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느 파티세리

- 프랑스 오리지널 레시피 고수
- 마들렌 한입에 유럽 느낌 물씬
- 치즈 무스 케이크 혀 끝 사르르

# 밀한줌

- 우리 밀로 만든 식물성 채식빵집
- 크림빵 속 검은깨 담백하고 깔끔
- 단호박 팥 식빵 구수함 한가득

늘 체중과 몸매를 걱정하는 여성들이지만 맛있는 빵집과 디저트 가게는 항상 여성들로 북적인다. 제과 제빵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다이어트를 위해 가장 먼저 피해야 할 것이 빵, 과자라고 한다. 버터와 설탕, 밀가루 등의 열량이 엄청나서다. 하지만 금지된 유혹이야말로 달콤한 법. 열량 계산이나 옆구리 살은 잠시 잊고 한 입의 행복을 느껴볼 수 있는 개성 강한 빵집과 디저트 가게를 소개한다.

	보느 파티세리의 치즈 무스 케이크. '파리의 키스'라 는 별명이 붙은 미니 케이크는 가벼우면서 고소한 치 즈와 상큼한 산딸기가 잘 어울린다.

부산 연제구 부산교대 인근의 '보느 파티세리(051-502-2451)'는 김지연 대표가 15년간의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차린 디저트 가게다. 김 대표는 "프랑스 코르동 블뢰를 졸업하고 나서 파티시에 자격증 시험을 다시 치렀다. 프랑스 친구들이 그제야 진짜 파티시에가 되었다며 인정해 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프랑스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그대로 지켜가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보느 파티세리의 대표주자 마들렌. 프랑스 오리지널 레시피를 그대로 지켜서 속의 질감이 보슬 보슬해 입 속에서 확 풀어진다.

대표 주자는 마들렌이다. 마들렌은 한 면은 마치 조개껍데기 같이 홈이 여러 개 파진 모양이고 다른 면은 잘 구워진 파운드 케이크의 윗면같이 약간 봉긋하게 솟아 있다. 마들렌이 별것 있을까 하면서 한 입 베물면 '응!' 하는 감탄사와 동공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파운드 케이크 윗면에 해당하는 부위에는 레몬즙을 넣은 아이싱을 발라 상큼한 향이 먼저 느껴진다. 아이싱은 케이크 위에 설탕을 녹여 만든 시럽을 바르는 걸 말한다. 그리고 마들렌의 속살은 보슬보슬하면서 입속에 확 흩어진다. 흔히 접하는 마들렌은 밀도가 높아서 먹다 보면 목이 막혀 커피나 우유 등 음료를 찾게 된다. 보느의 마들렌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김 대표는 치즈 무스 케이크도 맛볼 것을 권했다. 흔히 맛보는 치즈 케이크는 마치 비누 같이 뻑뻑하면서 치즈 맛이 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의 치즈 무스는 아주 가벼운 맛에다 무스의 질감이 더해져 혀 위에서 사르르 녹았다. 치즈 무스 위에 올려진 산딸기 속은 산딸기 크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하나하나 보석같이 빛나는 모습이라 정성을 들인 티가 많이 났다. '파리의 키스'라는 별명이 붙은 미니 치즈 케이크는 맨 밑바닥의 시트에서 계피향이 솔솔 올라왔다. 타르트 반죽인 파트 수크레를 이용해 조금 더 바싹 구운 시트인데 바삭하면서 부드러운 무스 케이크와 상반된 느낌을 주면서 재미있었다.

	밀한줌의 인기 식빵인 단호박 팥 식빵(왼쪽)은 단호박 과 팥이 들어간 자연스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팥빵과 크림빵(오른쪽)은 고소하면서 뒷맛이 깔끔하다.

부산 동래구 온천천로의 카페거리 뒤쪽 '밀한줌(051-528-5876)'은 우유, 버터, 달걀 같은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건 빵집이다. 하지만 빵을 만드는 기본이 유제품인데 그걸 안 쓰고 어떻게 빵을 구울까 하는 의문이 돌아왔다. 대답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채식 대체품이다. 우유 대신 두유, 버터 대신 현미유를 쓰는 거다. 재미있는 건 매대에 떡하니 자리 잡은 크림빵류였다. 최태석 대표는 "두유를 끓이면서 쌀가루와 설탕, 소금을 좀 넣어서 크림 형태로 졸인다. 그러면 크림같이 되직한 식감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검은깨가 들어간 크림빵도 있어 단면을 잘라보니 놀라웠다. 속에 되직한 크림이 가득해 흘러내릴 정도였다. 아주 곱게 갈아 껍질은 완전히 없애고 끓여서 마치 검은깨 죽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크림 형태였고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뒷맛은 담백하고 깔끔했다.

	밀한줌은 우유, 버터, 달걀을 전혀 쓰지 않는 비건 빵 집이면서 우리 토종 밀가루와 쌀가루를 고집해 소화 가 잘 된다.

밀한줌은 지리산 제분소에서 토종 밀가루만 가져다 쓴다. 개량제를 쓰지 않고 쌀가루도 국산만 고집한다. 그래서 소화가 잘되고 식사용 빵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밀한줌의 인기 메뉴 중 하나는 단호박 팥 식빵이다. 윗면의 소보로를 떼어먹어 보니 견과류와 곡식 가루의 구수함이 굉장했다. 이 식빵은 속이 무척 알차서 무게가 무겁다. 반으로 잘라 보면 단호박과 팥이 지층처럼 켜를 이루고 있다. 촉촉한 빵 결에 팥과 단호박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더해지면 어느새 식빵 반 통을 다 먹게 된다.

밀한줌의 미덕은 맛있는 채식 빵을 만들어 사람들이 채식 빵도 먹을 만하구나 하는 인식을 만들어 내는 지점이다. 최 셰프는 "3일 전에 주문하면 초코 크림과 생크림 케이크도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초콜릿도 카카오 열매에서 만드는 것이니 채식에 합당하고 식물성 생크림도 만들 수 있으므로 가능한 얘기였다. 그는 "보다 많은 사람이 비건 빵을 접했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