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간의 교직생활 정리하고
- 2년간 쓴 짧은 동화 9편 실어

- 샘내고 삐치고 떼쓰면서도
-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 순수한 아이들 이야기 담아

- “외할머니가 책 읽어주던 기억
- 지금까지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
- 아이들에게 포근함 안겨줬으면”

“저는 동화가 바르고, 둥글고, 예뻤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동화를 읽고 활짝 웃을 수 있도록요.”

동화집 ‘삼층집 하나'를 펴낸 손수자 동화작가.

부산 아동문학의 중진 손수자 동화작가가 동화집 ‘삼층집 하나’(아동문예)를 펴냈다. 2015년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정리하고 2년간 쓴 짧은 동화 7편을 포함해 모두 9편이 실렸다. 손 동화작가의 바람대로 마음을 말랑말랑하고 동글동글하게 펴주는 구슬 같은 이야기들이 모였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아이들과 40년을 보냈어요. 퇴직 이후 평소 못했던 여행도 다니며 틈틈이 짧은 동화를 썼어요. 장편동화는 조금 느슨해도 되는데 단편 동화는 원고지 20장 내외의 짧은 분량에 선명한 주제와 짜임새 있는 구성을 담아야 해 더 힘들었어요.”

책에는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바쁜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이 가득하지만 새 대신 엄마를 보듬어주는 서진이, 할머니와 살면서 선생님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아이, 거리에서 청소하는 아버지를 부끄러워했다가 ‘눈물씨’를 흘리는 아이, 예쁜 인형을 갖지 못해 심술부리다 동생을 갖게 된 아이, 괴상한 용 모양의 저금통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특별한 경험을 한 아이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샘내고, 삐치고, 질투하고, 떼쓰면서도 가족과 친구, 사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순수하고 어여쁜 모습을 가졌다.

“요즘 동화를 보면 힘든 아이들이 자주 등장하죠? 고통에 고통을 더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야기를 쓸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을 피하고 싶어요. 가뜩이나 고통을 안고 사는 아이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밝은 기운을 얻었으면 하거든요. 어둠을 안고 있는 아이도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도록요. 제 기억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어릴 적 따뜻한 볕이 드는 외할머니댁에서 책 읽어주는 소리를 도란도란 듣는 것이었어요. 제 동화도 아이들에게 그런 따뜻함과 포근함을 주었으면 해요.”

동화집 ‘삼층집 하나’

책의 마지막에 실린 동화 ‘아디’(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불교 용어)는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 환자만 치료하며 평생을 병원에서 보낸 송 원장이 은퇴 후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내용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허탈함을 뒤로하고 새 출발 앞에 선 송 원장의 모습이 희망적이다.

“학교에 있을 때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감동을 주었고, 그것이 곧 동화가 되었습니다. 퇴직 후에는 제 가족과 친구, 지인이 보이네요. 이제는 어른을 위한 동화도 써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손 동화작가는 1988년 동화 ‘호박꽃 이야기’가 ‘아동문학평론’에 당선돼 등단했다. ‘꽃이 된 구름’ ‘하늘나라 기차표’ ‘눈물꽃’ 등의 창작집을 펴냈고, 부산아동문학상 한국불교아동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부산아동문학인협회장과 동의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한동안 아침 햇살과 이야기할 새가 없었어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여유를 찾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꼭 써야 한다는 억눌림 없이 멈추기도 하고, 놀기도 합니다. 많이 쓰는 것보다 좋은 작품을 남기는 것이 더 가치있지 않나요? 제 손녀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동화를 쓰고 있는데, 언제 나올지 몰라도 꼭 남기고 싶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