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꾼만 속이는 사기꾼 역할
- 무거움 내려 놓고 가볍게 연기
-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 거듭돼
- 후반 임팩트위해 수위 조절도
- 유지태 선배 연기는 자극제

대표 여심 저격 배우 현빈이 영화 ‘꾼’(개봉 22일)에서 사기꾼 역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꾼’에서 사기꾼을 속이는 사기꾼이자 전체 판을 설계하는 황지성 역을 맡은 현빈. 쇼박스 제공

반전이 거듭되는 영화 ‘꾼’은 거액의 돈을 빼돌려 사라져버린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허성태)을 잡기 위해 황지성(현빈)을 비롯한 사기꾼들과 검사(유지태)가 손을 잡고 벌이는 은밀한 작전을 그린다. 그런데 장두칠을 잡으려는 목적은 겉모습일 뿐 이들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현빈은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이자 전체 판을 설계하는 브레인 역을 맡았다. 여기에 박성웅, 배성우, 나나, 안세하도 사기꾼으로 출연해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올해 초 780만 관객을 모은 ‘공조’로 흥행 파워를 보여준 현빈은 ‘꾼’에서 완벽한 사기를 위해 2시간에 걸친 특수 분장과 목소리 변조까지 소화했다. 또한 겉으로는 가벼워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과거사를 지닌 인물을 연기하며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도 보여준다.

“항상 새로운 변화를 갈망한다”는 현빈을 만나 새 영화 ‘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희대의 사기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지난해 개봉한 ‘마스터’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꾼’을 선택한 이유는.

▶비슷한 소재라는 점에서 우려를 했던 것도 있다.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었는데, ‘마스터’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고, 이야기를 푸는 방식과 결론이 달랐다. 특히 반전이 주는 재미가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 ‘공조’에서는 절제된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꾼’에서는 그보다 풀어지고 유연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선택의 한 이유였다.

-‘꾼’에서 사기꾼 황지성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무거움을 내려놓고 가볍게 연기하는 모습이 좋았다.

▶‘꾼’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장창원 감독님과 함께 황지성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사기꾼이라는 역할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사기꾼이 사기꾼에게 사기를 친다는 것과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목적의식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캐릭터를 유연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이 거듭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의 위력이 커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겠다.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잡기 위해 사기꾼들과 검사가 손을 잡고 벌이는 은밀한 작전을 그린 영화 ‘꾼’. 쇼박스 제공

▶후반부의 반전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주기 위해 앞서 등장하는 반전의 수위조절을 해야만 했다. 지성의 대사 속에 반전의 힌트가 될 만한 것들이 있는데, 그 대사를 가지고 어떻게 장난을 쳐볼까 했다. “의심을 해소시켜주면 확신이 된다”는 대사가 있는데, 관객들의 의심을 해소시켜주면 반전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꾼’의 매력이다.

-사기를 치는 장면을 위해 나이가 든 노인 분장을 했다. 얼굴에 특수분장을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다.

▶어울리는 특수분장 얼굴을 찾기 위해 여러 번 테스트 촬영을 했다. 2시간 정도 실리콘으로 된 가면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서게 되는데, 가면 안의 근육이 움직일 때 밖의 근육도 제대로 움직이는가를 가장 신경 썼다. 섬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얼굴 근육을 조금 더 과장해서 움직여야 했다.

-배성우에게 구타당하는 장면이 있다. 얼굴을 맞는 장면은 사실적이었다.

▶큰 액션은 아니었지만 맞는 입장이 편하다. 배성우 선배가 후반부에 저에게 맞는 장면이 있어서 때릴 때 세기를 조절했다고 하더라(웃음). 배성우 선배는 이번 영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아는 것이 많아서 촬영장에서 쉬는 시간이면 끊이지 않는 수다의 소재를 제공해줬다.

-유지태, 나나와도 호흡을 맞췄다.

▶유지태 선배는 멋있는 배우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인데, 자상하고 온순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촬영에 들어가면 눈빛이 바뀐다. 그 자체가 자극제다. 처음 영화에 출연한 나나 씨와는 처음 작업을 했는데 노력파다. 준비를 많이 해오고, 리허설을 하면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올해 ‘꾼’을 시작으로 내년에 개봉할 영화 ‘협상’과 ‘창궐’을 쉬지 않고 촬영을 하고 있다. 힘들지 않았나?

▶운 좋게 재미있는 시나리오들이 들어왔다. 선택한 작품들의 촬영 시기가 안 물린 것도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1년에 두 작품씩 보실 것 같다. 세 작품 모두 캐릭터가 다른데, 변화를 주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재미있다.

-현빈 씨는 손에 꼽히는 미남 배우다. 외모 때문에 연기가 묻힌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연기에 늘 욕심을 부린다. 제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목적성이 생기면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 저는 ‘현빈’이라는 이름보다 제가 출연한 작품의 캐릭터 이름으로 불릴 때 가장 좋다. 그리고 ‘꾼’이 개봉하면 ‘황지성’으로 불리면 가장 좋겠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