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서부터 권투 등 운동 좋아해
- 늦기 전에 액션영화 찍고 싶어 출연
- 90% 이상 대역 없이 직접 연기
- 여성관객 보기엔 잔인한 장면 많아
- 두 번째 칸 영화제 여유롭게 즐겨
- 최선 다해 촬영…반응 좋아 흥분돼

영화 '박쥐' '시체가 돌아왔다' '소수의견', 드라마 '유나의 거리' 등에서 개성 강한 역할을 연기했던 김옥빈이 '악녀'(8일 개봉)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하드 액션을 선보인다.

	배우 김옥빈은 영화 '악녀'에서 어려서부터 킬러로 길러진 여자 숙희를 연기하며 거친 액션을 소화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지난달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기립박수를 받은 '악녀'는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연변 출신 숙희(김옥빈)가 국가 비밀조직에 스카우트되어 최정예 킬러로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다.

김옥빈은 '악녀'에서 숙희 역을 맡아 어린 시절 연변의 조직에 죽임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사랑했던 사람의 배신과 자신의 딸에 대한 복수를 위해 한국영화는 물론 외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최강의 여성 액션 연기를 펼친다. 총격 액션과 격투 액션은 물론 오토바이 액션으로 심장박동수를 최대치로 만드는 '악녀'에서 90%에 달하는 하드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질주하는 차량에 매달리고, 장검과 총기류 등 다양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핏빛 액션을 펼친 김옥빈을 만나 '악녀'의 숙희로 변신한 이야기를 들었다.

	'악녀'는 킬러 숙희(김옥빈)가 비밀조직에 스카우트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다. NEW 제공

-지난달 '박쥐'(2009) 이후 8년 만에 '악녀'로 칸영화제에 다녀왔다. 어떤 느낌이었나?

▶'박쥐' 때는 처음이어서 아무것도 몰랐다. 이번에는 편안하게 다녔고, 뤼미에르극장에서 '악녀'를 상영할 때는 그 날이 안 끝났으면 했다. '박쥐' 때는 어려서 왜 박수를 받는지도 몰랐고 민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악녀' 상영을 마치고 관객분들이 박수를 보냈는데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 같아서 기분 좋았다.

-칸이나 베니스 등 국제영화제에 가면 공식상영 이후 의례적으로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그런데 '악녀'의 경우 관객들이 진심으로 박수쳤다고 들었다.

▶그래서 더 감사하고 기뻤다. 이제 '악녀'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도 기대된다. 액션을 좋아하시는 관객들은 박수쳐주실 것 같은데,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여성 관객들은 어떻게 보실까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악녀'는 허름한 건물의 복도와 실내에서 벌어지는 1인칭 시점 액션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주인공이 보이고, 더 강력한 액션이 끝까지 펼쳐진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떻게 찍을지 궁금했다. 두 사람이 건물 외벽에 놓인 에어컨 실외기를 발판 삼아 점프하고, 뒤엉켜서 떨어지는 장면은 진짜 찍을 수 있나 싶었다. 1인칭 시점 액션도 독특했는데, 이렇게 긴 장면일지는 몰랐다. 복도 액션 장면은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을 최민식 선배님의 시점으로 보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90% 이상의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연기했다고 들었다.

▶1인칭 시점 장면과 버스가 뒤집히는 장면, 오토바이 질주 장면의 일부분만 전문 액션 배우분이 대신 연기했고, 그 외는 다 제가 했다. 멍들고, 삐고, 찢기는 것이 일상이 되어 그것을 부상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격투 액션은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는가?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해 태권도, 합기도, 권투, 무에타이 등 다양한 장르 운동을 조금씩 배웠다. 배우로 데뷔한 이후에는 클라이밍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했다. 재주는 익혔는데 쓸데가 없어서 아깝다는 생각을 했는데 '악녀' 시나리오가 들어와서 더 나이 들기 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권총, 기관총, 저격용 라이플 등 다양한 총기 액션도 멋졌다.

▶실제와 같은 무게의 권총을 처음 잡아봤는데 무거워서 손이 떨리고, 폼도 잘 안 나더라. 틈나는 대로 연습해서 나중에서는 권총을 손가락에 걸고 돌리면서 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악녀'는 액션 외에도 복수와 사랑, 배신의 드라마가 있다. 특히 아버지, 딸, 친구, 연인 등 숙희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

▶그들이 죽을 때마다 제 얼굴에 그들의 피가 뿌려지는데,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숙희가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악녀'는 1편으로 끝나면 안 된다. 2편에서 정말 감정 없는 무자비한 킬러로 나타나야 한다.

-2편도 생각하는가?

▶촬영을 마치고 '다시 액션 영화 안 할 거야'고 했는데 2주 만에 다시 촬영장에 가고 싶더라. 액션 훈련을 3개월 반 정도 했는데 그것이 너무 아깝기도 하다. 제가 익힌 것을 활용해서 더 업그레이드된 액션을 하고 싶다.

-국가 비밀조직에 스카우트되면서 숙희가 성형하게 된다. 그래서 이전의 숙희를 연기할 때는 얼굴에 특수분장을 했는데 마음에 들었나?

▶코, 입술, 볼에 특수분장을 해서 얼굴형이 동그스름해졌는데 자연스럽더라. 처음에는 실제 제 얼굴과 비슷한 것 같았는데 점이라도 찍어야 하나 했나. 주변에서 특수분장한 숙희의 모습이 더 어려보인다고 하더라. 그래서 스태프들이 '어린 숙희' '큰 숙희'라고 불렀다.

-한국영화에서 여배우가 원톱인 영화도 적지만 원톱 액션영화는 거의 없었다.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을 것 같다.

▶촬영할 때 최선을 다했고, 마치고 나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설레고 흥분된다. 반응이 이렇게 좋을지 몰랐다.

-'악녀'는 칸영화제에서 전 세계 115개국에 선판매됐다. 유럽의 영화 바이어들이 김옥빈 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더라. 해외 진출도 생각하고 있는가?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인데, 계획을 세우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