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쫀득한 우럭구이·쫄깃한 먹물파스타…바다 향이 듬뿍

부산 부전동 ‘비토’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이탈리아 요리 전문 김상진 셰프
- 7개월 공백 끝내고 새 가게 열어

- 새송이버섯 돋아난 듯한 샐러드
- 오징어먹물 사용한 이색 파스타
- 리소토는 이탈리아 고급쌀 사용
- 표면 매끈거려 강가 조약돌 느낌
- 소 꼬리 오소부코 부드럽고 진득

맛집들이 사라지는 건 그 가게가 제대로 된 음식을 내지 못하거나 가격 책정을 잘 못하는 등의 마케팅 실수가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작은 가게들은 무엇보다도 월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거기다 가게가 있는 지역이 소위 요즘 뜬다고 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그 끝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파스타 자가제면과 감각적인 이탈리안 요리로 젊은 오너 셰프 중에 이름을 자주 듣던 김상진 셰프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땅을 매입해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직접 텃밭에서 기른 허브를 재료로 쓰고 잘 해오던 요리는 더욱 발전시켜 비토라는 이름을 지켜가고 있다.
   
‘모두가 봉골레만 한다면 재미 없잖아’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오징어 먹물 파스타. 면에 잘 스며든 조개 육수와 탱글탱글하게 구워진 우럭살의 조화가 훌륭하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비토(051-806-5868)’는 7개월의 공백을 가지며 새 단장을 마쳤다. 김상진 대표는 “미국을 한 달간 여행하던 중에 포틀랜드를 다녀왔다. 포틀랜드는 ‘Keep Yours(자신의 모습 그대로)’라는 게 도시의 슬로건이다. 그런 만큼 로컬푸드나 지역 문화를 지켜가는 데 대한 자부심이 큰 도시”라며 새 비토를 여는 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비토에서 쓰는 재료는 대부분 가까운 부전시장에서 매일 사 온다. 또 싱싱한 생선은 김 대표가 사는 집 근처인 광안리 공판장에서 가져온다. 로컬푸드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다. 거기에 금정구 두구동에 작은 텃밭을 두고 허브를 직접 기르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잘 못 키워서 바질은 얼어 죽었다. 그래도 로즈마리, 딜 같은 것은 추위에 강해서 가져다 쓰고 있다. 봄이 오면 비토 건물에 옥상 텃밭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재료부터 지역성을 강조했다.

   
숲 속에 버섯이 돋아난 듯한 플레이팅을 보여준 정원의 버섯. 직화 구이한 버섯의 풍미가 잘 살아 있다.
그런 그가 추천하는 메뉴를 맛봤다. 버섯 샐러드인 ‘정원의 버섯’은 플레이팅부터 눈을 사로잡았다. 정말 버섯이 숲속에 돋아난 것을 표현한 느낌으로 요정의 텃밭 같았다. 새끼손가락 크기만 한 새송이버섯을 세워서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만들고 중간중간에 어린잎 채소를 뿌려 풀처럼 보이게 했다. 바닥엔 흙 같아 보이는 가루를 깔았다. 아몬드를 약간 탈 정도로 구워 가루로 내고 식빵을 바싹 구워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크루통을 부숴뜨려 만들었다. 훈연한 맛이 나는 것은 대파를 바싹 구워서 가루로 낸 것 때문이다. 거기에 마찬가지로 바싹 구워 잘게 다진 베이컨도 보였다. 이런 가루들이 고소하고 짭짤한 맛을 내면서 버섯의 식감을 보완해 줬다. 버섯은 직화로 그릴에 구워 불 맛이 더해져 속에는 즙이 풍부하고 겉은 보기 좋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샐러드가 채소에 약간의 드레싱만 곁들여 내는 것이 아닌 완전한 하나의 요리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접시였다.

   
7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비토는 지역의 재료를 최대한 사용해 로컬 푸드 레스토랑의 면모를 강조한다.
샐러드부터 만족스러워서 다음 ‘모두가 봉골레만 한다면 재미없잖아’라는 오징어 먹물 파스타가 더욱 기대됐다. 비토에서 직접 밀가루, 전란, 달걀노른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오징어 먹물을 넣어 만들어 내는 생면에 버터 향을 더해 구운 우럭이 올라가 있다. 납작한 면에는 조개 육수가 잘 배어들고 다진 마늘의 풍미가 가득 묻어 있었다. 먹물 파스타 육수는 바지락 육수에 우럭 뼈를 넣어서 따로 뽑아 쓴다. 보통의 이탈리아 봉골레는 팬 위에서 조개를 볶다가 와인을 넣고 불을 붙이는 플람베라는 기술로 육수를 뽑지만 비토에선 육수를 따로 뽑아 사용해 더욱 감칠맛이 난다. 우럭은 광안리 공판장에서 매일 받아와 신선한 것을 진공 포장해 1, 2일 일본식으로 숙성한 뒤 버터에 구워서 살이 아주 쫀득하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나 궁금할 정도였다. 면의 고소함 덕에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엄지손가락 두 개를 다 치켜세워도 모자랄 정도였다.

   
소꼬리를 토마토 소스와 수비드 기법으로 요리한 오소부코. 곁들인 리소토와 함께하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오소부코와 곁들여 나온 리소토는 재미있었다. 리소토의 쌀은 마치 개울가의 반들반들한 조약돌 같은 느낌이었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의 아르보리아라는 리소토용 고급 쌀이라 그렇다. 한 번 쪄서 요오드를 빼내면 쌀의 표면이 매끈거린다”고 설명했다. 오소부코는 송아지에서 성체로 넘어가는 소의 꼬리를 사용하며 토마토소스와 밀봉해서 65~75도에서 10시간 동안 수비드한다. 수비드는 재료를 밀봉해 저온의 물에서 오랜 시간 익히는 요리 기법이다. 수비드로 익히면 양념이 재료의 속까지 잘 배고 재료는 아주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하며 표면까지 촉촉하다. 부드럽고 진득한 오소부코와 진한 맛의 리소토가 좋은 궁합을 보여줬다. 리소토의 묽기는 평평한 접시에 담고 접시의 바닥을 손바닥으로 탁탁 쳐올렸을 때 리소토가 마치 아주 약한 파도가 치듯이 슬슬 접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정도가 제대로 된 점도다. 이곳의 리소토는 그런 느낌도 잘 살려냈다.

주스의 경우는 사과와 오렌지를 각각 착즙기로 그 자리에서 바로 짜내 준다. 인공적인 맛을 배제하고 과일이 가진 단맛만으로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여기에 맥주는 부산에서 브루어링한 맥주 두 가지를 골라놓았다. 부산에서 부산 사람이 부산의 재료로 자신만의 요리를 해내겠다는 결기가 보이는 구성이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패럴림픽
휠체어컬링에는 ‘영미~’ 없다고?
알면 더 재미있는 평창
평창올림픽 1호 기록은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