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륨같이 소박한 꽃과 어울려

- 높낮이가 다른 유리화병에 꽂아
- 거실에, 식탁에, 화장실에 배치
- 락스 한방울 넣으면 오래 감상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한낮의 햇볕 아래 걷는 일이 힘들어진다는 건 본격적인 여름이 코앞이라는 신호다. 어쩔 수 없는 더위를 내 집에서만이라도 피하고 싶다면 실내에 꽃을 두는 방법이 있다. 작약은 5월 중순부터 6월까지인 늦봄과 초여름에 잠깐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작약으로 시원하면서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연출법을 배워봤다.

비슷한 디자인으로 키가 다른 화병을 여러 개 모아 두면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 최고운 플로리스트는 계절감을 잘 나타내 주는 꽃을 집안에 두면 공간의 표정이 달라진다고 했다. 어떤 꽃이든 꽃 자체가 가지는 화사한 기운과 함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최 플로리스트는 이맘때를 표현하는 꽃으로 작약을 추천했다. 작약은 대부분 네덜란드에서 수입해 온다. 네덜란드산은 활짝 피었을 때 꽃의 지름이 15㎝ 정도에 달할 정도로 아주 풍성하다. 국산 작약은 6~7㎝로 조금 큰 장미 정도인 데 비하면 크기가 배 이상 차이 난다. 색상도 수입품은 화이트, 크림, 연핑크처럼 파스텔톤이다. 국산 작약은 짙은 와인색을 띤다.

흰색의 작약과 잘 어울리는 것은 너무 튀지 않는 컬러를 가진 꽃이나 녹색을 주조로 하는 식물이다. 꽃은 연한 파란색이나 보라색의 나비수국이나 알륨이 걸맞다. 마치 확대한 파꽃이나 민들레 홀씨 같은 알륨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녀 화려한 작약과 함께 배치했을 때 강약을 조절할 수 있어 궁합이 좋다. 작은 벼가 달린 듯한 모습의 유니폴라는 곁들이는 녹색 소재로 좋다. 둥글고 큰 작약과 함께 꽂으면 직선으로 뻗은 풀잎과 가느다란 몸체가 대비돼 잘 어울린다. 잎 모양이 예쁘며 줄기가 풍성한 덩굴식물인 클레마티스도 작약과 잘 어울린다. 여름 라일락이라 불리는 부들레아도 계절감을 잘 살려주는 소재다. 연한 보라색의 작은 꽃을 피우는 라벤더도 빼놓을 수 없다.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푸른색 계열의 꽃이 잘 어울린다.

위는 골드톤, 아래는 투명하면서 입구가 좁은 화병에 작약을 한 송이씩 꽂고 녹색 소재를 함께 배치했다.

작약은 보통 꽃시장에서 5송이를 한 단으로 해 네덜란드산은 3만~4만 원대, 국산은 2만 원대에 판다. 연한 핑크색의 작약은 '사하라 작약'이라 부르는데 향이 그윽하고 좋다. 반면 화이트나 크림색의 작약은 그다지 향이 강하지는 않다.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이라 신부들이 부케용으로 즐겨 사용한다. 살 때 꽃봉오리의 상태와 함께 꽃받침 위에 바로 붙은 떡잎을 잘 살펴야 한다. 떡잎이 너무 누렇게 말랐거나 만졌을 때 물컹거리면 꽃봉오리가 제대로 피기도 전에 꽃잎이 후드득 떨어져 버린다. 또 작약은 꽃봉오리가 무척 큰 편이므로 이를 잘 지탱할 수 있게 가지가 충분히 단단한지도 봐야 한다.

최고운 플로리스트가 색감이 다른 작약과 녹색 소재를 활용해 가로로 납작한 화병에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 플로리스트는 작약을 꽂는 꽃병을 조금 신경 써서 고를 것을 제안했다. 시원한 느낌을 주는 데는 투명한 유리 소재가 가장 좋다. 입구는 좁은 것으로 하고 비슷한 디자인을 고르되 키가 다른 화기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는 "높낮이가 다른 화병에 작약 한 송이와 녹색을 잘 살릴 수 있는 소재를 함께 꽂은 뒤 한 줄로 길게 늘어놓거나 앞뒤로 배치하면 세련된 느낌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님을 초대했을 때는 좀 더 존재감 있게 가로로 긴 유리 화병을 활용하는 게 좋다. 흰색과 와인색의 작약에 클레마티스 같은 덩굴식물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아래로 쏟아지는 모양으로 꽃을 꽂는다. 투명한 유리 아래로 보이는 꽃가지들을 굳이 가릴 필요도 없다. 녹색의 가지가 청량감을 더해주는 데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최 플로리스트는 "약간 흐트러진 듯 자연스러워 보이는 스타일링이 가장 멋있다. 굳이 줄기를 가리기 위해 잎으로 감싸는 수고 대신 노출하는 그 자체로 자연물의 느낌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고 권했다.

음식을 식탁 위에 차릴 때는 높낮이가 다른 여러 개의 화병을 놓으면 된다. 최 플로리스트는 "홈파티를 자주 연다면 한 공간에서 꽃을 다양하게 즐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렇게 한데 모아 두었다가 하나씩 가져가서 자신의 방 책상에 놓아두거나 화장실에 배치하거나 바꿔가면서 꽃을 즐기는 거다.

작약을 좀 더 오래 보고 싶다면 화병의 물을 차갑게 유지해 준다. 각얼음을 몇 개씩 넣어주면 간단하다. 화기에 넣는 물에 설탕을 조금 넣거나 주방이나 욕실에서 소독용으로 쓰는 락스를 한 방울만 넣어줘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최 플로리스트는 "아무래도 여름에 화병 속 물이 변질되기 쉬운데 락스가 미생물 번식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물은 가지 끝쪽만 잠기게 조금만 넣어줘도 된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