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제구 터키문화원 부산점서
- 터키인 푼다 굴룸 씨 요리 강좌
- 무슬림이라 음식엔 쇠고기 쓰고
- 식재료는 할랄인증 제품만 사용
- 텝시케밥 아을라얀 케이크 등
- 같이 요리하며 문화체험 기회

터키는 여행자들에게는 아껴놓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다. 너무나 매력적인 곳과 이국적인 볼거리가 많아서 터키를 다녀오면 다른 여행지는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라는 얘기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터키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정작 현지의 문화나 음식, 터키어 등을 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연제구에 터키문화원 부산점이 문을 열면서 터키 문화를 좀 더 가깝게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텝시케밥과 알파 셰흐리예 볶음밥을 한 접시에 담아 다 같이 맛보고 있다. 디저트로 아을라얀 케이크까지 한 상 차림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터키문화원 부산점은 맛있는 냄새로 채워진다. 터키 요리 서너 가지를 배우는 요리강좌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주 토요일은 납작하고 동그란 모양으로 피자처럼 보이는 텝시케밥, 알파 셰흐리예 볶음밥, 아을라얀 케이크를 만들었다. 수강생은 허은진(42·금정구 장전동) 씨와 김부경(26·해운대구 우동) 씨 둘이었다.

수업 진행은 터키문화원 부산점의 아이쿠트 굴룸 원장의 아내인 푼다 굴룸 씨가 맡고 아자르 아멧 씨는 요리 도우미로 참가했다. 터키어나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푼다 굴룸 씨가 쉬운 영어로 천천히 설명하고, 상세한 설명은 코디네이터인 최민철 씨가 통역해 주므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요리 도우미로 나선 아자르 아멧 씨가 텝시케밥 반죽을 하고 있는 모습.

반죽하고 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을라얀 케이크부터 시작했다. 아을라얀 케이크는 우리말로 하자면 눈물을 흘리는 케이크다. 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초콜릿 소스를 붓는데, 그 소스가 케이크 모서리로 흘러내려서 마치 눈물처럼 보여서다. 통역을 맡은 최 씨는 "이름은 '우는 케이크'이지만 맛은 웃음이 날 만큼 달콤하다. 터키에선 달게 먹고 달콤하게 이야기한다는 말이 있다"며 터키식 디저트의 달콤함에 관해 설명했다.

제일 먼저 달걀을 거품기로 충분히 저어준 뒤 설탕을 넣고 다시 저어준다. 한참 저어야 하므로 전동 거품기가 있는 편이 낫다. 주의할 점은 반드시 달걀만으로 먼저 거품을 충분히 낸 뒤 설탕을 넣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우유,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카카오 가루, 바닐라 가루를 넣는다. 밀가루나 카카오 가루 등은 모두 체에 쳐서 넣어야 한다. 그래야 가루 사이에 공기를 머금어 케이크가 폭신폭신해진다. 이렇게 만든 반죽을 오븐에 넣고 굽는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케이크와 별다르지 않다. 다 구워진 걸 확인하는 방법은 이쑤시개로 끝까지 찔러서 묻어나는 것이 있는지 보면 된다. 다 익었으면 포크로 케이크를 여기저기 푹푹 찌른 뒤 우유를 그 위에 붓는다.

최 씨는 "이래서 터키에서 먹었던 케이크들이 다들 촉촉했던 것"이라며 신기해했다. 허 씨는 "지난 4개월간 요리 수업을 받으면서 터키 음식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전에 집에서 만든 뒤 케이크를 식힌다고 냉동고 속에 넣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나중에 꺼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며 자신만의 비결을 내놓았다. 우유로 적신 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바르고 초콜릿을 녹여 만든 소스를 부으면 소스가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아을라얀 케이크가 완성된다.

이어 텝시케밥을 준비했다. 쇠고기를 먼저 간 뒤 양파와 마늘을 갈아 넣고 섞어준다. 이때 커민, 다진 파슬리, 소금, 후추 등도 함께 넣어준다. 푼다 굴룸 씨의 가족은 무슬림이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모든 식재료는 할랄 인증을 받은 것만 사용한다. 이날 쓴 고기는 기름이 적은 소 우둔살인데 이 역시 할랄 인증을 받았다. 허 씨는 "할랄 푸드는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위생적으로 처리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찾는다. 한국에서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하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푼다 굴룸 씨는 "텝시케밥을 만들 때 고기는 최대한 기름이 적어야 한다. 그리고 고기 반죽을 여러 번 잘 치대줘야 갈라지지 않고 굽힌다"고 설명했다. 고기를 치대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어서 아자르 아멧 씨가 도맡아 해줬다.

고기 반죽은 피자처럼 둥그렇고 얇게 편다. 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와 물, 오일을 섞은 소스를 고기 반죽 위에 부어서 전체에 발라준 뒤 토마토와 고추를 썰어 노핑으로 얹는다.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30분 정도만 구우면 요리가 완성된다. 이날 두 번째 수업을 듣는다는 김 씨는 "터키 음식이 나한테는 아주 잘 맞는다. 이국적이지만 토마토와 채소를 많이 쓰고 풍부한 맛을 내서 집에서도 자주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며 즐거워했다.

고기와 함께 먹을 알파 셰흐리예 볶음밥도 무척 간단했다. 한국 쌀을 씻은 뒤 냄비에 담고 물, 소금을 넣어 불린다. 소금은 쌀알이 깨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쌀은 이렇게 두고 쌀처럼 생긴 파스타인 알파 셰흐리예를 냄비에 기름과 같이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볶는다. 거기에 불린 쌀을 넣고 버터를 넣어 다시 볶다가 따뜻한 물을 넣고 중불로 8~10분간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끓인다.

이렇게 만든 요리를 접시에 담아 다 함께 맛봤다. 피자 같은 모양으로 잘라낸 텝시케밥은 토마토소스가 잘 스며들어 익은 고기완자 같았다. 위에 올려진 토마토도 맛을 더했고 특히 맛있었던 건 버터를 넣은 알파 셰흐리예 볶음밥이었다. 볶음밥이지만 촉촉한 냄비밥 같은 느낌이었고 무척 고소해 한 그릇 더 청하고 싶을 정도였다. 디저트로 차와 함께 즐긴 아을라얀 케이크는 초콜릿과 우유 맛이 진하게 나서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푼다 굴룸 씨는 "일요일 아침엔 터키식 아침 식사를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요리로 터키를 알릴 수 있어서 기쁘다"며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텝시케밥(4~6인 분 기준)

재료 : 쇠고기 우둔살 간 것 1㎏, 양파 1개, 마늘 2개,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 파슬리, 소금, 고춧가루 약간, 후추 약간, 커민가루 1작은술

토핑재료 : 토마토 2개, 청고추(오이고추) 4개

소스재료: 토마토 페이스트 3큰술, 물 1.5컵, 올리브오일 3큰술


◇ 아을라얀 케이크

케이브 반죽 재료 : 달걀 4개, 설탕 1컵, 우유 4큰술, 밀가루 1컵, 베이킹 파우더, 카카오가루 4큰술, 오일 1큰술, 바닐라 가루 4큰술

케이크에 부을 우유 : 2컵 / 케이크 토핑 재료 : 우유 1컵, 생크림, 초콜릿 소스

초콜릿 소스 재료: 우유 400㎖, 설탕 4분의 3컵, 옥수수전분 1 작은 술, 카카오가루 1큰술, 초콜릿 200g

# 초콜릿 소스 만들기

1. 우유와 설탕을 넣고 끓인다. 끓이는 내내 저어주어야 한다. 여기에 전분과 카카오 가루를 물에 개어 넣고 끓인다. 전분이 뭉치지 않게 저어야 한다.

2. 초콜릿을 잘게 다지거나 부셔서 넣고 함께 녹여준다.

글·사진=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