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울 폐쇄 앞둔 나이트클럽서
- 100여 명 똘똘 뭉쳐 밤샘 촬영
- 잔잔한 감동 주는 영화될 것”

영화와 가요계를 오가며 원조 만능 엔터테이너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임창정이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그가 ‘사랑이 무서워’(2011) 이후 6년 만에 선택한 코미디 영화는 ‘로마의 휴일’(30일 개봉)로, 영화 ‘창수’(2013)에서 호흡을 맞춘 이덕희 감독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임창정은 현금수송 차량을 탈취한 삼총사의 해결사이자 리더 인한 역을 맡아 진지하지만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로마의 휴일’은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인한(임창정), 기주(공형진), 두만(정상훈) 삼총사가 현금수송 차량을 탈취한 후 경찰에 쫓겨 나이트클럽 ‘로마의 휴일’에 숨으면서 벌어지는 코믹 인질극이다. 임창정은 삼총사의 리더 인한 역을 맡아 진지하지만 상황의 코미디로 웃음을 주는 그만의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인질범이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풍기는 모습으로 마지막에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지난해 가을 발라드 ‘내가 저지른 사랑’으로 음원 차트 1위를 한 데 이어 ‘로마의 휴일’로 영화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줄 임창정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다. 그런데 연기는 진지하다.

▶배우 입장에서 코미디나 정극 연기나 똑같다. 코미디는 잘 아는 분야라서 처음에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캐릭터 자체가 방방 뜨는 역할이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진지한 코미디를 하려고 했다. 실은 너무 웃긴 장면들이 있었는데 편집됐다.

-후반부에 인한의 과거사와 연관된 내용으로 감동을 주기 위해 극 흐름과 맞지 않는 코믹한 장면이 편집된 것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의 감동이 세게 다가왔다.

▶아마 그런 것 같다. 이덕희 감독님이 “뒤에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자도 후반부가 좋다고 하더라. 어린 친구들에게 우리 영화가 진부한 코미디일 수 있겠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코드가 잘 맞을 것 같다.

-임창정 씨 대신 공형진 씨와 정상훈 씨가 코믹한 부분을 맡았다. 특히 정상훈 씨는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요즘 대세 배우로 떠오르고 있다.

	‘로마의 휴일’은 인한, 기주, 두만이 현금수송 차량을 탈취한 후 경찰에 쫓겨 나이트클럽에 숨으며 벌어지는 인질극을 다룬 코믹 영화다. 전망좋은영화사 제공

▶그래서 우리 영화는 상훈이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로마의 휴일’을 캐스팅할 때 상훈이에게 전화해 “네가 안 하면 나도 안 한다”고 했다. 상훈이는 저와 형진이 형이 한다고 해서 시나리오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상훈이는 너무 착하고 배려심이 좋다. 우리 영화와 ‘품위있는 그녀’ 촬영이 겹쳤는데도, 힘든 기색 없이 항상 웃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금보다 열 배는 잘 될 것 같다. 저의 다음 영화 ‘게이트’도 같이 출연했는데, 한국영화 악역계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영화가 끝나면 상훈이만 기억날 것이다.

-이 감독과는 ‘창수’에 이어 연이어 작품을 했다. 마음이 잘 맞는가 보다.

▶이 감독님은 전 우주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주변에 도와주려는 사람이 많다. ‘창수’ 이후 몇 년 만에 뒷주머니에 시나리오를 꼽고 나타났는데, 무조건 할 거니까 술이나 한잔하자고 했다.

-‘로마의 휴일’의 주요 배경 장소는 나이트클럽이다. 100명의 인질과 함께 촬영하며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그 장면은 지난 겨울 대전시 유성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0일 정도 촬영했다. 너무 추워 찜질방의 펭귄방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나이트클럽 무희 역으로 출연한 분들은 얇은 옷만 입고 있어 더욱 추워했다. 그 나이트클럽이 폐쇄될 예정이어서 스케줄에 쫓기며 밤샘 촬영을 해야 해 더욱 힘들었다. 100여 명의 조연 분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고생하며 끈끈해지고 친해졌다. 이 감독님이 “한 사람도 잘려서는 안 된다”고 해 출연했던 모든 분이 영화에 나온다.

-내년에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작품인가?

▶어려서부터 영화 제작과 감독을 하고 싶었다. 그동안 여건이 안됐는데 이제 더 미룰 수 없어 밀어붙였다. 다문화가정 이야기를 다룬 휴먼 멜로 영화로, TV 드라마 스페셜로 방송된 것을 보고 너무 영화로 만들고 싶어 판권을 샀다. 내년 여름 크랭크인해 1년간 촬영할 예정인데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직접 출연도 하고, 제작 각색 음악 등 1인 다역을 한다. 이 영화로 개봉 전에 해외 영화제에 도전하고 싶다.

-가수 활동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신곡은 언제쯤 나오는가?

▶10월 둘째 주부터 겨울까지 솔로 곡, 남녀 듀엣곡 2곡 등 세 곡을 발표할 것이다. 그 노래도 빨리 들려 드리고 싶다.

-20년 넘게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했다. 오랜 후에 은퇴했을 때 팬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은가?

▶먼저 항상 제가 한 것에 비해 과분한 칭찬을 듣는다고 생각한다. 하는 일들이 많아 어느 하나에 100%를 다 쏟아붓지 못하는데도 칭찬해주셔서 과분하고 미안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제가 은퇴하거나 생을 마친다면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그것이 최종 목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