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동물의 공존 고민하길”

따뜻한 시선과 깊은 통찰력으로 수많은 동화팬을 사로잡는 지역 작가 안미란이 장편동화를 들고 찾아왔다.

	아이 같은 심성을 가진 어른을 주인공으로 삼아 장편동화 ‘뭉치와 만도 씨’를 써낸 안미란 작가. 전민철 기자

‘뭉치와 만도 씨(창비)’는 작가 특유의 탄탄한 구성과 주제의식은 물론 전에 없이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이 마음을 잡아끈다. 여기에 아이와 어른이 함께 책장을 넘기며 웃을 수 있는 눈높이 유머를 발견할 땐 동화 읽는 맛이 이거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작품이다.

‘뭉치와 만도 씨’의 주인공이자 아영이의 아빠인 만도 씨는 좀 우락부락하지만 마음결이 부드러운 사람이다. 가끔 “개나 줘 버려” “새대가리네” 처럼, 동물을 끌어들여 험한 말을 하는 바람에 반려견 뭉치를 당황하게 하지만 실은 뭉치와 가장 친한 사람이 만도 씨다. 심지어 둘은 남몰래 대화도 나눈다!

작가는 만도 씨와 뭉치, 동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얽히는 에피소드와 소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존이라는 주제를 풀어낸다.

고급 사료 대신 사람이 남기는 밥을 먹는 뭉치는 불행할까. 금정산 멧돼지는 왜 마을로 내려와 사납게 굴까. 사람들은 왜 멧돼지를 총으로 쏴야 할까. 만도 씨가 몸서리치는 길비둘기와 아영이네 집 옥상에 날아들어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비둘기는 뭐가 다를까.

생각이 깊은 어린이 독자는 ‘사람과 동물은 서로를 해치지 않고 공존할 수 없을까’ ‘사람만이 소중한 존재일까’라는 사색도 하게 될지 모른다.

딸 아영이가 아닌, 아빠 만도 씨가 주인공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속으로는 벌벌 떨면서도 멧돼한테서 딸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나서는 아빠, 힘도 세고 행동도 걸걸하지만 딸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는 ‘딸바보’ 아빠 만도 씨의 시점을 따라가면서, 어린이 독자는 부모의 입장과 마음을 슬쩍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어른 독자라면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만도 씨의 순진무구하고 단순한 반응에 미소 지으면서 잠깐 힐링을 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동네 문방구에서 키우던 기특한 개 뭉치를 떠올리며 이 동화를 썼다는 안미란 작가는 말한다. “요즘 동화나 현실의 어린이는 때로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어둡죠. 아빠 만도 씨와 반려견 뭉치는 주어진 상황에 단순하고 정직하게 반응하는, 아이보다 더 아이다운 캐릭터라서 어린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생각해요.”

동물과의 공존을 주제로 동화를 쓴 안미란 작가는 동물을 좋아할까. “동물 털이 집안에 날리는 것도 싫고 키우는 것도 자신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열심히 졸라도 개를 안 키워요. 시도 때도 없이 짖고 으르릉대는 이웃의 개가 싫을 때도 있고요. 하하. 그래도 우리 사람들은 동물과 함께 살아야 하잖아요. 이웃의 반려견이든 금정산 멧돼지든 말이죠. 아영이를 위해 노력하는 만도 씨처럼, 동물도 자식 키우고 먹고 살아야 하고. 그러니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데서 이 동화가 시작된 거예요”.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