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독과 살랑이는 천장의 흰색천
- 술 익는 소리도 음악처럼 흘러나와

- 통삼겹 구이와 독특한 숯 소스
- 상큼한 복순도가 막걸리와 궁합
- 한식 재료·서양요리법 장점 잘살려

한식은 집에서 늘 먹는 음식이니 밖에서 굳이 돈을 내가면서 사 먹어야 하나 하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한편에선 한식을 좀 더 새롭게, 멋지게, 보기도 좋게 만들어보자는 움직임도 분명히 있다. 재료는 분명히 한식이지만 그릇에 담아내는 모습이나 요리의 기법은 서양식을 도입해 색다른 모습을 갖추게 하는 거다. 최근 우리 술 막걸리로 이름난 복순도가가 부산 수영구 옛 고려제강 부지에 세워진 F1963에 한식 레스토랑 ‘복순도가(福順導家) F1963(051-757-2963)’을 열어 새로운 한식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다.

	통삼겹 구이와 숯 소스, 토마토 샐러드, 수정과 디저트까지 복순도가 막걸리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화이트 와인 같은 향과 탄산을 지닌 복순도가 막걸리는 고기나 채소 상관없이 잘 어울린다.

레스토랑 내부는 환한 흰색 천이 천장에서 살랑거리고 한쪽에는 어른 한 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법한 술독이 자리 잡고 있다. 술독 가까이에 가니 물이 조르르 흐르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데 이는 술이 발효되면서 나는 소리다. 그야말로 술 익는 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음악처럼 들려주는 거다. 천장의 천도 술 거르는 천을 형상화해 장식했다. 김민규 대표는 “천장이 높아 소리가 울리는 것을 잡아주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고려해 천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깔끔한 내부에 걸맞게 주방도 다 들여다보이는 오픈 키친에 모두 전기를 이용한 콜드 키친으로 마련했다. 가스 대신 전기 인덕션을 사용해 실내 공간에 유해 가스를 발생시키지 않고 에너지 소비도 줄였다.

이날은 복순도가의 막걸리와 아주 좋은 궁합을 자랑하는 통삼겹 구이와 숯 소스, 토마토 샐러드, 수정과 디저트를 맛봤다. 통삽겹 구이는 국내산 통삼겹살을 밀봉해 섭씨 72도의 물에 넣고 12시간 동안 익히는 수비드 기법으로 요리한다. 이걸 꺼내 평평하게 누르면서 약한 불에서 구우면 돼지 껍질 부분은 아주 바삭하고 속살은 연한 통삼겹 구이가 완성된다. 접시엔 구운 양파와 마요네즈같이 보이는 숯 소스도 함께 있다. 양파는 지로 담은 것을 다시 한번 구워서 아삭한 맛이 살아있지만 연기 향을 입혀서 단맛을 끌어올렸다. 재미있는 것은 숯 소스인데 처음엔 별맛이 없다가 뒤에 숯의 향이 아주 강하게 느껴진다. 숯 소스는 뜨겁게 달군 참숯을 식용유에 넣어 기름에 향을 입히고 거기에 달걀노른자를 넣어 마요네즈로 만들었다. 소스만 따로 먹으면 숯 향이 아주 강하지만 돼지고기에 구운 양파까지 같이 곁들이면 서로가 녹아들면서 고소한 맛만 남는다. 한쪽에는 부추지와 부추 오일도 담아내 향기롭게 맛볼 수 있다. 고기와 소스로 기름지다 싶으면 상큼한 복순도가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면 모든 맛이 부드럽고 구수하게 합쳐진다.

	가게 내부는 복순도가 막걸리에 대한 설명이 들어간 액자와 술 익는 소리가 나는 항아리, 술 거르는 천을 이용한 천장 장식까지 통일감 있으면서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이어 고운 색상의 토마토 샐러드를 맛봤다. 진한 자줏빛의 가루는 비트로 만들어 올렸다. 모차렐라 치즈를 담겨있던 물과 함께 갈면 굳어지지 않는 치즈 소스가 된다. 여기에 진한 맛을 더해주는 페타 치즈를 더해 녹진하고 고소한 맛을 살렸다. 방울토마토는 살짝 데쳐 껍질을 깐 뒤 3년 된 알로에 청을 붓고 밀봉해 하룻밤 냉장고에서 재우면 알로에 청의 달콤함이 토마토 속으로 다 배어 들어간다. 이렇게 만든 토마토를 먹기 직전 반으로 갈라 치즈 소스와 내면 상큼하면서 고소한 샐러드가 완성된다. 볼 때는 이렇게 많은 공이 들어간지 모를 음식이지만 하나하나 무척 손이 많이 간 음식들이다. 이수형 셰프는 “복순도가 대표님의 어머님이 직접 만든 청 종류를 갖다 주시면 어떻게 요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한식 재료를 서양 요리 기법으로 풀어내면 서로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요리가 되므로 여러 가지로 생각해본다”고 했다.

디저트로 내온 수정과 디저트는 모양부터 아주 귀여웠다. 작은 바구니에 쌀과 여러 가지 곡물, 계피를 담고 거기에 막대사탕처럼 보이는 수정과 디저트가 꽂혀 있다. 보기엔 아주 딱딱한 사탕 같은데 한입 물면 이가 ‘쑤욱’ 들어가는 아주 부드러운 젤리다. 수정과에 한천과 설탕을 넣어 녹인 뒤 모양 틀에서 굳히고 건조기에서 3일간 말린다. 그러면 표면의 설탕이 크리스탈처럼 빛나게 되면서 굳어진다. 하지만 속은 아주 연해서 손님들에게 의외성을 주는 재미있는 디저트가 된다.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위트있는 후식에 기분까지 즐거워졌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