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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4개 디자인·6가지 색…“쓰임에 충실한 도자기가 아름다워”

재독 도예가 이영재 도자전…독일 성당 미사용 성배 제작도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7-11-08 19:08:1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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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미 살린 생활 도자기
- 방추항아리 등 1000여 점 선봬
- 신세계갤러리 26일까지 전시

“날마다 써도 질리지 않고, 쓸수록 멋이 있는 ‘생활 도자기’를 만드는 자부심이 있죠.”
   
독일 에센 지역에 있는 생활 도자기 공방 ‘마가레텐회에’의 대표인 이영재 도예가가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갤러리에서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영재(66) 작가는 독일 에센 지역의 생활 도자기 공방 ‘마가레텐회에’의 대표다. 마가레텐회에는 ‘노동자를 위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자’는 독일 조형학교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이어받은 공방이다. 그는 수도여자 사범대 생활미술학과를 다닐 때 도자기를 처음 접했다. 도자기에 푹 빠져 유학을 꿈꾸며 미국 영국 독일 등을 선택지에 놓았다. “한국도 도자기 만드는 실력이 뛰어나지만, 독일은 도자기 소성(불에 구워서 만드는 과정), 유약 등 기술이 탁월하고, 유명한 도자기 회사가 있었어요. 독일, 독일 노래를 부르니 어머니가 파독 간호사를 자청해 함께 독일에 가주셨어요. 어머니 뒷바라지로 독일에서 도예와 미술사를 공부했죠.”

그가 1986년 공동 책임자로 들어온 마가레텐회에는 눈으로 즐기는 도자기가 아닌 생활에서 ‘쓰임’이 있는 도자기를 지향한다. 공방에서 직접 물레를 돌려 생산하는 접시, 차 담는 병(티 포트), 찻잔, 볼 등 생활 도자기의 디자인은 단 24가지다. 디자인 별로 크기만 다양하게 제작할 뿐이다. 유약에 따라 흰색, 연녹색 무광, 연녹색 유광, 진녹색 무광, 진녹색 유광, 적갈색 딱 6가지 색깔만 만드는 점도 흥미롭다. ‘깔 맞춤’을 하지 않고 어느 색상과 짝짓더라도 융화돼 실용적이다. 현재 마가레텐회에가 생산하는 도자기 디자인과 색상은 모두 이영재 작가가 정립했다.

   
마가레텐회에가 생산한 생활 도자기들. 신세계갤러리 제공
이영재 작가는 공방과 별도로 현대미술 작가로서도 명성을 떨친다. 1999년 독일 쾰른 예수회성당의 성물을 만든 일은 그가 작가로서 거듭난 계기였다. 성당이 성배를 위한 도자기를 의뢰하자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내 우리 어머니들이 매일 아침 가족의 안녕을 빌던 ‘정화수 담은 그릇’을 떠올렸다. 담백한 색상의 한국적인 사발을 770개 만들어 신부에게 펼쳐보였고, 그 중 9점이 채택됐다.

그렇게 바닥에 펼쳤던 사발이 독일 뮌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1111’의 영감이 됐다. 이영재 작가는 2006년 뮌헨 현대미술관 사상 처음 도자기 개인전을 열었다. 크고 높은 전시장 바닥에 1111개의 사발이 깔렸다. “사발이 1111개나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 같은 색상이 없죠. 하나 옆에 하나, 하나, 하나. 우리는 같은 한국 사람이지만 모두 다른 하나예요.”

   
이영재 도예가가 만든 ‘방추항아리’
이 전시를 계기로 이영재 작가는 ‘방추항아리’ 제작에 몰두해 2년 뒤 같은 미술관에서 또 한번 도자기 개인전을 열었다. 방추(紡錘)는 실을 감는 막대를 뜻한다. 조선의 ‘달항아리’처럼 큰 사발 두 개를 아래 위로 겹쳐 만든 항아리다. 그러나 그는 ‘달항아리’란 용어에 손사래를 치며 자신의 관점을 설명했다. “한국 항아리와 도자기는 풍성한 볼륨이 매력이에요. 저희 공방 도자기도 모두 그 한국적인 볼륨을 살리려 애쓰죠. ‘달항아리’란 용어는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인이 만들어 쓰기 시작했어요. 일본인들은 ‘달항아리’를 보고 꽉 찬 달의 슬픔을 이야기했죠. 풍요로움을 슬픔으로 해석했던 일본인의 미학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는 26일까지 신세계갤러리(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6층)에서 이영재 도자전이 열린다. 방추항아리, 사발 등 대표작과 마가레텐회에 공방 생활 도자기 등 1000여 점을 선보인다. (051)745-1505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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