10월 3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져 영화계와 대중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영화계는 각종 행사 및 프로모션을 취소하거나 연기, 축소하며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우려에 비해 무난히 진행된 BIFF

핵심 스태프들이 집단 사표 제출, 사무국 직원들이 성명서 발표 등으로 영화제를 마친 후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퇴진하기로 했던 제22회 BIFF는 위태로웠다. 하지만 총 관객수 19만2991명으로, 지난해(16만 5149명)보다 17% 늘어난 수치를 보이며 안정적으로 마쳤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상영 외에 각종 행사 또한 안정적으로 진행돼 22년의 경험이 BIFF의 큰 자산임을 다시금 일깨웠다. BIFF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6일부터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후보자 공개 추천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계 성폭력 문제

	논란이 된 스타- 김기덕(왼쪽), 조덕제.

영화계 내부에서 쉬쉬하던 성폭력과 촬영장 인권 침해 문제가 법정 소송을 통해 사회적으로 대두됐다. 2013년 ‘뫼비우스’ 촬영 당시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 A 씨에게 연기지도를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베드 신을 강요했다는 것과 2015년 한 영화 촬영 당시 조덕제가 상대 여배우와 사전 협의 없이 성폭력 장면을 연기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두 사건 모두 입장에 따라 각자 다른 진술을 보이고 있고, 각각 항고, 상고의 뜻을 밝혀 진실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에서는 성폭력이나 인권 침해에 대한 자정의 소리와 함께 부당한 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