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미국은 과도기였다. 석유 파동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불황에 빠졌고, 십 대 총기 난사 사건이 처음 일어났으며, 첫 번째 대형 원자력 사고도 있었다. 애플 컴퓨터가 상용화됐고, 펑크 음악이 유행했다.

‘우리의 20세기’의 한 장면. 그린나래 미디어 제공

27일 개봉한 영화 ‘우리의 20세기’는 시대 변화의 색깔이 짙었던 1980년대로 넘어서기 직전, 1979년 미국에 사는 각기 다른 세대의 세 여성과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산타바바라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55세 싱글맘 도로시아는 15세의 사춘기 아들 제이미가 걱정이다. 그녀는 함께 사는 24세 포토그래퍼 애비와 제이미 친구 줄리(17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한다. 제이미는 세 여성 사이에서 성장하고, 세 여성 또한 제이미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20세기’는 어머니와 누나들 사이에서 자란 마이클 밀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모티브로 했다. 그래서 남성 감독임에도 당시 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사춘기 아들을 홀로 키우는 도로시아와 자궁경부암을 앓고 있어 임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애비, 사랑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이미의 침실에 들어와 잠만 자고 가는 줄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세대의 여성이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질풍노도 시기를 겪고 있는 제이미로, 아버지가 없는 그를 잘 키우기 위해 세 여성이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제이미의 성장을 다루는 듯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 여성의 성장도 동시에 포착한다. 도로시아는 인생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되고, 애비는 불임이라는 운명에 맞설 용기를 얻고, 줄리는 사랑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법을 찾게 된다. 나이와 세대에 상관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각자 성장하고,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해지는 것이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