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시끌벅적해지는 휴가철이 돌아왔다. 부산으로 휴식을 즐기러 온 사람이나 부산에 사는 사람에게나 여름은 좀 특별하다. 도시가 가장 활기를 띠는 때라 그런지 전체가 북적북적한 느낌이 있다. 이 때문인지 뜨거운 태양이 지고 열기가 남아 있는 여름밤엔 친구들과 함께 술잔을 부딪는 재미가 색다르다. 관광객이나 부산 사람 모두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의 이자카야 두 곳을 소개한다.

	동성장에서 인기있는 안주들. 상단 중앙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듬사시미, 조개탕, 이베리코 돈찜, 네기도로(다진 참치살)와 우니(성게 내장) 삼합, 참복회. 네기도로 삼합은 다진 참치살과 게 내장, 우니를 김 또는 감태에 싸서 먹는 음식으로 녹진한 감칠맛이 특징이다.(왼쪽), 미소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사케를 접할 수 있는 술집이다. 시계 방향으로 스시와 모듬 사시미, 차슈요리. 모두 사케와 잘 어울리는 안주다.

# 부담 던 갓포요리+α 무국적 선술집

◇ 해운대구 '동성장'

해운대구의 이자카야 동성장(051-741-3310)은 이름부터 특이하다. 이 건물이 전에 숙박업소였고 그곳의 이름이 동성장이었던 걸 그대로 따왔다. 20년도 더 전에 부산대 앞에 따로장이란 음식점이 있었더랬다. 돼지두루치기에 밥과 술을 먹던 곳이었는데 그때 이후로 음식점 이름이 이런 건 모처럼 본다.

	동성장의 참복회는 활참복을 그때그때 잡아서 낸다.

동성장의 콘셉트는 갓포요리를 기반으로 한 무국적 선술집이다. 갓포요리는 제철 재료를 중심으로 하되 가이세키 요리보다는 캐주얼해 덜 부담스럽다. 소주 맥주 사케 와인까지 다양한 주종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술꾼들에게 가장 매력적이다. 콜키지 비용으로 병당 2만 원을 받고 있어 와인 마니아들은 자신의 와인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창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사케 닷사이도 접할 수 있었다. 닷사이는 쌀의 도정 비율에 따라 23, 39, 50이라는 숫자가 붙는다. 닷사이 23이라면 쌀을 23%만 남기고 정미했다는 뜻이다. 은근한 단맛과 부드러움으로 사케 애호가들의 칭찬을 많이 받는 술이다.

일본식 숙성회인 모듬 사시미는 12~14가지로 계절에 맞는 재료를 쓰고 있다. 이날은 광어, 고등어, 국내산 개불, 전복 등이 나왔다. 고등어는 식초로 약하게 절여서 비린내를 없애고 감칠맛을 올려 입에 착 붙었다. 이어 나온 참복회는 유자 폰즈 소스가 독특했다. 참복에 미나리와 아까오로시(무를 강판에 갈아 고춧가루로 색깔을 입힌 것)를 넣어 돌돌 말아 유자 폰즈 소스에 찍어 먹는데 소스의 맛이 아주 진했다. 참복회의 쫄깃함과 강한 유자 향이 입맛을 확 돌게 했다. 복은 활복을 그때그때 장만해 내온다.

더운 안주로는 조개탕과 이베리코 돈찜이 인기다. 그중 이베리코 돼지의 항정살을 이용한 돈찜은 밥을 시켜서 같이 먹으면 식사로도 충분했다. 프라이팬에 고기를 먼저 구운 뒤 감자와 채소, 양념을 같이 넣고 압력솥에서 15분 가열하면 완성된다. 감자는 양념이 잘 배었고 돼지 항정살도 무척 부드럽다. 양념을 밥에 끼얹어서 감자를 으깨 비벼 먹으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소주든 맥주든 어떤 술에도 잘 어울린다. 조개탕에는 가리비, 동죽, 백합, 모시조개가 들어가는데 가리비는 자연산만 고집한다. 진하게 우러난 조개 육수의 마지막은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돌아 깔끔하다.


# 편백나무 틀 찜 '세이로무시'의 진수

◇ 온천장 '미소'

	미소의 세이로무시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선할 수 있다. 이날은 와규 차돌박이로 고소하면서 무척 부드러웠다. 사진=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동래구 온천장의 이자카야 미소(051-553-3301)는 세이로무시라는 독특한 요리를 낸다. 편백을 주재료로 한 나무틀 안에 다양한 종류의 버섯, 연근, 당근 등의 채소, 고기를 넣고 20분 정도 쪄서 먹는 음식이다. 채소 판을 아래에 놓고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넣은 판을 위에 올려 가열한다. 고기 아래는 숙주를 깔아 고기의 잡내를 없애고 고기를 먹을 때 식감을 더해준다. 소스는 참깨, 간장, 칠리 3가지가 나오는데 고소한 참깨소스가 가장 잘 어울린다. 고기는 얇게 썬 것을 쓰기 때문에 아주 부드럽게 씹히고 다양한 채소에는 고기의 육즙이 배여서 더 맛있다. 담백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법이라 부드러운 사케와 잘 어울린다.

이날 미소에선 국내에선 구하기 어려운 사케인 NO.6(넘버 식스) X타입을 내놓았다. 아라마라사라는 회사에서 6번 효모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이 사케는 탄산이 들어있지 않은데도 약한 탄산의 청량감이 있었다. 가볍지만 아주 부드러워서 어떤 해산물 요리와도 궁합이 좋다. 이와 함께 닷사이 39도 맛봤다. 문기관 셰프는 "닷사이 39를 먼저 마시고 넘버 식스를 마셔야 한다. 더 좋은 사케일수록 나중에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온 차슈 요리도 사케와 잘 어울렸다. 돼지고기를 구운 뒤 4~5시간 양념에 졸이듯 익혀서 썬 뒤 토치로 표면만 살짝 그을려 향을 끌어올려 새콤한 간장 소스와 양상추, 미역 등을 곁들여 내는 음식이다. 토치로 그을리면서 불 향이 입혀지고 돼지의 지방과 단백질이 열을 받아 맛 성분이 활성화된 상태이므로 입에 넣으면 구수함이 아주 좋다. 그리고 따뜻한 고기와 차갑고 새콤한 소스, 채소를 함께 씹는 맛이 색다르다. 음식의 온도 차로 주는 재미가 있는 메뉴다.

모듬 사시미에는 게 내장을 바른 문어 숙회와 바깥만 살짝 가열한 쇠고기 타다끼, 참치, 연어, 광어 등이 포함된다.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바이엔슈테판 생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 풍부한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이 또한 인기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