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색 기운 도는 식기 사용
- 부엌온도 내려가는 기분 들어
- 투명한 유리제품 청량감 선사
- 음식 본연의 색·맛 배로 살려

가장 무더울 때는 지났지만 여전히 조금만 움직여도 절로 땀이 흐른다. 더운 날 집안일 중에 고역은 뭐니 뭐니 해도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다. 불 앞에 꼼짝없이 서 있어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이럴 때 차려 먹는 식탁만이라도 시원하게 꾸며 본다면 더위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올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시원해 보이는 식탁으로 여름의 끝을 지나 초가을까지 활용해 식사 시간에 청량감을 더해보자.

	여름 식탁을 시원하게 꾸미는 데는 유리 소재의 그릇이 가장 잘 어울린다. 투명한 유리에 반투명한 선이 지나가는 디자인으로 경쾌함을 더하고 있다.

우선은 식탁 세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식기류의 색깔을 화이트나 블루로 바꿔본다. 집집이 화이트 식기는 거의 다 갖추고 있으니 이 시기만이라도 모두 화이트로 식탁을 채운다. 화이트는 색상의 특성상 흰색을 제외한 어떤 음식의 색깔이라도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식기 중 가장 사랑받고 널리 쓰인다. 특히 여름에는 깨끗한 느낌 때문에 더 자주 쓰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그릇과도 잘 어울려 테이블 세팅의 기본 아이템이다. 여기에 포인트가 될 만한 그릇만 블루 색상으로 사용하면 가지고 있던 그릇만으로도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아니면 아예 지중해 바다색 같은 코발트 빛 블루로만 식탁을 꾸며도 좋다. 식탁 전체가 푸른 기운이 돌면 부엌 온도까지 덩달아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화이트 색상의 식기와 함께 깨끗하고 시원해 보이는 그릇 소재는 유리다. 유리 소재는 빛 굴절 품질이 뛰어나면 크리스털로 분류된다. 고를 때 충격과 마모에 강한 제품인지 살펴야 오래 쓸 수 있다. 아무 색상 없이 완전히 투명한 유리라면 소재 자체에 입체감을 살린 것을 선택하면 세련돼 보인다. 유리를 압착할 때 생기는 방울을 표현해 질감을 살린다거나 빙하가 녹아내리는 듯한 모습의 표면을 구현하는 식이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듯한 독특한 무늬와 질감을 가진 유리제품은 입으로 불어 만드는 기법으로 유명하다.

	지중해의 바다빛을 형상화한 푸른색 계열의 식기가 청량함을 더한다.

지난해는 은은한 파스텔 색조의 유리그릇이 강세였지만 올해는 외려 원색이 훨씬 다양하게 소개됐다. 그릇의 색상이 너무 강하거나 진하면 음식 본연의 색이 죽어버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리 소재는 이야기가 다르다. 색이 강하더라도 투명하므로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한다. 푸른색의 유리 식기에 싱싱한 채소와 알록달록한 색깔의 과일을 버무린 샐러드, 알리올리오 파스타 등을 담아 놓으면 음식의 색상이 외려 돋보인다. 한식인 냉국수나 오이 냉국, 나박김치 등을 담아도 시원하게 잘 어울린다.

유리 소재에서도 블루 컬러가 가장 청량해 보인다. 그중에서도 울트라 마린은 선명한 푸름으로 눈에 확 들어온다. 화이트, 블랙 같은 무난한 무채색과도 잘 어울리고 원색 유리제품들과도 궁합이 좋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화이트나 블루 톤의 도자기로 식탁을 세팅했다면 머그잔이나 물잔은 유리로 선택한다. 반은 투명한 유리에 반은 색상이 있는 형태를 쓰면 경쾌한 느낌을 준다. 표면에 반투명한 장식이 있거나 색상이 흘러 들어간 것 같은 효과를 낸 제품도 장식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이슬방울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겉면에 유리를 압착할 때 생기는 방울들을 표현해 시원하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전에는 식기류의 세트 구성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다. 요즘은 1, 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그에 맞는 간소한 식기 세트도 인기다. 밖에서 사 먹는 것만큼 집에서 혼자서 만들어 먹거나 반조리 식품을 사서 예쁜 그릇에 담아서 먹는 것만으로도 대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제품들도 여름용으로는 옅은 푸른색을 띠는 디자인이 강세다.

입맛 없는 여름에는 식사보다도 시원하고 달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찾게 된다. 가장 손쉬운 디저트 중 하나가 유리 볼에 각종 견과류를 담고 플레인 요거트를 넣은 뒤 위에 블루베리, 아사이베리를 듬뿍 뿌려놓는 요거트다. 유리 볼이 투명해 층을 이루며 쌓인 모습이 옆에서 보이므로 더 예쁘고 청량하다.

케이크 스탠드도 도자기보다는 유리로 된 소재가 훨씬 시원해 보인다. 케이크보다는 납작하면서 다양한 과일이 토핑돼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타르트나 파이류가 여름에는 더 잘 어울린다. 평소보다는 얼음이 들어간 차가운 음료도 자주 마시게 된다. 각얼음으로 컵을 가득 채워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붉은색이 매력적인 오미자청을 활용한 음료 등을 만들어 먹을 때 유리잔에 담아 식탁 위에 두면 식탁 온도가 내려가는 느낌이 있다. 취재협조=이딸라, 이도, 덴비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