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구형 드론 300여 대·배터리 구비
- 시뮬레이션해본 뒤 실제 조종 체험
- 갈고리 달린 드론으로 인형 낚시도
- 앞뒤좌우 헷갈려 너도나도 ‘초집중’

- 롤러장 같은 트랙엔 전동휠 행렬
- 구입 부담 덜고 타볼 수 있어 인기
- VR 이용 게임&가상현실존 등
- 접하기 힘든 장비 가까이서 즐겨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밤이면 서늘해져 가을이 왔나 싶다가도 낮에는 여전히 여름이다. 이럴 땐 어디 멀리 떠나기보다 시원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을 찾게 마련이다. 마침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경남 김해 장유에 실내 드론체험장인 드론파크가 지난 6월 말 문을 연 것. 국내 최초인 데다 규모도 2644㎡(약 800평)로 국내 최대라 하니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기자의 집에도 완구형 드론이 있어 몇 차례 날려봤지만 배터리가 채 5분을 버티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곳에는 여분의 배터리까지 준비해 교체만 하면 된다고 하니 실컷 날려볼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전동휠과 VR(가상현실)까지 체험할 수 있다니 가족 또는 연인에게 제격이다. 드론파크 측에 따르면 재방문율도 40%에 육박한다고 한다.

	드론파크 직원이 드론낚시 체험객에게 드론 조종법을 설명하고 있다. 드론낚시란 드론을 날려 인형을 낚는 것으로 걸린 인형은 체험객에게 제공해 인기가 좋다.

■ 맘대로 안 되는 드론 날리기

드론파크는 드론체험존, 전동휠체험존, 게임&VR 체험존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정면에 있는 드론존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운용되는 드론은 300여 대이다. 왼쪽에 드론 시뮬레이션 장치가 늘어서 있다. 정면에 커다란 모니터가 있고 조종기가 놓여 있는데 내가 조종하는 그대로 모니터에 투영된다. 드론을 처음 날려보는 사람이 많아 시뮬레이션 장치로 드론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게 한 것이지만 드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무작정 달려들어 파손되는 드론 수를 줄여보고자 하는 운영진의 마음도 느껴진다.

가운데 그물망이 둘러쳐진 곳에서 호버링(공중에 떠 있는 기능)이 가능한 완구형 드론을 날리기 위해 부모와 아이들이 줄을 서 있다. 시뮬레이션을 거친 사람들이 실제로 드론을 날려볼 수 있는 곳이다. 때마침 착륙 미션을 수행 중이다. 과녁이 그려진 바닥이나 의자 위에 착륙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밀한 조종술을 요구한다. 대부분 자신 있게 나서지만 조종기의 위아래와 앞뒤 좌우를 헷갈려 좌우에 있는 그물망에 박히기 일쑤다. 줄을 서서 체험하는데 10분 뒤 ‘드론낚시’를 하니 모여 달라는 방송이 들린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5살부터 12살 사이의 아이들과 부모, 연인들이 줄줄이 모여든다. 실과 갈고리가 달린 드론으로 고리가 달린 인형을 끌고 오면 된다. 인형 뽑기와 유사하다. 걸린 인형은 낚시에 성공한 체험객에게 돌아간다니 너도나도 도전한다.

하지만 웬걸. 드론은 뜻대로 가주질 않는다. 그물에 걸리거나 영역을 이탈하면 가차 없이 실격이다. 송일근(40·경남 창원시 진해구) 씨는 “여기 와서 드론을 처음 날려봤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다”며 “아이들과 드론도 날리고 전동휠도 타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즐거워했다. 아쉽게도 그와 두 아들은 모두 인형 낚기에 실패했다. 송 씨뿐 아니라 대부분 드론을 처음 접하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아 당황해한다. 때론 드론이 인형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한 40대 남성은 드론을 차분히 띄우더니 저공비행으로 인형까지 접근했다. 이어 저인망으로 바다의 바닥을 훑듯 인형 위를 달리더니 인형 하나를 갈고리에 걸어 끌고 온다. 주변에서는 손뼉을 치면서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드론파크 배상원(42) 이사는 “완구용 드론을 야외에서 날리려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배터리도 5분 만에 방전돼 한계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다수의 배터리를 확보하고 있고 바람도 불지 않아 드론 날리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라며 “드론을 산업적인 측면이 아니라 놀이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드론 제치고 왕좌 노리는 전동휠

	경남 창원에서 온 송일근 씨 부자가 전동휠을 함께 타고 있다.

드론체험존에서 나와 전동휠 체험장으로 이동한다. 전동휠 체험장은 연습공간과 트랙이 분리돼 있다. 애초 트랙이 있던 공간은 다수가 드론을 동시에 날릴 수 있는 드론 자율비행공간이었으나 가오픈 이틀 만에 20여 대의 드론이 파손되면서 운영을 중단했다. 그 대신 이 공간은 전동휠 트랙으로 변신했다. 배 이사는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무작정 드론을 날리다 보니 빠른 속도로 드론이 벽에 처박히고 날개와 몸통이 분리돼 파손되는 일이 잦았다”며 “대신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전동휠 트랙으로 만들었는데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전동휠을 타기 위해서는 헬멧과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연습공간에서 조작법을 익힌 뒤 숙달돼야 트랙으로 옮길 수 있다. 트랙에는 밧줄이 연결된 라바콘으로 트랙을 만들어 줄지어 달릴 수 있도록 했다. 롤러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전동휠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전진하고 뒤로 기울이면 후진하며 손잡이를 좌우로 이동시키면 좌우로 이동하는 이동장치로 가격은 40만 원에서 100만 원 선이다. 이 때문에 비용 부담에 구입을 저울질했던 사람들이 맛보기로 즐겨 타고 있었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아이들은 금방 적응해 트랙으로 옮겨 탄다. 엄마들도 처음에는 못 탄다고 손사래를 치더니 오래지 않아 별 것 아니라는 듯 아이들과 합류한다. 이렇다 보니 드론파크 내 비중도 처음엔 드론이 우세했지만 요즘은 전동휠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배상훈(38) 대표는 “처음엔 드론 때문에 왔다가 재방문 시에는 전동휠을 타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전동휠을 25대로 늘리고 체험장 시설도 보완했다”고 말했다.

■ 미래세계 온 듯한 VR체험장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체험객.

전동휠 체험장 한쪽에는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레이싱 게임이나 플레이스테이션(PS)을 이용한 격투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VR존이 있다. 게임기마다 칸막이로 분리돼 있는데 좌석 주변에 푸른색 조명이 밝혀져 있어 쉽게 눈에 띈다. 한 여성이 헤드기어형 고글을 쓰고 레이싱 게임을 즐기고 있다. 멀리서 보니 스타워즈가 떠다니는 미래 세계에 온 듯하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총을 쏘며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얼마나 몰입감이 좋은지 알 수 있다. 일반 게임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피스 드래곤볼 등 아케이드 액션 위주의 게임이어서 만족한 듯한 모습이다.


# 주말 입장료 1만5000원, 장비 낯선 엄마에겐 할인

경남 김해시 장유면 갑을병원 옆 옛 공장 건물이 드론파크다. 널찍한 주차장(약 20석)에 차를 대고 건물 입구에 있는 무인 발권기를 통해 입장권(3시간 기준)을 산 뒤 건물로 들어서면 직원이 팔찌를 채워준다. 밖에서 볼 때는 허름한 공장이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돼 있다. 형제인 배상훈 대표와 배상원 이사가 직접 전기와 조명 등을 시공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변압기를 생산했는데 조선 경기 하락으로 공장 문을 닫고 1년 동안 고심한 뒤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드론체험장을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드론 고수를 양성하기보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드론을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1인 1만5000원(36개월 이상)인데 엄마들은 장비와 덜 친하다는 이유로 3000원이 할인된 1만2000원을 받는다. 반면 평일에는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되는데 대인은 1만 원, 소인은 1만3000원이다. 직장에서 고생하고 퇴근한 부모를 배려했다. 드론파크 내에는 카페가 있어 각종 음료를 마실 수 있으며 뽀로로가 끊임없이 재생되는 키즈카페도 있다. 아이보다는 힘들어하는 엄마들의 쉼터다. 입구 주변에 전시된 완구용 드론을 살 수도 있다.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