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도축장서 내장 공수
- 뒤집어 불순물 제거한 뒤
- 밀가루로 300번 꼼꼼히 치대
- 다시 뒤집어 삶아 잡내 제거

- 연탄에 초벌 돼지곱창구이
- 쇠고기 대창 사용한 전골
- 시원한 국물에 술이 절로

누구는 ‘도대체 왜 멀쩡한 고기 살을 두고 내장을 먹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야말로 몰라서 하는 말이다. 부위가 다르면 엄연히 내는 맛이 다른 것을. 조금은 그로테스크할 수 있지만 내장과 고기 살은 조직과 결이 다르므로 풍미도 다르다. 단, 내장에선 고기 특유의 잡내에 내장이 가지는 불쾌한 냄새가 더해지는데 요리를 할 때 이걸 없애는 게 관건이다. 이런 부산물은 식사보다는 안주에 더 적합하다. 살보다 기름지기도 하고 오래 씹어야 하는 부위가 많아서일까. 꼭꼭 지긋이 씹을수록 맛있는 돼지곱창집을 들러봤다.

	양념구이는 연탄불에서 초벌구이해 얼추 다 익힌 후 테이블로 가져다 준다. 쫄깃쫄깃하고 약간 매콤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진영곱창(051-644-7830)은 돼지곱창구이와 곱창전골 전문점이다.

매일 김해 장유의 도축장에서 국내산 돼지 내장을 받아온다. 첫 작업은 곱창을 다 뒤집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찬물로 씻어내야 해서 고생스럽다. 물을 틀어 통에 계속 흘려주면서 필요 없는 부분을 떼어낸다. 그리고 밀가루를 넣어 300번 치댄다. 씻는다는 표현보다는 빤다는 게 적합하다. 꼼꼼하게 씻어낸 뒤 다시 뒤집어서 뜨거운 물에 삶아낸다. 이 과정에서 내장의 불쾌한 냄새가 제거된다.

이옥자 대표는 “집집이 잡내 제거 방식이 다르지만 우리는 제일 기본이 되는 방법을 쓴다. 잘 씻고 밀가루로 치대 꼼꼼히 빨면 불쾌한 냄새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내장은 잘 상하기 때문에 보관이 아주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한 번 삶아낸 곱창은 연탄불에 올려 초벌구이를 한다. 아직도 연탄을 사용하는 곳이 있나 싶어 놀라면서도 반가웠다. 이 대표는 “연탄에 구워야 부드럽고, 연탄불에서 오는 향긋함도 있다”고 했다. 먼저 양념하지 않은 곱창을 굽다가 양념을 넣어 비비듯 발라 다시 굽는다. 10년 이상 일한 베테랑 직원이 구워주므로 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초벌한 것을 테이블에 올려 약간 데워서 먹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익히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얇게 썬 마늘을 흩뿌려 같이 구우면 더 향긋하다.

양념은 고추장을 기본으로 마늘, 생강, 흑설탕 등이 들어간다. 많이 달거나 짜지 않아 그냥 먹으면 간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때는 이 양념장을 좀 더 되직하게 만들어 따로 내는 소스에 찍어 먹으면 딱 좋다. 약간 매콤하면서 약한 단맛도 있어 곱창과 잘 어울린다. 돼지곱창도 부위에 따라 씹히는 맛이 다르다. 살캉살캉하거나 좀은 질긴 듯하거나 뽀드득뽀드득하게 느껴져 다르다. 익힌 마늘에 깻잎, 상추로 쌈을 싸도 잘 어울린다. 미리 다 잘라 장만한 곱창은 동글동글한 모양만 있어서 보기에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곱창전골은 소 잡뼈를 우린 국물로 육수를 내 시원하고 깔끔하다.

굽는 곱창으로 씹는 재미를 봤다면 쇠고기 대창을 사용한 곱창전골을 맛보면 된다. 소의 잡뼈를 푹 고아 육수를 따로 낸 것에 시금치, 당면, 대창, 배추 등을 넣어 보글보글 끓여냈다. 들깻가루는 안 들어갔다는데 고소하고 들깨 향이 나는 듯해 궁금해했더니 들깨 순이 들어갔단다. 배추가 들어가서인지 국물이 느끼하지 않고 시원하다. 당면이 국물을 금방 흡수하므로 당면부터 건져 먹으면서 통통한 대창과 채소를 같이 떠먹으면 된다. 대창의 기름 꽃이 하얗게 올라와 있어 고소하고 쫄깃하다. 국물 요리에는 시원한 소주 한 잔이 당연히 필요하다. 거기에 밥 한 공기가 있어야 식사가 마무리된다.

	옛날 도시락통에 담긴 밥 위에 달걀 프라이와 반찬을 넣어 비벼먹는 것도 인기다.

이 식당 메뉴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도시락이다. 학교 급식이 지금처럼 보편화하지 않았을 땐 학생에겐 필수품이었던 도시락이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직사각형의 철제 도시락을 내놓는데 그 안에는 밥, 달걀 프라이가 들어가 있다. 달걀 프라이를 숟가락으로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 어묵볶음을 넣어 뚜껑을 덮어 신나게 흔들면 속에서 자기네끼리 잘 비벼져 있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한 번씩 도시락통만 가져오게 해 추억의 흔들 도시락을 만들어 먹게 한다. 맨밥보다 흔들 도시락이 맛있는 건 당연하다.

도시락 대신에 졸아든 국물에 공깃밥을 넣고 볶아먹는 볶음밥도 일품이다. 전골류 국물 요리의 마지막은 대부분 볶음밥이다. 해 보면 왜 다들 그렇게 해 먹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